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ㅊ고 도넘은 ‘성적 카스트’
서울 ㅊ고는 올해 새 학기부터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3학년생 가운데 각각 8명씩 성적 최상위권 학생 16명을 뽑아 '성적 우수 특별반'을 만들었다. 특별반 학생들은 각자 속해 있는 반에서는 아침 조회만 참석하고, 수업은 별도의 교실로 옮겨 따로 받았다. 영어와 수학은 전담 교사가 배치됐고, 국어와 사회, 과학 등의 과목은 학생들이 원하는 교사를 골라 교실을 옮겨 다니며 수업을 듣게 했다.
1등 학생 반장 밀고 독서실 자리 성적순
서울교육청, 감사 착수 ㅊ고는 이런 수업 형태를 ‘자기주도적 질문·학습시간’이라고 불렀다. 논리학처럼 교육과정에 없는 수업도 특별반에 편성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교장이 ‘서울대와 연·고대 입학생을 늘려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며 “특별반 학생들에게만 특혜를 주니, 특별반에 끼지 못하는 아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거나 특별반 학생들을 향해 극도의 시기심 같은 뒤틀린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 성적에 따른 차별은 특별반 편성만이 아니었다. 150석 정도의 독서실은 성적을 기준으로 이용 자격을 줘, 한 학년에서 50등 안에 드는 학생만 들어갈 수 있게 했다. 좌석도 성적순으로 배정했다. 독서실에는 칸막이와 전기스탠드가 설치됐고, 감독 교사도 배치됐다. 하지만 교실에서 자율학습을 하는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별다른 시설도, 감독 교사도 없이 말 그대로 ‘자율학습’을 시켰다. 교사가 특별반 학생을 반장으로 무투표 추대하도록 반 학생들에게 강요하기도 했다. 이 학교의 한 학생은 “담임 선생님이 노골적으로 반장 자리는 1등에게 주자면서 ‘왜 그런지는 졸업하고 알려주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친구들은 대입 수시모집에서 가산점 1점이라도 더 받게 하려는 의도임을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그 친구는 특별반에서 수업을 받기 때문에 반장 자리는 사실상 공석 상태”라며 “특별반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분위기가 안 생길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 쪽의 이런 처사에 대한 진정이 제기되자,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5일 “특별반 편성에 대해 ㅊ고는 처음엔 ‘수준별 이동수업의 일환인데 뭐가 문제냐’고 발뺌하다가, 뒤늦게 편법이라는 점과 교육과정에 없는 논리학 수업 편성이 초·중등교육법 위반이란 사실을 인정했다”며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징계 등의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교육학)는 “고교선택제에다 현 정부 들어 급격히 늘어난 자사고에 학생들을 빼앗기면서, 일반계고로서는 상위권 학생에 대한 집중 투자를 ‘합리적 선택’으로 여길 것”이라며 “그러나 그런 선택이 학생들에게 차별을 가르치는 매우 비교육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서울교육청, 감사 착수 ㅊ고는 이런 수업 형태를 ‘자기주도적 질문·학습시간’이라고 불렀다. 논리학처럼 교육과정에 없는 수업도 특별반에 편성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교장이 ‘서울대와 연·고대 입학생을 늘려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며 “특별반 학생들에게만 특혜를 주니, 특별반에 끼지 못하는 아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거나 특별반 학생들을 향해 극도의 시기심 같은 뒤틀린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 성적에 따른 차별은 특별반 편성만이 아니었다. 150석 정도의 독서실은 성적을 기준으로 이용 자격을 줘, 한 학년에서 50등 안에 드는 학생만 들어갈 수 있게 했다. 좌석도 성적순으로 배정했다. 독서실에는 칸막이와 전기스탠드가 설치됐고, 감독 교사도 배치됐다. 하지만 교실에서 자율학습을 하는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별다른 시설도, 감독 교사도 없이 말 그대로 ‘자율학습’을 시켰다. 교사가 특별반 학생을 반장으로 무투표 추대하도록 반 학생들에게 강요하기도 했다. 이 학교의 한 학생은 “담임 선생님이 노골적으로 반장 자리는 1등에게 주자면서 ‘왜 그런지는 졸업하고 알려주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친구들은 대입 수시모집에서 가산점 1점이라도 더 받게 하려는 의도임을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그 친구는 특별반에서 수업을 받기 때문에 반장 자리는 사실상 공석 상태”라며 “특별반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분위기가 안 생길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 쪽의 이런 처사에 대한 진정이 제기되자,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5일 “특별반 편성에 대해 ㅊ고는 처음엔 ‘수준별 이동수업의 일환인데 뭐가 문제냐’고 발뺌하다가, 뒤늦게 편법이라는 점과 교육과정에 없는 논리학 수업 편성이 초·중등교육법 위반이란 사실을 인정했다”며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징계 등의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교육학)는 “고교선택제에다 현 정부 들어 급격히 늘어난 자사고에 학생들을 빼앗기면서, 일반계고로서는 상위권 학생에 대한 집중 투자를 ‘합리적 선택’으로 여길 것”이라며 “그러나 그런 선택이 학생들에게 차별을 가르치는 매우 비교육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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