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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한자어 풀어헤치면 겹쳐 쓴 말이 보여요!

등록 2011-07-25 15:14

글쟁이들도 여차하면 겹말의 함정에 빠져
겹말 자주 쓰면 어휘력 밑천 모두 드러나
정종법 기자의 초·중등 문장 강화 /

2. 같은 말을 되풀이하지 말라
① 단어 중복을 피하라
② 구절, 소리, 의미 중복을 피하라
③ 겹말을 피하라

“(…) 비에 젖은 풀잎처럼 단발머리 곱게 빗은 그 소녀 ~” 가수 조용필이 1979년에 불러 크게 유행한 노래 ‘단발머리’의 가사다. 이 노래의 제목엔 되풀이되는 말이 있다. ‘단발’의 ‘발’(髮)이 ‘머리털’을 뜻하는데, 뒤에 토박이말 ‘머리’가 또 따라붙는다. ‘끊을 단’(斷)까지 풀이해 쓰면 ‘끊은머리털머리’가 돼 어색하다. 이런 식으로 한 단어나 구 안에 같은 뜻이 겹쳐 나오는 말을 ‘겹말’이라 한다.

겹말은 의미 중복과 마찬가지로, 뜻은 같지만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래서 글을 좀 쓴다 하는 이들도 겹말의 함정에 쉽게 빠진다. ‘단발머리’, ‘처갓집’, ‘고목나무’ 등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써 사전에 정식으로 등록되기까지 했다. ‘처갓집’은 ‘집 가’(家)와 ‘집’이, ‘고목나무’는 ‘나무 목’(木)과 ‘나무’가 반복되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사전에 올라 있다.

이처럼 언어는 대중들이 많이 쓰면 인정을 받는다. 하지만 되도록 겹말을 피해야 글이 간결하고 세련된다. 특히 아직 어휘 수준이 낮은 초·중·고생들은 단어의 의미가 겹치진 않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다음은 <아하! 한겨레> 누리집(ahahan.co.kr)에 올라온 글이다.

예시글1


(가)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높아지면서 학생들이 옥상위로 올라가지 못하게 자물쇠를 굳게 채우는 학교들이 많아졌다.

(나) 이번 여름 방학에는 친구들과 함께 동해바다로 가서 모래사장을 뛰어다니고 싶다.

(다) 생일날에 친구들이 장난삼아 때리는 ‘생일빵’은 매우 위험하다.

(라) 시험 때가 되면 학원에서 예전에 출제됐던 기출문제모음집을 나눠준다.

언뜻 봐선 자연스럽다. 그런데 ‘옥상위’, ‘동해바다’, ‘생일날’, ‘기출문제모음집’ 등은 토박이말과 한자어가 겹쳐 이뤄진 것으로 한자어의 뜻을 풀어 되새기면 겹치는 말이 드러나 어색하다. ‘옥상위’의 ‘위 상’(上)과 ‘위’, ‘동해바다’의 ‘바다 해’(海)와 ‘바다’, ‘생일날’의 ‘날 일’(日)과 ‘날’, ‘기출문제모음집’의 ‘모음’과 ‘모일 집’(集)이 겹치므로, 옥상, 동해, 생일, 기출문제집으로 써야 중복을 피할 수 있다. 예문 (나)에서 ‘모래사장’의 ‘모래’와 ‘모래 사’(沙)도 겹치긴 하지만 모래를 없애고 ‘사장’만 쓰면 더 어색하므로 이 경우엔 그냥 고치지 않는 게 낫다. 예문 (라)에서 ‘예전에 출제됐던’과 ‘기출’도 의미상 겹치므로 ‘예전에 출제됐던’을 빼야 자연스럽다.

(가-1)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높아지면서 학생들이 옥상으로 올라가지 못하게 자물쇠를 굳게 채우는 학교들이 많아졌다.

(나-1) 이번 여름 방학에는 친구들과 함께 동해로 가서 모래사장을 뛰어다니고 싶다.

(다-1) 생일에 친구들이 장난삼아 때리는 ‘생일빵’은 매우 위험하다.

(라-1) 시험 때가 되면 학원에서 기출문제집을 나눠준다.

이밖에 자주 쓰는 단어 형태의 겹말은 ‘관중들→관중’, ‘금발머리→금발’, ‘가로수나무→가로수’, ‘가죽혁대→혁대’, ‘내면속→내면’, ‘농사일→농사’, ‘뇌리속→뇌리, 머릿속’, ‘매일(매달)마다→매일(매달)’, ‘우방국→우방’, ‘역전앞→역전’, ‘악취냄새→악취’, ‘약수물→약수’, ‘전선줄→전선’, ‘전기누전→누전’, ‘현안문제→현안’, ‘호피가죽→호피, 호랑이 가죽’, ‘과반수이상→과반수’ 등이 있다.

겹말은 대부분 토박이말과 한자어를 잘못 섞어 쓰기 때문에 발생한다. 드물게 ‘우방국’의 ‘나라 방’(邦)과 ‘나라 국’(國)처럼 한자어 두 개가 겹치는 경우도 있지만, ‘관중들’의 ‘무리 중’(衆)과 ‘들’, ‘가죽혁대’의 ‘가죽’과 ‘가죽 혁’(革)처럼 순우리말을 보충하기 위해 한자어를 덧붙여 쓰는 예가 많다.

겹말을 쓰는 사람들은 토박이말의 뜻은 잘 알고 있는데, 왠지 그 말만 쓰기엔 자신이 없고, 격이 낮아 보인다는 생각도 들어 한자어를 수식어나 술어로 거듭 쓴다. 한자는 표의문자로 낱글자가 고유한 뜻을 지니므로 낱글자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직관적으로 쓰면 겹치는 말이 자주 나오기 마련이다. 따라서 한자어 뜻을 정확하게 알고 써야 겹말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훈련이 덜된 글쓰기 초보자들은 사전에서 매번 한자어를 찾는 게 번거롭다. 그렇다면 한자어를 되도록 쓰지 말고, 쉬운 우리말로 풀어 쓰면 간단히 해결된다. 어쩔 수 없이 한자어를 써야 할 때만 사전에서 정확한 뜻을 확인한 뒤 쓰면 된다. 겹말은 셀 수 없이 많지만, 단어를 찾으며 어휘력을 키우다보면 겹치지 않게 글을 쓸 수 있는 힘이 커진다. 예를 들어 ‘결실을 맺다’에 나오는 한자어 ‘결실’을 사전에서 찾으면 ‘맺을 결’(結), ‘열매 실’(實)로 이뤄져 ‘열매를 맺다’는 뜻을 나타낸다는 걸 알 수 있다. 서술어 ‘맺다’가 되풀이되므로 ‘결’을 빼고 ‘실’을 우리말 ‘열매’로 바꿔 ‘열매를 맺다’로 쓰면 자연스러워진다.

단어 형태의 겹말은 워낙 버릇처럼 자주 쓰는 탓에 필자와 독자 모두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구 형태의 겹말은 눈에도 잘 띄고, 어법에도 크게 어긋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예시글2

(마) 새로운 신소재인 ‘그래핀’(graphene)을 연구한 사람들이 2010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바) 소위 이른바 명문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학생의 노력뿐만 아니라 집안의 재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사) 일본이 지난 과거를 진실한 마음으로 사과한다면 한·일간에 새로운 신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아)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미리 기차표를 예매해야 한다.

(자) 미국은 오사마 빈라덴의 은신처를 파악하고 먼저 선제공격을 했다.

(차) 청춘들이여, 불안한 마음을 접고 앞으로 전진하라.

(카)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취업 설명회는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로 빈 공간이 없이 꽉 찼다.

‘신소재’란 말 속에 이미 ‘새로운’이란 뜻이 포함돼 있는데 앞에 ‘새로운’을 붙여 중복됐다. ‘새로운’과 ‘신’ 가운데 하나를 없애야 한다. 예문 (사)의 ‘새로운 신세계’도 같은 예다. ‘소위’와 ‘이른바’는 뜻이 같은데, 역시 반복해 썼다. 하나만 써도 충분하다. ‘지난 과거’도 마찬가지다. ‘지날 과’(過)는 앞의 ‘지난’과 뜻이 겹친다. ‘지난’을 빼야 한다. ‘예매’의 ‘미리 예’(豫), ‘선제공격’의 ‘먼저 선’(先), ‘전진’의 ‘앞 전’(前), ‘공간’의 ‘빌 공’(空)이 모두 같은 예다.

한자어를 쓸 땐 반드시 뜻을 정확히 알고 써야 한다. 겹말이 자주 보이면 독자는 필자의 어휘력을 의심하거나 무성의한 글쓰기에 등을 돌린다.

(마-1) 신소재(또는 ‘새로운 소재’)인 ‘그래핀’(graphene)을 연구한 사람들이 2010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바-1) 이른바 명문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학생의 노력뿐만 아니라 집안의 재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사-1) 일본이 과거(또는 ‘지난 일’)를 진실한 마음으로 사과한다면 한·일간에 신세계(또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아-1)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기차표를 예매해야(또는 ‘미리 사둬야’) 한다.

(자-1) 미국은 오사마 빈라덴의 은신처를 파악하고 선제공격(또는 ‘먼저 공격’)을 했다.

(차-1) 청춘들이여, 불안한 마음을 접고 전진하라(또는 ‘앞으로 가라’).

(카-1)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취업 설명회는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로 빈틈이 없이 꽉 찼다.

이밖에도 기계적으로 쓰는 구 형태의 겹말은 ‘결실을 맺다→열매를 맺다’, ‘간단히 요약하면→요약하면’, ‘공감을 느끼다→공감하다’, ‘관점에서 보면→관점에서’, ‘더불어 같이 살다→같이 살다, 더불어 살다’, ‘다른 대안→대안’, ‘뜨거운 열기→열기, 뜨거운 기운’, ‘미리 예습하다→예습하다’, ‘먼저 선수를 치다→선수를 치다’, ‘시범을 보이다→시범하다’, ‘이 기간 동안에→이 기간에’, ‘오랜 숙원→숙원’, ‘8월 달→8월’, ‘8일 날→8일’, ‘집에 귀가하다→귀가하다’, ‘작품을 출품하다→출품하다, 작품을 내다’, ‘타고난 선천적 성격→타고난 성격, 선천적 성격’ 등으로 대단히 많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한자어의 낱글자 뜻을 사전에서 확인한 뒤 쓰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그래야 군더더기인 겹말을 걷어내고 세련된 글을 쓸 수 있다.


■ 연습 문제

다음 문장에서 겹치는 부분을 찾아 없애거나 다른 말로 바꿔 보세요.

1. 이번 대형화재는 전기누전이 원인이다.

2. 소셜테이너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견을 밖으로 표출할 권리가 있다.

3. 새로이 나서는 신진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출품할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

※ 예시답안은 <아하! 한겨레> 누리집(ahahan.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교과서 ‘옥에 티’

① 편리하고 한가롭게 살기를 바라는 풍조가 늘어나고, 소득의 증가로 야외 여가 활동이 늘어나면서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의 소비량이 크게 늘어났다. 중학교 <환경>(ㄱ 출판사)

→ (…)소득의 증가로 야외 여가 활동이 늘어나면서 일회용품(또는 ‘한 번 쓰고 버리는 물품’)의 소비량이 크게 늘어났다.

② 은행에 가지 않고도 돈을 송금하거나 이체할 수 있으며, 상품을 주문하거나 배송을 의뢰할 수도 있다.

고등학교 <생활과 과학>(교육과학기술부)

→ 은행에 가지 않고도 송금하거나(또는 ‘돈을 보내거나’) 이체할 수 있으며, 상품을 주문하거나 배송을 의뢰할 수도 있다.

③ 깊은 땅속에 있던 암석이 땅 위로 노출되면 암석을 누르던 압력이 줄어들어 암석의 겉 부분이 얇게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중학교 <과학1>(ㅁ 출판사)

→ 깊은 땅속에 있던 암석이 땅 위로 노출되면 암석에 가해지던 압력이(또는 ‘암석을 누르던 힘이’) 줄어들어 암석의 겉 부분이 얇게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④ 그래서 사람들은 “테니스를 좋아하는 파트너가 상대방의 제의에 ‘자발적으로’ 동의하여 테니스를 하는 것이 부도덕이 아니듯이, 성인 남녀가 서로의 쾌락을 위하여 성관계가 가져올 여러 가지 위험과 나쁜 영향에 대해 ‘충분히 숙지되어 있는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동의한 성관계’ 역시 도덕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단정한다. 고등학교 <시민 윤리>(교육인적자원부)

→ 그래서 사람들은 “(…) 성인 남녀가 서로의 쾌락을 위하여 성관계가 가져올 여러 가지 위험과 나쁜 영향에 대해 ‘숙지되어(또는 ‘충분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동의한 성관계’ 역시 도덕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단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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