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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말 잘한다면? 중얼중얼 설명하며 공부해봐

등록 2011-06-27 11:13

멘토 이지은씨, 고정민씨, 유성룡씨, 한설희양, 어머니 이지향씨.(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멘토 이지은씨, 고정민씨, 유성룡씨, 한설희양, 어머니 이지향씨.(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3인의 멘토를 만나다] 용인 동백중 한설희양

한설희양의 프로필
한설희양의 프로필
“작년에 연평도 사건 터지고 구체적으로 꿈을 꾸게 됐어요. 나라에 문제가 생기면 전투기조종사가 제일 먼저 나가잖아요.(웃음)”

‘3인의 멘토를 만나다’ 6월의 주인공인 경기도 용인 동백중 1학년 한설희(12)양은 참 씩씩한 여학생이었다. 다른 또래 친구들과 비교하면 진로에 대한 자기 확신이 뚜렷했다. 말을 하는 내내 눈은 총명하게 반짝거렸다. 하지만 꿈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조언을 듣고 싶어했다. 엄마, 아빠가 두 분 다 군인이기 때문에 기왕이면 기숙학교 형태의 고교로 진학할까 생각중이었다. 학습 부분에서는 수학을 어려워했다. 장차 전투기조종사를 꿈꾸는 한양과 어머니 이지향씨가 지난 6월17일 저녁, 3인의 멘토(고정민 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클리닉팀, 이지은 <중학교에서 완성하는 자기주도학습법> 저자, 유성룡 티치미 대학진학연구소장)를 만났다.

한양이 전투기조종사를 꿈꾸게 된 것은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 군인으로 일하는 엄마, 아빠가 모두 역할모델이다. 엄마를 통해 군인이 구체적으로 하는 일이 뭔지도 알아봤다. “장점이요? 출퇴근이 비교적 규칙적이구요. 하지만 훈련 들어가면 하루 종일 시간을 빼앗겨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게 어렵죠. 근데 그건 군인들마다 다른 것 같아요.” 한양은 군인 직종에 대해 비교적 많은 정보를 갖고 있었다.

전투기조종사 꿈꿔요
흥미검사, 예술형도 보여
직업 결정 말고 탐색해봐

성격이 명랑하고 활발하다. 체육을 좋아하고, 리더십이 있다. 한양은 흥미검사 결과에서 진취형과 현실형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모두 군인이나 경찰관 등의 직업과 관련성이 높은 유형이다. 의외로 예술형이 두드러지기도 했다. 군인이나 경찰관, 운동선수와 더불어 다른 분야의 직업 탐색을 해봐도 좋을 거라는 일종의 단서였다. 고정민씨는 “생활기록부를 보면 그림으로 큰 상도 받았던데 패션디자이너 등의 직업도 탐색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정답 맞히듯 직업을 정하기보다는 아무리 확고하더라도 여러 분야를 탐색해보는 게 좋아요. 아직 중학교 1학년이니까요.”

한양처럼 가족을 통해 특정 분야 진출을 꿈꾸게 된 학생들한테는 우려되는 점이 있다. 고씨는 “꿈꾸는 직업 분야가 뚜렷하고, 그 분야로 진출하고자 하는 생각이 확고해서 좋긴 하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정보가 제한돼 있던 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이럴 때는 흥미검사와 더불어 적성검사도 함께 해봤으면 좋겠어요. 설희가 해본 검사는 흥미검사거든요. 흥미는 나의 흥미도, 즉 그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본 겁니다. 적성은 그 분야에서 내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말해줘요. 설희가 능력이 없다는 게 아니라 실제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함께 보면 좋겠다는 겁니다. 얘기를 듣다 보니 중학생치고 말을 정말 잘하는데 언어와 관련한 분야도 탐색해보면 좋겠네요.”


한양은 부모님의 직업 때문에 거주지역을 자주 옮겨다녀야 한다. 어머니 이씨는 “설희를 위해 기숙학교 형태의 고교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모녀가 관심 있게 지켜본 학교는 서울에 있는 하나고등학교다. 어머니 이씨는 “이 학교에 군인 자녀 특례 입학이 있다는 걸 알아서 누리집 등을 통해 입학전형도 살펴봤다”고 했다. 그렇다고 반드시 하나고 진학만을 꿈꾸는 건 아니었다.

실제 하나고에서는 정원내 사회적배려대상자로 40명을 뽑는다. 이 가운데 군인자녀도 포함돼 있다. 유성룡씨는 “군인 자녀를 사회적배려대상자에 넣어 따로 뽑긴 하지만 여기서도 성적이 중요하다”고 했다. “보통 3% 안에 들어야 추천서를 써주거든요. 전체 100명이면 3등 안에는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죠. 군인 자녀 가운데서도 비슷한 성적의 아이들이 옵니다. 결국 자기주도학습계획서, 면접 등이 중요한 변별 요소가 됩니다.”

기숙학교 어떨까요?
성격 다른 친구도 많을것
일반고→항공대도 추천해

고교 진학 때는 아이들이 한창 예민해지는 시기다. 기숙학교로 진학하는 게 좋을지에 대한 고민도 진지하게 해야만 한다. 실제 한양은 초등학교 때 기숙형 학교를 잠깐 체험해본 경험이 있다. 어머니 이씨는 “그때 기숙학교가 그렇게 맞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 했다. 유씨는 “경험을 해봐서 알겠지만 기숙형의 경우 내가 원치 않는 친구랑 생활할 수 있기 때문에 불편함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반드시 기숙학교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하나고에 가고 싶다면 그 학교를 목표로 공부하면 좋겠지만 일반고에 가서 항공대나 공군사관학교를 갈 수도 있습니다. 군인에도 여러 종류가 있잖아요. 군인 직종 안에서 어떤 직종이 맞을지도 상세히 살펴보고 판단을 해 보세요.”

평소 한양은 혼자 공부한다. 태권도 학원 외에는 별도의 입시 사교육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 학원에서 공부하는 방식을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다. 한양은 “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지난 중간고사 때 수학 성적은 기대했던 것보다 낮았다. 어머니 이씨는 “설희가 수학 문제를 조금이라도 꼬아 내거나 하면 틀린다”고 했다.

공부는 평소 엄마가 내준 범위 안에서 혼자 해보고, 엄마가 돌아오면 점검받는 식으로 한다. 엄마는 지난 중간고사 기간에 과목별로 문제집을 두 권씩 풀게 했다. 하지만 문제 푸는 시간은 지루했다. 성격이 활동적이고 명랑해서 한양한테 공부시간은 심심하고 지루하다.

지난 중간고사를 계기로 한양한테는 수학에 대한 적잖은 두려움이 싹텄다. 하지만 이지은씨는 “수학을 비롯해 지난 중간고사 결과에 대한 좌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학교 내신은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성적이에요. 적성이나 지능과는 상관이 없죠. 친구들이 학원에 가는 이유도 공식에 따라서 어느 정도 하면 성적이 오를 수 있으니까 그런 겁니다. 중간고사 결과를 보고 낙담하는 중1이 정말 많은데 그럴 거 없어요. 중1 성적은 사실상 고등학교 입시에 들어가지도 않아요.”

문제를 풀고, 틀리면 문제풀이를 보고 다시 푼다. 그래도 틀리는 것들이 나온다. 계속해서 틀리는 수학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이지은씨는 “설희처럼 말 잘 하고, 명랑한 성격의 친구들은 혼자 공부하는 게 지루할 수 있다”며 “문제 풀이과정을 중얼중얼 말로 설명해보라”고 했다. “엄마 말씀을 들어보면 순간 기억력이 좋은 것 같아요. 기억력이 좋으니까 일단 개념이며 문제 등을 보고 눈으로 스캔을 하세요. 그리고 책을 덮으세요. 그리고 말하기를 해보는 거죠. 풀이 과정도 좋고, 본 것을 그냥 설명해도 좋구요. 말하면서 내가 빼먹는 것은 모르는 대목이니까 그 대목 위주로 공부해보세요.”

수학 공부 힘들어요
점수 낮아 자신감 부족해
말로 설명하며 풀이해봐

공부 계획이 지나치게 엄마 생각대로 짜여 있다는 점도 문제였다. 이지은씨는 “학원만 안 갔지 학원에서 정해주고 여기에 따르는 식의 패턴을 그대로 하고 있다”며 “중학생 자녀를 둔 대부분의 어머님들이 시험 3주 전부터 같이 준비하고, 일주일 전부터 같이 밤을 새운다”고 했다. “그렇지만 엄마 공부 방식보다는 자기 방식대로 짜놓고 엄마가 여기에 따라오도록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엄마가 필요 없다는 건 아닙니다. 잘 모르는 건 당연히 물어보고, 검사도 받아야죠. 다만, 모든 일정과 진도 등을 설희 스스로 짜보세요. 그리고 엄마가 여기에 따라오도록 해야죠. 내일부터 당장 수학만 할 게 아니라 수학과 영어, 수학과 국어 등 수학을 매일 넣되 다른 과목도 함께 넣어 시간표를 직접 만들어보세요.”

말을 잘하는 한양은 토론, 발표력은 좋지만 독서에는 흥미가 없다. 하지만 모든 읽기자료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어머니 이씨는 “자기가 좋아하는 건 분량이 많아도 끝까지 읽는다”며 “미라 발견 소식, 비무장지대 이야기 등을 흥미롭게 보더라”고 했다. 이지은씨는 “모든 아이들이 책으로 이루어진 형태의 읽기자료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라며 “책을 책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주제의 읽을거리를 만난다고 생각하라”고 했다. “아니면 관심 있는 신문기사만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얘기를 들어보니 신무기 등을 다룬 글이 나오면 좋아할 것 같네요. 이렇게 주제별로 읽을 것들을 고르다 보면 자기만의 포트폴리오가 생길 겁니다. 자기 전, 20분 정도 주제별로 읽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멘토들은 두 시간가량 한양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료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장점도 발견했다. 고씨는 “자기 생각을 말하는 거 보면 또래 친구들과 비교할 때 말을 정말 잘한다”고 했다. 이지은씨는 “말도 잘하고 활달한 친구이기 때문에 고전적으로 혼자 하는 공부가 심심한 것”이라며 “공원에 나가서 혼자 중얼중얼 설명하며 공부를 해보라”고 했다. “혹시 기숙학교를 가게 된다면 나랑 비등한 친구 그룹을 만들어서 퀴즈대회나 쪽지시험 등을 보세요. 리더십이 있는 스타일이니까 그런 성향을 잘 이용하면 즐겁게 공부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어요. 그리고 말을 잘하는 걸 보니 ‘협상전문가’를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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