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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중3인데 꿈이 없어? ‘조급증’ 버리고 ‘즐거운 일’ 찾자

등록 2011-04-18 10:40

왼쪽부터 멘토 유성룡씨, 고정민씨, 김동현군, 어머니 서혜정씨, 멘토 이지은씨.
왼쪽부터 멘토 유성룡씨, 고정민씨, 김동현군, 어머니 서혜정씨, 멘토 이지은씨.
[함께하는 교육] 3인의 멘토를 만나다
김동현 수원 조원중 3년
학생은 “역사학자를 꿈꾼다”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냥 역사학자라고 말하는 거지 특별히 꿈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다”라고 했다. “제 아들한테는 아직 구체적인 꿈이나 목표가 없어요. 정말 역사학자가 꿈이라면 역사 관련 책이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달고 살아야 하잖아요. 그런 열정이 없습니다. 걱정이죠.”

4월 ‘3인의 멘토를 만나다’ 신청자는 학생이 아니라 어머니였다. 김동현(수원 조원중 3년)군의 어머니 서혜정씨는 긴 편지 형식으로 신청서를 작성했다. 요점은 “아이가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김군이 좋아하는 일은 과연 뭘까? 지난 4월13일 저녁, 김군네 모자는 3인의 멘토(고정민 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클리닉팀, 이지은 <중학교에서 완성하는 자기주도학습법> 저자, 유성룡 입시분석가)를 만나 궁금증을 털어놨다.

김동현 수원 조원중 3년
김동현 수원 조원중 3년
진로 명확하지 않아요
중학교, 가능성 발견 시기
‘좋아하는 것’에 관심주길

1학년 때 희망진로는 만화가였다. 2학년에 올라와서는 역사학자로 바뀌었다. 김군은 “엄마와 집에서 독서논술 공부를 하면서 역사학자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고 짧게 대답했다. 직업흥미검사 결과는 관습형, 사회형, 현실형이 높게 나왔다. 역사학자와는 특별히 관련이 없는 유형들이다. 고정민씨는 “관심은 어느 정도 있었겠지만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말하라고 하니까 그냥 역사학자로 정한 것 같다”고 했다. 김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씨는 “사전 면담 자료를 봐도 그렇고 동현이 얘기보다는 어머니 얘기가 많다”며 “동현이 얘기를 많이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사회형은 보통 주장을 드러내기보다는 다른 사람 말에 수용적이거든요. 누가 뭐라고 해도 그냥 웃고 넘어가죠. 어머니가 ‘꿈을 가질 때’라고 하시니까 뭘 할까 하다가 그냥 이걸로 정했을 겁니다.”

실제로 김군의 진짜 흥미는 김군이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은 곳’에 있었다. 게임과 프라모델 조립을 좋아한다. 학교생활기록부를 보면 “교우관계가 좋고 성실하다”는 표현이 여러 번 나온다. 모두 관습형, 사회형, 현실형과 연결이 되는 특성들이다. 고씨는 “이런 유형의 경우는 기계공학 분야, 경영관리 분야, 교육 분야 등을 추천할 수 있다”고 했다.

학생들은 흥미검사에서 ‘관습형’이 나오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관습’이라는 단어에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고씨는 “안 좋은 거 나왔다고 실망하지만 그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어떤 일을 해도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성향입니다. 조직에서 인정받는 사람들 가운데 관습형이 많죠. 현실형에 대한 오해도 있습니다. 현실형의 경우, 관련 직업으로 ‘농업종사자’가 나와 실망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이건 농업 분야에서 일을 하라는 게 아닙니다. 손으로 뭔가를 조작하거나 몸으로 부딪쳐 일하는 걸 좋아한다는 의미죠. 운동선수, 경찰 등 다양한 직업과 관련이 있습니다.”

김군은 가능성이 많았다. 평소 친구들을 좋아하고, 온순하다는 성격적 특성은 흥미검사에서 사회형이 두드러지는 걸로 드러났다. 고씨는 “사회형의 경우는 그냥 성격이 좋고, 대인 관계가 원만한 것이지 특별한 재능으로 안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서비스, 컨설턴트, 교육 분야 등 요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중요한 직업군과 연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뭐든지 ‘느긋한’ 김군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조급한’ 마음이었다. 고씨는 “예를 들면 동현이는 지금 프라모델을 완성해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참 많다”고 했다. “왜 빨리 완성하지 않느냐고 다그치면 안 되죠. 요즘 일찍부터 진로탐색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렇지 동현이가 느린 건 아닙니다. 중학교 시절은 당연히 잘하고, 좋아하는 걸 찾는 시기입니다. 무엇보다 동현이가 직접 좋아하는 게 뭔지 큰 틀에서 찾아보고, 분야를 좁혀가는 식으로 진로탐색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학교생활기록부를 봐도 흥미검사가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이 정말 많습니다.” 실제로 김군의 생활기록부에는 글쓰기, 문학 분야에서도 소질이 있는 걸로 적혀 있었다. 마침 김군은 “최근에 게임은 지루해졌고, 책읽기가 좋아졌다”고 했다. 고씨는 “이렇게 관심이나 흥미는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자꾸 여러 분야를 경험하면서 내 흥미를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친아나 엄친딸처럼 특목고 가서 유명 대학 가는 것, 엄마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행복이 아니고,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걸 찾는 게 진정한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세요.”

역사 있는 학교 갈래요
경기도 일반고는 평준화
통학거리 살피는 게 우선

일반계고 진학을 꿈꾼다. 구체적으로 진학을 꿈꾸는 학교도 있다. 수원시 장안구에 있는 ㄷ고다. 어머니 서혜정씨는 “친구가 거기 갈 거라고 했다면서 동현이가 먼저 그 학교 얘기를 했다”고 했다. “찾아보니까 꽤 괜찮은 학교라고 소문이 났더라구요. 엄마들 사이에서는 학교 역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하는데 역사도 깊더군요. 근데 집에서 아주 가깝지는 않아요. 많은 학생들이 집에서 가까운 학교로 가려고 하던데 가까운 곳을 가는 게 나을까 싶기도 합니다.”

유성룡씨는 “동현이가 큰 고민을 하고 학교를 결정한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김군은 “솔직히 친구가 간다니까 생각해본 것 같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진학과 관련해서는 특목고나 특성화고를 가는 게 아닌 이상 굳이 먼 거리에 있는 학교로 갈 필요가 없다는 방향으로 상담이 이뤄졌다. 유씨는 “최근 그 학교 학생들의 서울대 진학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말은 이 지역 학교들이 평준화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특히 경기도는 교육감이 진보 성향이기 때문에 고교를 점점 평준화할 겁니다. 어느 학교를 가도 비슷할 거라는 의미죠. 이럴 경우에는 될 수 있으면 가까운 곳으로 가는 게 좋습니다. 고교에 가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 피곤해지거든요. 통학 거리가 멀어지면 체력적으로도 힘들죠.”

오히려 중요한 것은 진학 및 진로와 관련해 성적 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유씨는 “1학년 때와 2학년 때 성적을 비교해보면 잘 나온 과목 순위가 거의 똑같다”고 지적했다. “제가 보기에는 사회를 정말 좋아해서 잘한 게 아니라 성적을 내긴 해야 하는데 그냥 사회를 선택해서 그것만 한 것 같아요. 과학에도 소질이 분명히 있는 학생이거든요. 동현이 학년부터는 고1 때 문·이과를 결정합니다. 모든 과목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고 먼저 “나는 문과다”라고 못박고 공부하지 마세요.”

성적관리 어렵습니다
효율적 공부 방법론 필요
친구와 퀴즈풀기도 해봐

중학교 1학년 중반부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영어, 수학을 듣고, 시험 때는 전과목을 듣는다. 인터넷강의도 병행한다. 방과후 학원에 가기 전, 웹툰을 보거나 게임을 한다. 어머니 서씨는 “아들이 게임에 중독 수준으로 빠져 있고, 공부를 꼼꼼하게 하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반면 김군은 “내가 보기에 나는 꼼꼼한 것 같다”고 했다.

이씨는 김군의 수학 문제풀이 노트를 보면서 “공부를 하긴 하지만 노력에 비해서 성적이 안 나오는 억울한 경우”라고 했다. “이건 ‘행위’에 치중했다는 말입니다. 100을 들이면 70 정도 나와야 하는데 50만 나오는 겁니다. 효율성을 높여야 합니다.”

중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지 주제를 명확하게 잡는 것이다. 이씨는 “동현이가 원하는 것처럼 ‘짧게 집중하고 오래 놀기’ 위해서는 20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정확히 결정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내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했나를 잘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성적이 오를 수 있어요. 그리고 지금 필기 노트를 보면 뭔가를 엉망진창으로 적은 것처럼 보이지만 동현이 스스로는 알아볼 수 있게 기록을 한 것 같아요. 나답지 않게 포스트잇 붙여가며 시간을 소모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 방식대로 정리하면 되는 거죠. 수업을 통으로 이해해보세요. 선생님이 무슨 옷을 입었는지, 무슨 농담을 했는지 전반적인 스토리를 기억하는 겁니다. 그리고 내 방식대로 필기를 한 다음, 그걸 바로 보고 정리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이런 수업을 들었지, 그래서 이렇게 적었구나, 이것과 관련해 문제가 이렇게 나왔네’가 한 세트로 기억되도록 말입니다.”

스스로 공부를 할 수 있는데 지나치게 학원에 의지하는 것도 문제였다. 이씨는 “특히 문제풀이에 집착하는 습성은 버려야 한다”고 했다. “문제집을 채점하는 용도로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문제를 통해 뭘 알았냐는 게 중요하지 문제를 맞혔다, 틀렸다가 중요한 건 아닙니다. 보기 가운데 옳지 않은 걸 고르는 문제였고, 그 문제를 풀었다면 그 보기를 맞는 걸로 고쳐보세요. 그 문제를 통해서 주요 개념을 알고 넘어갔느냐가 중요한 겁니다.”

김군이 학원을 오래 다니는 이유는 학원이 편리하고, 좋아하는 친구들이 옆에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친구를 좋아하는 성격의 학생들은 혼자 공부할 게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좋다. 이씨는 “예상문제를 퀴즈 형식으로 만들어서 서로 내보는 것도 좋다”고 했다. “퀴즈 내기에 재미를 붙여보세요. 친구가 틀리면 얼마나 재미있는데….(웃음)”

어머니 서씨가 김군의 ‘게임 중독’을 걱정하고 있지만 이씨는 “‘중독’이라고 말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중독’이라면 좋은 이유가 없어야죠. 근데 동현이는 게임을 하는 이유가 분명해요. 그 안에 친구들이 있어서, 스스로 자유롭게 게임 설정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잖아요. 아이들이니까 뭔가 재미를 붙여서 거기에 빠지는 건데 이건 시간이 지나면 다른 걸로 옮겨갈 수도 있어요. 적당한 시간을 두고 즐길 수 있는 건데 너무 심각하게 여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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