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위한 추천 도서 목록 만들기
‘내 아이가 좋은 책을 열심히 읽으면 좋겠다.’ 이는 독서의 즐거움과 유용함을 믿는 부모들의 한결같은 소망. 좋은 책을 찾느라 신경을 늘 곧추세우기 마련이다. 특히 방학이 가까워지면 부모들의 마음은 더욱더 바빠진다. 자칫 허송세월로 끝날 수 있는 방학 동안 아이가 독서를 통해 훌쩍 더 커졌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초·중·고교생에게 좋은 책을 권하고 싶다면 좋은 책만 고르겠다는 경직된 자세부터 버려야 한다. 남에게 좋은 책이 내 아이에게 별로일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떤 책이 좋으냐 나쁘냐는 결국 독자인 학생들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그럼 내 아이를 위한 추천 도서 목록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책이란 저자와 독자가 만나면서 비로소 탄생하므로 무엇보다도 독자이자 학생인 아이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내 아이의 흥미와 관심 분야는 무엇인가? △책을 읽는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책을 평소에 얼마나 가까이 하는가? 이런 질문들을 던지면 내 아이에게 걸맞은 좋은 책의 범위와 윤곽이 조금씩 드러난다.
다음에는 아이를 책의 숲으로 자연스럽게 안내해야 한다. 대형 서점이나 동네 서점에 직접 찾아가서 함께 책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한쪽 구석에 주저앉아 만화책을 보더라도 일단 서점에 가는 순간부터 아이는 책과 자유롭게 만나기 시작한다.
이때 모든 서가를 훑어 보도록 살짝 유도하는 것도 좋겠다. △엄마에게 책 좀 찾아 줄래? △아빠가 사 달라고 하신 책이 어디 있지? △사촌형에게 선물할 책 좀 골라 보자. △이게 선생님이 좋다고 권하신 책들인데 어때? 대화를 거듭 하다보면 서가 깊숙이 웅크리고 있던 좋은 책들이 성큼성큼 걸어 나온다.
여기에 21세기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소양과 능력을 염두에 두는 것도 필요하다. 창의력과 감수성, 의사소통 능력, 참여와 실천력, 매체 활용 능력, 기본적인 의식(인권이나 환경, 통일에 관한 기초 교양, 소수자에 대한 배려 등)을 키워 줄 수 있는 책들을 중점적으로 찾아 보되 강요나 부담이 되지 않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믿을 만한 추천 도서 목록을 철저히 챙기는 것도 기본이다. 초등학생이라면 ‘어린이도서연구회’의 목록(25면 참조)이 신뢰도와 완성도에서 단연 도드라진다.
중·고등학생이라면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책따세)’의 목록(25면 참조)이 참고할 만하다. 이 목록은 학생들과 같이 읽은 다음, 그 반응을 모아서 다시 현직 교사와 학부모, 일반 시민들이 함께 토론을 거듭하며 선정하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추천 도서 목록을 발표하는 곳이 점점 늘고 있다. 개중에는 독서 능력을 검증한다며 급조된 도서 목록을 제시하는 경우까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추천 도서 목록 작성의 철학과 원칙, 취지, 내용, 완성도 등을 세심하게 따져 봐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궁극적으로 가장 좋은 추천 도서 목록은 자기가 직접 만드는 것이다. 이는 내 아이를 위한 추천 도서 목록을 만드는 최종 목표라는 점을 잊지 말자. 국어학자이자 시인인 양주동 박사는 “독서의 즐거움은 경이감에서 발원하여 진리의 바다에 흘러가는 것”이라 했다. 추천 도서 목록은 바로 그 즐거운 항해의 돛과 키다. 허병두/서울 숭문고 교사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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