[함께하는 교육] 김창석 기자의 서술형·논술형 대비법 /
일상적인 글쓰기 버릇이
글쓰기의 근력을 이룬다
일상적인 글쓰기 버릇이
글쓰기의 근력을 이룬다
논술은 글쓰기의 단계로 친다면 가장 꼭대기에 위치하는 글이다. 그만큼 어려운 글쓰기라는 얘기다. 구성력, 표현력은 물론이고 내용에 대한 이해도 높아야 잘 쓸 수 있다. 달리기로 치면 마라톤이다. 마라톤을 잘하려면 달리기를 꾸준히 해야 한다. 지구력이 핵심이다. 매일매일 일기를 쓴 학생이 긴 글을 쓰는 데 겁을 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매일 달리면 근력이 생긴다. 달리기에 필요한 근육이 생기는 셈이다. 이에 비해 걷기는 특별한 근육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말하기가 걷기라면 글쓰기는 달리기인 셈이다. 말하기는 걷기처럼 자연스럽다. 특별한 훈련이나 연습이 필요 없다. 모국어를 쓰는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말하기는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옹알이로 시작해서 결국엔 ‘엄마’를 외치는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달리기는 무작정 달린다고 잘 뛰게 되는 건 아니다. 출발선에서의 동작을 익혀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결승선에서는 마지막 전력질주 방법을 익혀야 1등을 차지할 수 있다. 마라톤과 같은 오래달리기의 경우에는 페이스 조절의 노하우를 따로 익혀야 한다. 말하기를 잘하는 사람일지라도 체계적인 연습이나 훈련을 받지 않고서는 글쓰기를 잘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말하기에 쓰이는 법칙이나 원리를 글쓰기에 그대로 적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야기하듯이 쓰면 된다”는 말도 있지만, 그것은 ‘구어체’를 주로 쓰는 글쓰기에만 해당하는 얘기다. 논술과 같은 종류의 글은 주로 ‘문어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근력을 기르려면 일단 글쓰기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만 해보는 것과 일단 쓰기 시작하는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 써봐야 구성력과 표현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구성력은 글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의 문제다. 문단의 배치와 흐름, 분량 조절 등을 통해 글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능력이다. 표현력은 글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가장 적합한 단어와 문장, 문단으로 보여주는 능력이다. 풍부한 어휘력과 막힘없는 문장력이 필수다. 그런데 이런 능력들은 글을 쓰기 전에는 길러지지 않는다. 써봐야 자신에게 부족한 능력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게 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보자. 200자 원고지 5장 정도를 쓸 줄 알게 되면 긴 글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초등학생이라면 좀 어렵겠지만, 중학생 이상이라면 그렇게 비현실적인 목표는 아니다. 처음에는 원고지 한 장부터 시작한다. 실제 원고지를 이용해서 쓰는 게 효과적이다. 원고지 한 장이라면 몇 문장 되지 않는다. 매일 몇 문장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학생의 두뇌에는 조금씩 조금씩 글쓰기 근육이 생겨나는 것이다. 한 장을 두 달 동안 썼다면 그다음 두 달 동안은 2장을 쓰게 한다. 그다음 두 달은 3장을 쓰게 한다. 1년이 지나면 원고지 5~6장을 쓰는 힘을 기르게 된다.
매일의 목표가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쓸 내용을 찾지 못하면 학생들은 쓸거리를 찾아 나선다. 책을 읽으면서 글 쓸 재료를 찾게 된다는 얘기다. 글쓰기를 위해 독서와 생각(사고력)을 덤으로 하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글을 쓰려면 뇌에 입력하는 과정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처음부터 너무 부담스러울 필요는 없다. 술술 풀어서 써나갈 수 있는 분야나 주제로 시작하는 게 좋다. 형식도 처음에는 될 수 있는 대로 자유롭게 해야 한다. 자신이 읽은 책의 줄거리를 요약하는 방법으로 시작할 수 있다. 책의 중요한 부분을 그대로 적어보게 할 수도 있다. 처지와 조건에 맞게 맞춤형 글쓰기를 하면 된다. 이렇게라도 하는 게 좋은 것은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주는 즐거움 때문이다. 이 과정을 거치게 되면 2단계로 접어들도록 한다. 일기를 조금 공식적인 느낌으로 쓴다거나, 15~20분 정도의 만화영화를 본 뒤에 그것에 관한 자유로운 감상문을 쓰도록 하는 식이다 .
kimcs@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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