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성적산출 오류…석차변경 2만명 육박
“대입 수시모집 코앞인데” 수험생 혼란 불보듯
“대입 수시모집 코앞인데” 수험생 혼란 불보듯
교육과학기술부가 올 3월 도입한 차세대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성적 처리 프로그램에 오류가 발생해, 전국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기말 성적이 재산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학교 성적 처리와 관련된 통합 시스템을 도입한 1997년 이래 학생과 학부모에게 이미 통보한 성적을 정정해야 할 오류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22일 “차세대 나이스를 통한 중·고등학교의 학기말 성적 처리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돼 긴급하게 정정 절차를 진행한다”며 “늦어도 29일까지는 재산출한 성적을 반영한 성적표를 발송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성적 오류가 난 학생뿐만 아니라 전체 학생에게 성적표를 재발송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등학교의 경우 성적 오류는 동점자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천세영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내신 9등급제에서는 학생들이 동일 석차가 나오면 안 되기 때문에 똑같은 점수를 받은 학생도 여러 동점자 처리 기준을 적용해 다른 석차를 부여하게 된다”며 “이때 컴퓨터의 계산 오차를 보정하지 않아 석차 구분에 착오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다른 학생과 동점을 기록한 과목이 있는 학생의 경우, 성적을 재산출하면 석차가 바뀌거나 경우에 따라 석차등급까지 바뀔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는 전체 고등학생 190만명 가운데 석차가 바뀌는 학생이 1만5000여명, 석차등급까지 바뀌는 학생은 2000명가량 될 것으로 추정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정확한 변동 인원은 각 학교가 오류를 수정한 프로그램으로 성적을 재산출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중학교는 시험을 보지 않은 무단 결시 학생에게 점수를 부여할 때 적용한 기준들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성적이 더 낮게 산출된 학생이 200여명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단, 무단 결시 학생은 무조건 최하점을 받는다는 점에서 석차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오류는 고등학교의 경우 지난 18일, 중학교는 지난 13일 교사들의 제보로 발견됐다고 교과부는 설명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교가 정한 동점자 처리 기준대로 하면 석차가 더 낮게 나와야 하는 학생이 오히려 높게 나온 사례가 발견되면서 제보가 들어왔고, 그때부터 시스템 수정을 시작해 현재는 수정이 완료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원단체들은 성적 오류 등의 사태가 이미 예견됐던 것이라며 운영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충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차세대 나이스가 성적 처리부터 급여, 결재, 회계까지 다 포괄하면서 시스템이 비대해졌고 도입 초기부터 자잘한 오류들이 끊이지 않았다”며 “대입 수시모집을 앞둔 고3들의 피해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차세대 나이스는 기존의 교무행정업무 중심의 나이스에 학교회계정보시스템(에듀파인)과 전자결재시스템을 결합한 것으로 올 3월부터 도입돼 일선 학교에서 사용중이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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