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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너는 강조하니? 나는 지겨워!

등록 2011-07-11 11:28수정 2011-07-11 11:36

[난이도 수준 : 초등 고학년~중1]
정종법 기자의 초·중등 문장 강화 /

2. 같은 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① 단어 중복을 피하라
② 구절, 소리, 의미 중복을 피하라
③ 겹말을 피하라

“저 선수는 정말 대단한 선수야.” “이 책은 내가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재밌는 책이야.” 일상 대화에서 흔히 하는 말로 그다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선수’와 ‘책’이 각각 두 번, 세 번씩 반복돼 글로 옮기면 어색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강조하기 위해 한 단어를 여러 번 말하기도 한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어로 말을 시작한 뒤, 마무리할 때쯤에 다시 그 단어를 언급해 강조하는 식이다. 이런 말하기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매우 자연스러운 의사소통방식이다. 하지만 같은 단어를 여러 번 쓰면 문장의 기본 요건인 간결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글이 지루해지고, 읽기도 불편해진다.

단어 중복의 가장 큰 이유는 어휘 부족이다. 어휘력이 딸리니 표현력도 덩달아 떨어진다. 같은 낱말을 되풀이하는 게 문제란 의식조차 없어 주의를 기울이지도 않는다. 조금만 신경 쓰면 어지간한 중복은 피할 수 있다. 빼도 되는 단어는 없애고, 문맥상 빼기 어렵다면 뜻이 비슷한 다른 말로 바꿔야 한다. 위 문장은 “저 선수는 정말 대단해”, “이 책은 내가 읽은 소설 가운데 가장 재밌어”로 바꿔야 훨씬 간결하다. 단어 중복의 사례는 초등 고학년과 중학생의 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시글은 모두 <아하! 한겨레> 누리집(ahahan.co.kr)에 올라온 글에서 추렸다.

예시글 1


(가) 게임중독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나) 절대군주제는 군주가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중앙집권적 관료 기구와 군·경을 이끄는 정치체제를 절대군주제라고 한다.

‘무엇은 무엇이다’의 형태로 주어와 서술어에 같은 단어가 반복됐다. 중복된 낱말 가운데 하나를 빼면 자연스러워진다.

(가-1) 게임중독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

(가-2) 게임중독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나-1) 절대군주제는 한 사람이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중앙집권적 관료 기구와 군·경을 이끄는 정치체제다.

(나-2) 군주가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중앙집권적 관료 기구와 군·경을 이끄는 정치체제를 절대군주제라고 한다.

이런 사례는 ‘이 노트북은 오래된 노트북이다’, ‘한국 김치가 진짜 김치다’ 등으로 매우 흔하다. ‘이 노트북은 오래됐다’, ‘한국 김치가 진짜다’로 바꿔 써야 세련되고 글의 맛이 산다.

예시글 2

(다) 정치참여에 적극적인 폴리테이너(정치참여 연예인)의 경우 반감을 불러일으킨 경우도 많다.

(라) 폴리테이너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장관으로 발탁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대부분 좋은 평을 받지 못한다.

‘경우’는 중고생들이 습관적으로 중복해 쓰는 대표적인 어휘다. 보통 ‘이 경우는 ~한 경우이며, 그런 경우 ~ 한다’ 식으로 많이 쓰는데, ‘이 경우는 ~한 예가 있으며, 이때는 ~한다’처럼 다른 말로 바꿔야 세련되고 부드럽다. 또는 (다)와 (라)처럼 한 단어가 불필요하게 반복된다고 판단하면 아예 빼도 좋다.

(다-1) 정치참여에 적극적인 폴리테이너(정치참여 연예인)는 반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라-1) 폴리테이너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장관으로 발탁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좋은 평을 받지 못한다.

한 문장 안에서뿐만 아니라 이웃하는 문장과 전체 글에서도 중복되는 단어를 최소화해야 한다. (마)는 같은 어휘가 계속 반복돼 너무 산만하다.

예시글 3

(마) 이승만 전 대통령은 ‘건국의 아버지’가 아니다. 물론 이승만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었던 것은 맞다. 그러나 초대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이 그를 건국의 아버지로 만들지는 않는다. 대한민국의 건국의 아버지들은 이승만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백범 김구를 비롯한 신채호, 여운형 등 많은 독립투사들이다. 독립투사를 다 제쳐두고 이승만 전 대통령만을 건국의 아버지라 함은 옳지 못하다.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전 대통령’이 4번씩, ‘초대 대통령’, ‘독립투사’가 2번씩 되풀이돼 글이 늘어진다. 주어 구실을 하는 반복 어휘는 없애거나 지시대명사로 바꾸고, 대체 단어를 적절히 써서 문장을 간결하게 바꾸는 게 좋다. ‘건국의 아버지’는 마지막 문장에 한 번 더 나온다. 하지만 분명한 의미 전달과 글의 흐름을 고려했을 때 자연스럽다고 판단하면 반복해 써도 무방하다. 같은 단어가 여러 번 보인다고 해서 대체할 단어가 없는데도 억지로 빼거나 바꿀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이 책은 그림책이다’처럼 ‘책’이 중복되지만 빼기에 마땅치 않거나 바꿀 단어가 없어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그림책이다’로 바꿔도 바꾸기 전 문장보다 더 자연스럽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칫 ‘되풀이되지만 꼭 필요한 단어’를 뺌으로써 문맥을 어긋나게 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마-1) 이승만 전 대통령은 ‘건국의 아버지’가 아니다. 그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란 사실만으로 이 칭호를 받을 순 없다. 백범 김구를 비롯한 신채호, 여운형 등 많은 독립투사들을 다 제쳐두고 이 전 대통령만을 건국의 아버지라 함은 옳지 못하다.

문장을 끝맺을 때 같은 단어를 반복해 쓰지 말아야 한다. 특히 인용문을 쓸 때 ‘말했다’란 서술어로 모든 문장을 마무리하는 예가 많은데, 이때는 상황에 맞는 구체적인 말로 바꿔야 문장이 살아난다. (바)에서 인터뷰 일부는 생략하고, 인터뷰이인 ‘곽씨’와 서술어 ‘말했다’의 반복에 초점을 맞췄다.

예시글 4

(바) 곽씨는 “…가정교육은 언제나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항상 관심이 필요해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정교육이 끝나는 시점은 언제인가 하고 묻자 곽씨는 “…성인이 된 뒤에도 가르침과 교육은 필요해요”라고 말하며 “언제나 자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조언을 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곽씨에게 가정교육을 할 때의 주의할 점들을 물어보았다. “…성향에 맞게 가정교육을 해야 효율적인 가정교육을 할 수 있어요”라고 곽씨는 말했다. 그러면서 곽씨는 끝으로 “모든 학부모들이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모든 서술어가 ‘말했다’로 끝난다. 그리고 인터뷰 대상자인 ‘곽씨’도 다섯 번이나 나온다. 각기 상황에 맞는 서술어 ‘말문을 열었다, 귀띔했다, 지적했다, 강조했다’ 등으로 바꾸고, 인터뷰이의 이름은 연결어 ‘~하며’와 서술어를 이용해 자주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바-1) 곽씨는 “…가정교육은 언제나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항상 관심이 필요해요”라고 말문을 열며 “…성인이 된 뒤에도 가르침과 교육은 필요해요”라고 귀띔했다. 언제나 자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조언을 해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곽씨는 “…성향에 맞게 가정교육을 해야 효율적이다”라고 가정교육을 할 때의 주의할 점을 지적하며 “모든 학부모들이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말했다’는 상황에 따라 ‘밝혔다, 강조했다, 건드렸다, 곁들였다, 공격했다, 귀띔했다, 꼬집었다, 너스레를 떨었다, 더했다, 덧붙였다, 말문을 열었다, 맹공을 퍼부었다, 부르짖었다, 부연했다, 부탁했다, 비난했다, 비판했다, 상기했다, 설명했다, 소개했다, 속삭였다, 시사했다, 시치미를 뚝 뗐다, 언급했다, 우겼다, 운을 뗐다, 일갈했다, 전했다, 주먹을 꼭 쥐었다, 주문했다, 주장했다, 지적했다, 집중포화를 날렸다, 혀를 찼다, 힐난했다’로 바꿔 쓸 수 있다. 이처럼 평소에 어휘를 쌓아 놓으면 말의 느낌과 상황을 고려해 세련되고 간결한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된다.

‘말했다’ 앞에 꾸미는 말을 붙여 ‘힘줘 (말했다), 콕 집어 말했다, 언짢아했다,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불쾌한 듯 말했다, 불쾌해했다’와 같은 표현도 가능하다.


■ 연습 문제

다음 문장에서 반복되는 단어를 없애거나 다른 말로 바꿔 간결하게 고쳐 보세요.

1. 여행할 땐 여행지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여행한 시간 순으로 메모해야 한다.

2. 우리 동네는 전통 가옥이 많은 동네이므로 보존할 동네로 지정해야 한다.

3. 그에게 열쇠를 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이다.

4. 영국인들은 호화로운 영국 왕실의 결혼식을 “영국 왕실이 세금을 많이 낭비하는 불필요한 행사”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왕실 쪽은 “국가를 홍보비 없이 홍보할 수 있다”고 말하며 “왕실 결혼식은 세계적 이슈이므로 부가가치가 높은 관광 상품”이라고 말했다.

※ 예시답안은 <아하! 한겨레> 누리집(ahahan.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교과서 ‘옥에 티’

① 수력은 높은 곳에 있는 물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위치 에너지 자원이다. 물이 낮은 곳으로 떨어지면서 수차를 돌려 기계적 에너지나 전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수력은 옛날에 물레방아를 돌려 곡식을 찧는 데 이용하다가 점차 방적, 제철, 기계의 동력원으로 이용하였다. 수력은 19세기에 들어오면서 발전용으로 이용하기 시작하였다.

고등학교 <기술·가정>(ㄷ 출판사)

→ 수력은 높은 곳에 있는 물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위치 에너지 자원이다. … 물의 힘은 옛날에 물레방아를 돌려 곡식을 찧는 데 이용하다가 점차 방적, 제철, 기계의 동력원으로 이용하였다. 19세기에 들어오면서 발전용으로 쓰기 시작하였다.

② 어린 시기에는 가족이 정치 사회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지만 성장하면서 학교와 동료 집단의 영향력이 커진다. 그러나 오늘날 정치 사회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대중 매체라 할 수 있다. 대중 매체는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기의 정치 사회화에 영향을 준다. 고등학교 <정치>(ㅊ 출판사)

→ 어린 시기에는 가족이 정치 사회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지만 성장하면서 학교와 동료 집단의 영향력이 커진다. 그러나 오늘날엔 대중 매체가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기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③ 남자는 부모 중 어느 한쪽으로부터 색맹 유전자를 받으면 무조건 색맹이 된다. 그러나 색맹 형질은 열성으로 유전하기 때문에 여자는 2개의 X염색체에 모두 색맹 유전자가 있을 때에만 색맹이 된다. 중학교 <과학3>(ㄱ 출판사)

→ 남자는 부모 중 어느 한쪽으로부터 색맹 유전자를 받으면 무조건 발현된다. 그러나 이 형질은 열성으로 유전하기 때문에 여자는 2개의 X염색체에 모두 관련 유전자가 있을 때에만 겉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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