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준 대학 육성사업 등
‘국제평가 반영’ 부작용 불러
‘국제평가 반영’ 부작용 불러
대학들의 ‘글로벌’ 서열 경쟁을 부추기는 데는 교육과학기술부도 한몫을 했다. 교과부는 2008년부터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WCU)과 ‘교육역량 강화사업’을 추진하며, 대학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천억원대의 예산을 투입했다.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은 세계적인 석학 등 국외 학자들을 유치해 한국 대학의 연구 기반과 능력을 키우겠다는 사업이다. 교과부는 이 사업 예산으로 매년 1200억원 정도를 투입하고 있다.
교과부와 대학이 맺은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 협약서 성과 기준을 보면, △학술논문 건수 △논문 피인용 횟수 등과 함께 △해외 학자 수 △대학 국제평가 순위 등을 평가 잣대로 제시하고 있다. 교과부 대학지원과 관계자는 “대학 국제평가 순위는 <더 타임스> 등 외국 언론과 평가기관 순위를 반영하는 것으로, 대학들의 글로벌 수준을 높이기 위해 기준에 포함한 것”이라며 “한국 대학들의 국제경쟁력이 약하다고 하니까, 국제적인 평가로 순위를 상승시키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연구기반 확충보다는 ‘학자 모셔오기’에만 열중하고, 그렇게 한국에 온 학자들도 교과부가 제시한 ‘최소 국내체류기간’(4개월)을 지키지 않는 등 규정 미달 사례가 속출해 예산 낭비 논란만 일으키고 있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교육학)는 “대학들이 외국인 학생과 외국 교수 유치라는 ‘외연’에만 신경을 쓰면서 교과부가 제시한 기준을 가시적으로 충족시키는 데만 급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의 교육역량 강화사업도 국제적 서열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사업은 대학의 △취업률 △교원 확보율 △장학금 지급률 등과 함께 2009년부터 5%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국제화 지수를 평가 기준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안민석 민주당 의원실이 2009년 교육역량 강화사업에서 ‘수도권 대규모 대학 분야’에 선정된 15개 대학의 사업비 집행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 대학들은 사업 항목 가운데 글로벌 학습인프라 구축 등 ‘국제역량’ 지원에 전체 예산의 22.6%를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가운데 9개 대학에선 학생들의 토익과 토플 성적을 대학 자체 평가의 성과지표로 삼고 있었다. 임은희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준비 안 된 ‘글로벌 선진화’를 내세우면서 대학의 무분별한 경쟁만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훈 김민경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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