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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호~불어줄게 친구야”

등록 2005-07-10 15:43수정 2005-07-13 02:26

<피양랭면집 명옥이>

강힘찬의 별명은 ‘닭살’이다. 아토피성 피부염을 심하게 앓는 까닭이다. 아이들은 “징그럽다”며 힘찬이와 짝을 하기 싫어한다. 힘찬이는 종종 마음을 다친다.

김명옥의 별명은 병아리다. 처음 전학 왔을 때는 ‘벙어리’였다. 가족들과 북한에서 탈출한 명옥이는 남한 생활에 익숙지 않아 아이들의 질문에 수줍게 웃음만 지었다. 아이들은 명옥이가 말을 못하는 줄 알고 놀리다가, 명옥이가 “나 벙어리 아니란 말이다, 알겠네?”라고 소리를 꽥 지르고 난 뒤 별명을 바꿨다.

닭살 강힘찬과 병아리 김명옥은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소시지를 못 먹는다. 힘찬이는 먹고 싶어도 못 먹고, 명옥이는 안 먹어 봐서 못 먹는다.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다는 점도 같다. 아이들은 처음에 따로따로 놀리다가, 나중에는 “닭살이랑 병아리랑 사귀냐?”며 묶음으로 놀린다. 먹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아이들은 힘찬이의 고충을 알지 못하지만, 먹을 게 없어 굶어 본 명옥이는 힘찬이가 급식 때마다 반찬 때문에 힘들어하는 걸 금세 안다. 어릴 적부터 ‘참아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자란 힘찬이는 남한 생활에 쉽게 적응 못하는 명옥이를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 그래서 둘은 친구가 됐다. 힘찬이가 동치미 국물로 시원하게 말아 만든 ‘피양 랭면’을 좋아하게 되면, 더욱 절친한 친구로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토피 앓는 힘찬이
낯선 새터민 명옥이
상처를 보듬어 가는
마음밭 \'통일\' 수업

〈피양랭면집 명옥이〉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온 새터민을 소재로 한 기존 동화와 달리, 탈북 아이들이 북에서 얼마나 어렵게 살았고 탈북 과정에서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남북 아이들이 남한의 학교에서 만나 빚어내는 ‘현재’를 조근조근 들려준다. 작가인 원유순씨는 초등학교 교사다. 쉽게 잔인해지지만 그만큼 쉽게 감동하고 공감하는, 아이들 특유의 심성과 생생한 입말이 살아 있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4년여에 걸친 집필 기간에 작품의 열 배에 가까운 분량을 쓰고 줄인 덕택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전개가 돋보이는 것도 장점이다. 한 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통일’ 수업 시간에 아이들은 말한다. “우리는 북한 부자들이 갖고 있다는 텔레비전과 세탁기는 물론이고 컴퓨터, 피아노, 자가용까지 있으니 북한에 가면 부자가 되겠네.” 명옥이를 힐끗거리며 우쭐대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 부모들의 모습과 겹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로 사는 건 하나도 자랑할 것이 아니라고, 부자라고 해서 남을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수천 번쯤 말해 주면, 아이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작가는 일일이 답하지 않지만, 읽는 이에겐 긴 여운이 남는다. 초등 저학년, 원유순 글, 최정인 그림. -웅진주니어/7천원.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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