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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직업 찾는 고3들, 산업정보학교 ‘높은 벽’

등록 2011-05-27 20:39수정 2011-05-27 22:47

일반고 3학년생들을 위탁받아 직업교육을 시키는 산업정보학교가 너무 부족해, 뒤늦게 직업교육을 받으려는 학생들이 교육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 종로구 숭인동 종로산업정보학교 조리과 학생들이 27일 오후 조리 실습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일반고 3학년생들을 위탁받아 직업교육을 시키는 산업정보학교가 너무 부족해, 뒤늦게 직업교육을 받으려는 학생들이 교육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 종로구 숭인동 종로산업정보학교 조리과 학생들이 27일 오후 조리 실습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 매년 2000여명 탈락
학원은 돈 들고 도움 못돼
출석 나쁘면 합격 어려워
“취지맞게 가능성을 봐야”
서울 ㄱ고 3학년 박수철(가명·18)군은 지난해 11월 일반고 3학년 학생들을 위탁받아 직업교육을 하는 종로산업정보학교 조리과에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30명 모집에 235명이 몰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그는 “조리사가 되기로 마음먹기 전에 지각을 많이 했는데 그것 때문에 떨어진 것 같다”며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그 뒤로 박군은 혼자서 조리사가 되기 위한 진로를 찾고 있다. 학교 수업시간에는 주로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고 정규수업을 마치면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곧장 요리학원에 간다. 학교에 꼬박꼬박 수업료를 내지만, 박군의 진로에 도움이 되는 교육은 받지 못하는 셈이다.

지난해 아현산업정보학교 미용예술과에 지원했다 떨어진 서울 ㄴ고 3학년 한미영(가명·18)양은 “수업시간에 공부를 하려고 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어서 그냥 시간을 때운다”며 “미용사가 되려면 미용학원에 다녀야 하는데 비용 때문에 걱정”이라고 했다.

일반고 3학년 가운데 뒤늦게 직업교육을 받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탁받아 가르치는 산업정보학교가 턱없이 부족해, 선발에서 탈락한 뒤 학교에서는 잠을 자고 정작 필요한 자격증은 학원에서 준비하는 등 공교육에서 소외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25일 서울시교육청의 ‘2009~2011년 산업정보학교 응시 현황’ 자료를 보면, 서울에 있는 3곳의 산업정보학교(서울·종로·아현)에 지원한 학생은 2009년 3996명에서 2011년 4445명으로 늘었다. 반면 3곳의 모집정원은 모두 합해 1770명밖에 안 된다. 해마다 2200~2700명의 학생이 원하는 직업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학생들이 몰리는 일부 인기학과는 산업정보학교에서도 학급 증설을 원하고 있지만 남는 공간이 없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정보학교 3곳의 37개 학과 가운데 가장 높은 경쟁률(7.8 대 1)을 기록한 종로산업정보학교의 조리과는 지원자가 몰리는데도 여전히 한 학급만 편성하고 있다. 이 학교 김종열 교감은 “교실이 부족해 실습과 이론을 한 공간에서 수업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150명 모집에 1050명이 몰린 아현정보산업학교의 실용음악과 역시 학급 증설 요구가 높다. 이 학교 이성식 교감은 “공간이 좁아 증설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산업정보학교가 여러 개 더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산업정보학교가 수용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립 직업훈련기관(정원 249명), 사설 직업전문학원(정원 1303명)에도 위탁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학생과 교사들은 공교육 기관인 산업정보학교가 증설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ㄹ고의 진로상담부장 교사는 “사설 학원은 정보가 부정확해서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고, 비용도 추가로 든다”며 “원래 소속 학교의 교복을 입고 다닐 수 있는 산업정보학교가 학생들에게는 제일 좋다”고 말했다.

일반고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위탁교육을 하는 산업정보학교의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 방식으로 학생을 뽑는 입학전형 방법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아현산업정보학교는 출석(300점), 교과성적(300점), 봉사활동(100점)을 반영해 뽑는데, 무단결석 1회당 6점씩 감점해 결석이 5번만 돼도 총점에서 30점이 빠진다. ㅁ고에서 산업정보학교에 간 학생들만을 모아 편성한 ‘직업반’을 맡고 있는 한 교사는 “1학년 때 방황을 많이 한 학생들은 결석이 많아 2학년 때 마음을 잡아도 합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이런 아이들도 자기 진로를 찾은 뒤에는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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