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국무총리(가운데)가 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지원비를 전 계층으로 확대해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원대상 40여만명…사설 영어유치원 등 제외
관리 이원화 문제…시도교육청 재정부담 가중
관리 이원화 문제…시도교육청 재정부담 가중
만 5살 모든 계층 교육지원
정부가 2일 발표한 대로 내년부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5살(초등학교 입학 직전 1년) 어린이의 교육·보육비 지원 대상이 모든 소득 계층으로 확대되면, 2006년 이후 태어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보게 된다. 하지만 정부가 밝힌 ‘사실상의 의무교육 확대’로 평가하기엔 지원 규모 등에서 한계가 있고, 재원 충당 방식에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교육비 지원, 어떻게 이뤄지나 정부가 이날 발표한 ‘만 5살 공통과정’은 초·중학교와 같은 의무교육은 아니다. 만 5살이 된 자녀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아도 처벌이나 불이익은 없다. 하지만 만 5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국가 공통 교육과정이 생기면, 초등학교 교육과정도 이와 연동해 약간 고쳐질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어린이가 이 과정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 자료를 보면, 2010년 기준으로 만 5살 어린이는 43만5281명이고, 이 가운데 56.4%(24만5664명)가 유치원, 34.5%(15만162명)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9.1%(3만9455명)는 유치원·어린이집에 다니지 않거나, ‘영어 유치원’(유아 영어학원) 등에 다니고 있다. 전국에서 270여곳이 운영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영어 유치원’은 ‘만 5살 공통과정’에 포함되지 않아 교육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교육·보육비 지원 대상 확대는 2006년에 태어난 어린이가 만 5살이 되는 내년부터 적용된다. 내년에는 만 5살 어린이 1명당 월 2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고, 2013년에는 22만원, 2014년 24만원, 2015년 27만원, 2016년 30만원으로 지원액이 점점 인상된다. 만 5살 어린이를 키우는 가정의 부모는 별도의 소득증빙 없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현행 ‘아이 즐거운 카드’와 같은 바우처를 발부받아 유치원비나 어린이집 보육료를 정산하면 된다.
■ 한계와 후속 과제는 교육계는 정부 방안이 ‘유아 공교육화’에 한발 더 다가간 제도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한계가 뚜렷하고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유아교육 공교육화의 첫발을 내디뎠다”면서도 “하지만 교육예산으로 어린이집 보육비를 지원하는 만큼, 어린이집 교육과정에 대한 관리감독도 교과부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훈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표준 교육과정이 5살 어린이들에 대한 교육을 획일화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 방안은 학부모가 부담하는 모든 경비를 포함하는 실질적인 무상의무교육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국공립 유치원과 어린이집 확충으로 공공성을 확보해, 여전히 교육과 보육 비용이 부담되는 저소득층 자녀들이 상대적으로 싼 국공립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0년 현재 전국 유치원 8388곳과 어린이집 3만7755곳 가운데 국공립 유치원은 53.7%(4501곳), 어린이집은 5.4%(2025곳)에 불과하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국가가 민간시장에 취학 전 아동의 보육과 교육을 떠넘기는 게 아니라, 질 좋고 값싼 공공 보육시설을 늘리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송지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사무총장도 “어린이집 교사들의 질 관리를 할 수 있는 공공 보육 관리체제부터 갖춰야 한다”며 “사실상 학제를 만 5살까지 내리면서 공통과정을 가르치게 되면 조기 사교육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재정은 어떻게 정부는 내년도 소요예산을 올해의 2586억원보다 8802억원 더 많은 1조1388억원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이를 시·도 교육청으로 내려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교육재정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지방 교육청 관계자는 “원래 시·도 교육청은 유치원비만 부담했고 어린이집 보육비는 국고와 지방비로 지원했는데, 만 5살 유치원비와 보육비 모두 시·도 교육청으로 넘어오면 부담이 두배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학교지원국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의 추산으로 내년부터 국세가 3조원가량 더 걷힐 예정인데, 이는 지난 10년 동안의 평균 증가액 1.8조원에 견줘 훨씬 많은 금액이기 때문에 시·도 교육청의 부담은 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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