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1년만에 다시 필수
교육과정 ‘오락가락’ 비판
교원시험 응시자들에 자격증 의무화 추진도
교육과정 ‘오락가락’ 비판
교원시험 응시자들에 자격증 의무화 추진도
교과부 ‘역사교육 강화 방안’
올해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12년부터 ‘한국사’가 필수과목이 된다. 임용고사를 치르는 교원들에게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자격증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2일 국사편찬위원회,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와 공동으로 이런 내용을 담은 ‘역사교육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 어떤 내용 담고 있나? 내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부터 사회교과 안에 포함된 12개 과목 가운데 한국사를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현재 고교 1학년생은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한국사를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으로 배우고 있지만, 1년 만에 다시 필수로 바뀐 것이다. 지난해 고교 입학생까지는 7차 교육과정이 적용돼 국사가 필수였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방안으로 우리 학생들이 우리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우리 영토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과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과 대학 총장, 시·도 교육감,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교육협력위원회’ 차원에서 각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때 전형요소의 하나로 ‘한국사’를 반영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또 교과부는 교원 임용시험 응시자에게 국사편찬위가 주관하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자격증 획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한국사를 필수로 채택하고 있지 않은 일부 공무원 채용시험에 대해서는 필수 지정을 위해 관계기관과 협조하기로 했다. 이인재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연세대 역사문화학과 교수)은 “한국사 필수과목 지정은 환영할 만한 조처”라며 “역사 영역을 탐구과목인 사회과에서 독립시켜 국어·영어·수학과 마찬가지로 기초과목으로 하는 등 후속 조처가 있어야 필수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국사교육 부침의 역사 국사교육이 약화한 것은 6차 교육과정(1996~2001년 적용)과 7차 교육과정(2002~2010년 적용)부터다. 6차 때는 국어·영어·수학과 마찬가지로 독립된 교과로 존재했던 역사교과가 하나의 과목으로 사회교과 안에 통합됐고, 7차 때는 그 이전까지 줄곧 6단위(일주일에 3시간 수업)였던 수업시수가 4단위(일주일에 2시간 수업)로 축소됐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 교과서 왜곡 등으로 주변국의 역사 왜곡 사례가 잦아지면서 역사교육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가 높아지자,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2007 개정 교육과정’을 마련하면서 역사 수업시수를 6단위로 다시 늘렸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마련된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한국사의 수업시수가 5단위(일주일에 2.5시간)로 줄고, 한국사를 포함한 모든 과목을 선택형으로 바꾸었다가, 최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문제가 불거지자 다시 한국사를 필수로 바꾸는 내용의 ‘역사교육 강화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 때문에 역사교육 강화가 국가주의적 교육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남철 한국역사교육학회 학술정보이사(나주고 교사)는 “역사학계나 역사교육학계 내부의 요구가 아니라, 주변국의 상황에 따른 정치권의 요구에 의해 교육과정을 수시로 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도 “교과부 역사교육 강화방안이 국가 정체성과 안보의식 등을 거론하고 있어 1970년대식 발상으로 국사교육을 하려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며 “편협한 국가 정체성보다는 이웃 국가와의 교류나 평화, 화해를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 졸속 개정된 교육과정 이번 방안은 애초 ‘역사교육 강화’를 기조로 했던 ‘2007 개정 교육과정’과 방향성에서 별로 다를 바가 없다. ‘2007 개정 교육과정’은 기존의 ‘국사’와 ‘한국 근현대사’를 ‘역사’로 통합하고, 역사 관련 선택과목을 2과목(한국 근현대사, 세계사)에서 3과목(한국문화사, 동아시아사, 세계역사의 이해)으로 늘렸다. 하지만 ‘2007 개정 교육과정’은 시행도 해보지 못한 채 폐기됐다. 이신철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연대’ 공동위원장(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교육계와 역사학계에서 오랜 논의 끝에 만들어놓은 ‘2007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해보기도 전에, 정부가 1년 만에 졸속으로 ‘2009 개정 교육과정’을 밀어붙여 교육 현장의 혼란을 불렀다”며 “‘2009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해 오는 8월 고시되는 ‘교과별 교육과정’에서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가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을 어떻게 정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명선 이재훈 김민경 기자 torani@hani.co.kr
■ 국사교육 부침의 역사 국사교육이 약화한 것은 6차 교육과정(1996~2001년 적용)과 7차 교육과정(2002~2010년 적용)부터다. 6차 때는 국어·영어·수학과 마찬가지로 독립된 교과로 존재했던 역사교과가 하나의 과목으로 사회교과 안에 통합됐고, 7차 때는 그 이전까지 줄곧 6단위(일주일에 3시간 수업)였던 수업시수가 4단위(일주일에 2시간 수업)로 축소됐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 교과서 왜곡 등으로 주변국의 역사 왜곡 사례가 잦아지면서 역사교육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가 높아지자,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2007 개정 교육과정’을 마련하면서 역사 수업시수를 6단위로 다시 늘렸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마련된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한국사의 수업시수가 5단위(일주일에 2.5시간)로 줄고, 한국사를 포함한 모든 과목을 선택형으로 바꾸었다가, 최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문제가 불거지자 다시 한국사를 필수로 바꾸는 내용의 ‘역사교육 강화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 때문에 역사교육 강화가 국가주의적 교육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남철 한국역사교육학회 학술정보이사(나주고 교사)는 “역사학계나 역사교육학계 내부의 요구가 아니라, 주변국의 상황에 따른 정치권의 요구에 의해 교육과정을 수시로 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도 “교과부 역사교육 강화방안이 국가 정체성과 안보의식 등을 거론하고 있어 1970년대식 발상으로 국사교육을 하려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며 “편협한 국가 정체성보다는 이웃 국가와의 교류나 평화, 화해를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 졸속 개정된 교육과정 이번 방안은 애초 ‘역사교육 강화’를 기조로 했던 ‘2007 개정 교육과정’과 방향성에서 별로 다를 바가 없다. ‘2007 개정 교육과정’은 기존의 ‘국사’와 ‘한국 근현대사’를 ‘역사’로 통합하고, 역사 관련 선택과목을 2과목(한국 근현대사, 세계사)에서 3과목(한국문화사, 동아시아사, 세계역사의 이해)으로 늘렸다. 하지만 ‘2007 개정 교육과정’은 시행도 해보지 못한 채 폐기됐다. 이신철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연대’ 공동위원장(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교육계와 역사학계에서 오랜 논의 끝에 만들어놓은 ‘2007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해보기도 전에, 정부가 1년 만에 졸속으로 ‘2009 개정 교육과정’을 밀어붙여 교육 현장의 혼란을 불렀다”며 “‘2009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해 오는 8월 고시되는 ‘교과별 교육과정’에서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가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을 어떻게 정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명선 이재훈 김민경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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