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실현 요구 외면…부실 사학에만 ‘화살’
“지역 국립대 투자로 교육 공공성 회복해야” 지적도
“지역 국립대 투자로 교육 공공성 회복해야” 지적도
‘반값 등록금’에 대한 요구가 높지만, 주무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는 등록금 경감 대책은 내놓지 않은 채 경쟁에서 처지는 대학의 구조조정 방침만 거듭 밝히고 있다. 소수의 ‘부실 사학’으로만 화살을 돌리면서, 사립대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한국의 고등교육 현실을 개선해 ‘교육 공공성’을 회복하자는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공립대 총장들과 만나 “국공립대를 평가해 하위 15% 대학은 정원을 감축하겠다”고 말했다. 15일엔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을 만나 “대학에 재정을 지원할 때 부실 대학을 제외하는 등 구조조정을 위해 협력하자”고 합의했다.
하지만 한국은 2007년 기준으로 국공립대 전일제 등록 학생 비율이 22%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 가운데 가장 낮고, 오이시디 29개국 평균(78%)의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교육학)는 “미국도 조지 부시 전 정부의 시장친화적 고등교육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버락 오바마 정부에선 무상학자금 지원 확대 등을 통해 모든 국민에게 대학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만 국공립대 구조조정을 얘기하고 법인화를 통한 민영화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중심 사회’라는 현실은 외면한 채 국공립대의 경쟁력 부족 책임을 대학에만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방 국공립대 총장은 “국립대가 경쟁력이 없는 게 아니라, 국립대가 있는 지방이 경쟁력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기 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회장(경북대 교수)은 “서울대를 뺀 국립대는 모두 지방에 있는데,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선 지역 국립대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 교육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2009년 부실 사립대 13곳을 퇴출 대상으로 선정했다. 또 지난해 9월엔 대학 23곳(퇴출 대상과 9곳 중복)을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으로 지정했다. 학자금 대출을 제한하면 신입생이 줄어 자연스레 대학들이 퇴출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이 대학들 가운데 일부는 올해 신입생 충원율이 되레 올라가는 등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다. 부실 책임을 애꿎은 학생들에게 떠넘기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여전하다.
교과부는 구조조정에는 드라이브를 걸면서, 정작 등록금 경감 대책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이주호 장관은 13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에 출석해 “국회에서 (등록금) 대책을 내놓으면 정부도 내놓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교과부가 올해 1월부터 시행한 등록금 상한제를 강조했지만, 이 제도는 ‘등록금 액수 상한제’가 아니라, 등록금 인상률을 ‘최근 3년간 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허용’하는 정책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10년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59%로, 여기에 1.5배를 곱하면 5.39%에 이른다. 올해 사립대 연간 평균 등록금이 이미 767만7000원이기 때문에, 상한제를 적용해도 해마다 평균 41만원씩은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재훈 진명선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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