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여자 아이인데 보통 아이들에 비해 지능이 조금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면에서 자기가 남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며 의기소침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도 ‘왕따’에 관한 책을 좋아하고 힘없고 작은 주인공들을 불쌍해합니다. 자기가 하는 일에 믿음이 없어 다른 사람의 확인을 받아야 안심을 합니다. 이런 아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책은 스스로 읽을 때도 그렇지만 읽어 줄 때 더 큰 가치를 발휘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준다는 것은 책을 매개로 해 아이와 소통한다는 의미가 크거든요. 책을 읽어 주면서 아이가 어떤 장면에서 즐거워하는지,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덜 느끼는지, 어떤 낱말을 이해하는지, 그렇지 못한지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거든요. 아이가 지능이 떨어진다고 했는데 그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우선 아이에게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강아지 똥>(권정생 글/길벗어린이)은 세상 천지에 쓸모라고는 없을 것 같은, 그래서 병아리들에게, 참새에게도, 심지어 길가의 흙덩이에게조차 무시당하던 강아지 똥이 아름다운 민들레 꽃을 피워내는 거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이 책이 아이에게 나도 무언가에 쓰일 수 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인식을 갖게 할 수도 있겠습니다. <황금새>(벌리 도허티 글/웅진)에 나오는 앤드류는 아빠를 잃은 충격으로 말더듬이가 되고 그 때문에 매사에 자신감을 잃은 아이였지요. 그러나 학급에서 무대에 올리는 연극에서 주어진 배역을 맡아 숱한 연습 끝에 관객들을 놀라움과 즐거움에 빠트릴 만큼 성공적인 연기를 해냅니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이렇게 한 가지쯤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걸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줍니다. 그뿐인가요?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오체 불만족>의 작가는 아이들을 위해 <내 마음의 선물>(오토다케 히로타다/창해)이라는 글로 누구나 어떤 조건을 가졌든 세상의 주인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우리 옛이야기의 주인공 <반쪽이>(이미애 글/보림)는 눈도 귀도 팔도 하나밖에 없어서 형제들에게조차 외면당하지만 숱한 어려움을 모두 이기고 예쁜 아내까지 얻지요.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D.K. 래이 그림, 존 W. 피터슨 글/중앙출판사)에 나오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몸짓으로 눈으로 아름답게 자신을 표현하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아름다운 한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자신감이 없는 아이는 자기 안의 능력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을 읽어 주면서 당당하게 세상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동화 속 주인공들과 만나게 해 주세요. 그들을 통해서 자기 안의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요.
조월례/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 weuly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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