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평교사도 응모할 수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통해 서울 영림중 교장 후보자로 재선출된 박수찬 서울 한울중 교사에 대한 임용 제청을 한 달 가까이 거부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교과부는 박 후보자가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임용 제청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교원단체와 영림중 학부모단체 등은 “교과부 조처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25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29일 요구한 박 후보자의 임용 제청에 대해 “심도있게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인 박 후보자는 지난 2월에도 교장공모제를 통해 영림중 교장 후보자로 선출됐으나, 교과부는 공모 과정에서 서류 심사만으로 일부 지원자를 탈락시키는 등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임용 제청을 거부한 바 있다.
김관복 교과부 학교지원국장은 이날 임용 제청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교장 임용은 보통 한 달 정도 걸린다”며 “검찰이 기소 내용을 통보하면 임용 제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지검은 박 후보자가 2006년 3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한 달 평균 9000원씩 모두 27만원을 민노당에 후원한 혐의가 있다며 곧 불구속 기소할 예정이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아직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조속히 임용 제청이 이뤄져야 한다”며 “지난 4월 법원은 여당(한나라당) 국회의원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후원한 교원들에 대해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정치자금을 후원했다’는 이유로 무죄 선고를 내렸다”고 밝혔다.
한만중 전교조 부위원장은 “박 후보자는 정당에 가입하지 않고 단순 후원만 했으며, 당원으로서 권리 행사나 의무 이행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판결대로라면 무죄”라고 주장했다.
영림중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 내부형 교장공모제 심사위원회는 25일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박수찬 교장 임명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교과부는 ‘위법 사실이 있으면 임용 제청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교육공무원 임용령 제16조에 따르면 검찰의 기소만으로는 승진 임용을 제한할 수 없다”며 교과부에 임용 제청을 촉구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부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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