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토론토 주민 지예잉왕이 아들 칸쿠이와 함께 집 근처 공공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지예잉왕(34)은 1주일에도 몇 차례씩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 칸쿠이(8)와 함께 집 근처 공공 도서관에 간다. 아이가 읽는 속도에 맞춰 책과 영화 디브이디, 교육용 시디 등을 빌리기 위해서다. 욕심껏 책과 디브이디를 고른 칸쿠이는 자신이 들고 갈 수 있을 만큼의 분량을 엄선해야 하므로 어린이 코너의 책상에 앉아 한참 고민한다. 이 책상은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는 오후 3시부터 저녁 8시까지 아이들을 위해 비워져 있기 때문에 편하게 쓸 수 있다. 맞은쪽 책상에서는 칸쿠이와 비슷한 또래 아이가 자원활동가의 도움을 받으며 숙제를 하고 있다. 숙제를 도와 주는 방과 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토론토 공공 도서관은 토론토 전역에 있는 도서관 지점들을 통해 다양한 어린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책, 영화, 컴퓨터 프로그램들의 열람 및 대여는 기본이고, 학교 숙제를 도와 주거나 개별 아이들의 속도에 맞게 이루어지는 읽기·쓰기 교육, 주제별 독서 모임 등을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제공한다. 장애 어린이를 위한 점자책, 큰 글씨 인쇄책, 그림책들로 이루어진 코너도 따로 있다. 이런 도서관 자원은 세계 각지에서 오는 이민자들을 감안해 25개에 이르는 다양한 언어들로 구성돼 있다.
도서관 지점별로 특화된 분야도 다채롭다. 토론토 서부의 미미코 지점이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 도서관으로 유명하다면, 도심의 릴리언 스미스 지점은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어린이용 도서들, 곧 ‘어린이 귀중본’을 소장한 도서관으로 이름나 있다. 현재 열리는 전시는 ‘징글징글한 소년들, 무시무시한 소녀들’이라는 주제 아래 1800년대부터 현재까지 아이들의 못된 행동을 다룬 동화, 소설, 그림책, 부모들을 위한 지침서 등으로 익살스럽게 구성돼 있다.
정도 차이는 있겠으나 토론토 공공 도서관들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한국 공공 도서관에서도 만날 수 있는 것들이다. 문제는 일상 생활 속에서 얼마나 쉽게 이런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는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토론토 전역에 크고 작은 지점을 98곳에 두고 있어 어디에 살든 집 가까이에서 쉽게 공공 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이는 특히 아이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데 중요하다.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아이들과 학부형을 찾아가는 지역 공공 도서관.’ 이는 민간 어린이 도서관을 문고와 더불어 공공 도서관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뼈대로 한,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우리 도서관법 개정안이 가장 명심해야 할 모습이 아닐까?
토론토/글·사진 양선영 통신원 sunyoung.yang@utoronto.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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