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란전
[줄거리] 서울에 사는 선비인 이생과 김생은 아주 가까운 친구 사이이다. 김생이 과거에 급제해 평안감사가 되자, 그는 후원에 별당을 마련하고 이생을 그곳에 머무르게 했다. 그런데 이생이 그 별당에 파묻혀 책만 읽으면서 지내자 김생은 이생을 위해 잔치를 연다. 그러나 외골수인 이생은 잔치를 망쳐 버린다. 이에 김생은 기생 오유란과 짜고 이생을 놀릴 계획을 짠다. 오유란이 소복을 입고 이생을 유혹하고, 이에 넘어간 이생은 오유란에게 푹 빠져 인연을 맺게 된다.
이튿날, 이생에게 서울 본가에서 부친의 병세가 위독하다는 내용의 편지가 오고 이생은 급히 서울길에 오른다. 그런데 서울로 올라가던 중에 다시 기별을 받으니, 부친의 병이 나았으므로 상경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다시 평양으로 가던 중 대동강 가에서 큰 무덤 하나를 발견한다. 무덤의 연유를 알아보니 열녀 오유란이 서울 선비 이생에게 속고 자살한 무덤이라는 것이다. 이에 충격을 받은 이생은 크게 놀라 자리에 눕는다.
어느 날 유령으로 변장한 오유란이 이생을 찾아온다. 이생은 오유란의 꾀에 빠져 이승과 저승을 혼동하고, 결국엔 선화당 잔치에서 벌거벗은 몸으로 오유란이 시키는 대로 하다가 여러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고야 만다. 그제서야 자신이 속은 걸 깨달은 이생은 그때부터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공부한다. 장원 급제해 암행어사가 된 이생은 김생에게 복수할 때가 왔음을 기뻐하며 평양으로 간다. 이생은 마침 계월과 동침 중인 김생 앞에서 어사 출도를 외쳐 통쾌하게 복수를 한 뒤 김생과 화해한다.
[주제] 호색적이고 위선적인 양반 사회를 풍자함.
[해설] 노무현 대통령이 관람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인당수 사랑가>를 비롯, 전통 창극이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으며 이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오유란전(烏有蘭傳)>도 지난해에 창극으로 새로이 제작되어 선보인 바 있다.
조선 영·정조 시대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오유란전>은 오유란이라는 관기(官妓)의 교묘한 꾀에 빠져 망신을 당한 이생이 이에 자극을 받아 출세를 하고 복수를 한다는 것이 기본 줄거리이다. 양반들의 치부를 풍자한 오유란전은 심각할 수 있는 장면-이생의 사랑, 김생에게 복수하는 장면-까지 웃음으로 처리했다는 점에서 명랑 소설로 평가받는다.
<오유란전>은 창극본 소설인 <배비장전>과 구조가 비슷한데,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유형문제
[지문] (전략 줄거리) 이생과 김생은 가까운 친구 사이인데, 김생이 장원 급제해 평안감사가 되자 이생을 청해 별당에 거처하게 했다. 어느 날 잔치를 열어 이생을 위로하고자 했으나 외골수인 이생은 잔치를 망치고 만다. 김생은 기생 오유란을 시켜 이생을 유혹하도록 하고, 이생은 계책에 넘어가 오유란과 인연을 맺는다. 김생과 오유란은 또 다시 꾀를 내어 이생으로 하여금 자신이 죽어 귀신이 됐다고 믿게 해, 알몸으로 거리를 활보하게 한다.
이생은 고개를 끄덕이고 알몸으로 문을 나서니 행동이 어수룩하고 모습이 초라했다. 그러한 모습을 하고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삼문을 걸어서 지나갔다. 즉시 선화당 대청 위로 올라가서, 오유란이 물러서며 이생에게 속삭이기를, “사또가 저기 있으니, 낭군님은 이전 이방의 집에서 한 것과 같이 들어가서 사또를 치고 그 거동을 보십시오.”
“나는 익숙하지 못한데 어찌 마음놓고 할 수 있을까?”
“일은 그리 어렵지 아니합니다. 저는 상하의 분수가 있어서 감히 할 수 없거니와, 낭군님은 무슨 꺼릴 것이 있겠습니까?”
이생은 마지못하여 허리를 꾸부리고 슬금슬금 앞으로 가서 머뭇거리고 서성대면서 보는 것도 같고, 아는 것도 같아서 바로 곧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이상한 눈초리로 살피고 있는데, 감사가 가만히 담뱃대로 이생의 배를 쿡 찌르면서 말했다.
“형장은 이 무슨 꼴인가?”
이생은 깜짝 놀라며 털썩 주저앉고는 비로소 자기가 살아 있음을 깨달으니, 취몽이 삼월 봄날에 깬 것과 같고, 훈풍이 한 가닥 불어온 것과 같이 정신이 들었다. 순간 어리둥절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으나, 곧 정신을 차려보니 조금도 의심할 것이 없고, ⓐ모두가 한 통속이 되어 자기를 속였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기운이 탁 풀리고 맥이 없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중략)
이생은 정사로 물러가 거처하며, 설분에만 뜻을 두고 마음속으로 굳게 맹세하고는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 해 가을에 마침 임금님이 문묘에 참배하심을 만나 글을 품고 가서 올렸던 바, 다행히 임금의 눈에 들게 되었다. 급제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한림학사로 뽑혔으니, 부모님들이 다같이 즐거워 할 영광이요, 친척들도 다같이 기뻐할 경하였다. 원근이 모두 기뻐 날뛰며 칭찬하느라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때 서쪽 지방에 심한 흉년이 들어 민심이 흉흉하였다. 임금이 근심하여 신하들을 보고 암행어사가 될 인재를 뽑아 오리라 했더니, 곧 이한림이 뽑혔다.
이한림은 새 명령을 분부 받고, 설분할 기회가 닥쳐왔음을 못내 기뻐하며 매우 다행으로 여겼다. 행장을 다스려 가지고 곧 떠나 전전하면서 서주로 가니 행로가 흥겨웠고, 의기가 양양하였다.
[문제] ⓐ→ⓑ의 사건 진행으로 볼 때, 감사의 의도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이생이 스스로 독립하기를 원함
② 융통성 없는 이생의 성품을 고치고자 함
③ 양반 계층의 허위의식을 비판하고자 함
④ 목표 달성을 위한 계기를 마련해주고자 함
⑤ 삶의 의미에 대한 각성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함
[풀이] 정답: ④. 김생 등이 한통속이 되어 이생을 놀린 사건은 이후 이생이 한림학사로 뽑히게 된 것을 생각해 볼 때, 이생의 과거 급제를 위한 계기로 작용하게 됨을 알 수 있다. 함께 동문수학한 친구 사이로 한 명은 급제해 평안감사가 되고 한 명은 별당에서 두문불출 공부만 하게 된다. 이생은 친구인 김생의 위로 잔치에서도 외골수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는데 이렇게 움츠러든 이생에게 목표 달성을 위한 필연적인 이유를 제공해 줌으로써 이생의 과거 급제를 도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문제의 포인트는 ⓐ→ⓑ의 사건 진행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유형노트
의도 파악하기
‘의도(意圖)’란 ‘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계획 또는, 무엇을 하려고 꾀하는 것’을 뜻한다. ‘무엇을 위해’, ‘왜’ 이 행위를 했느냐를 파악하는 것이 이 유형에서 묻고자 하는 것이므로 ‘의도 파악하기’ 유형에서는 어떤 행위의 동기와 결과를 파악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 행위의 결과는 그 행위의 의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그 의도는 동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위 문제에선 김생이 이생을 놀린 것만 본다면 그 의도는 재미에 있다고 하겠지만, 사건의 진행 결과를 고려한다면 ‘목표 달성을 위한 계기 마련’이 의도가 되는 것이다.
또 글의 집필 의도를 묻는 경우도 있다. 이때에는 글의 주제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글의 의도는 주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능 공부법을 영역별로 다룬 글이 있다고 한다면, 주제는 ‘영역별 수능 공부법’이겠지만, 글의 의도는 ‘수능 만점 받기’ 또는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기’가 될 것이다. 이처럼 글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결과가 무엇인지를 생각한다면 의도를 찾는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만기/언어 영역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