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석 기자의 서술형·논술형 대비법] 54. 첨삭·평가하고 다시쓰기 (중)
효과적인 논증인지 확인
분량·흐름·순서 적절한지
효과적인 논증인지 확인
분량·흐름·순서 적절한지
지난번 글에서 논술을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전체를 한 덩어리로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렇다면 글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논술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뭘까. 바로 글이 주장하는 바, 즉 논지가 제대로 구성됐는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주장하는 바가 분명한가(명확성), 주장하는 바가 모순되지 않는가(일관성), 이 두 가지는 논지 평가의 첫번째 대상이다.
논지의 명확성은 주장하는 바가 혼돈스럽거나 모호하지 않다는 뜻이다. 논지가 명확한 글은 한번 읽고도 주장하는 바가 손에 잡히듯 분명히 정리된다. 그래서 글 전체가 한두 문장으로 잘 요약되는지를 확인해보면 논지의 명확성을 평가하기 쉽다. 한두 문장으로 금방 정리된다면 명확성이 높다고 할 수 있지만, 제대로 되지 않으면 주장이 혼돈스럽고 모호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논지의 일관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장하는 바가 초지일관된다는 뜻이다. 전반부의 주장과 후반부의 주장이 달라지거나 어긋나면 논지가 일관됐다고 하기 어렵다. 특히 찬반이 뚜렷하게 나뉘거나, 이분법적으로 갈리는 주제를 쓸 때는 ‘두 주장 모두 맞다’(양시론)거나 ‘두 주장 모두 틀렸다’(양비론)고 쓰면 안 된다. 양시론이나 양비론으로 쓰면 글의 일관성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논지의 일관성과 명확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글쓴이가 논제가 묻는 핵심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핵심이 오락가락하면 일관성에 문제가 생기고, 핵심에서 벗어나는 내용이 많으면 명확성에 금이 간다. 평가할 때 ‘핵심 내용과 얼마나 가까운가’(근접성)와 ‘핵심 내용과 얼마나 연결되는가’(연결성)를 기준으로 분석하면 글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논지의 명확성과 일관성은 논술의 기본에 해당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논술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글을 세련되게 썼다’거나, ‘설득력 있게 썼다’는 평가에 앞서 ‘논술의 조건을 갖췄느냐 못 갖췄느냐’ 하는 문제에 속하기 때문이다. 논술을 연습하는 이들은 이 부분에 대한 능력부터 갖춰야 하고, 평가하는 이들은 이 부분부터 평가해야 한다.
명확성과 일관성에 대한 평가가 끝나면 논지·논거의 설득력을 평가해야 한다. 논거는 논지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말한다. 논거를 펼치는 과정이 논증이라 할 수 있으므로 논증이 잘 됐는지를 평가하는 과정인 셈이다. 논지·논거의 설득력을 평가하려면 핵심 논증이 적절했는지를 살펴야 한다. 먼저 논거가 정확하고, 구체적이며, 풍부한가를 살펴야 한다. 논리의 흐름과 구성이 짜임새 있고 자연스러운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론이나 개념은 쉽게 풀어서 대중적인 언어를 사용했는지, 글에 인용한 수치는 통계청과 같은 국가기관이 발표한 믿을 만한 것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논지·논거의 설득력을 평가했다면, 그다음으로는 구성의 완성도·완결성을 봐야 한다. 구성의 완성도는 글의 분량·흐름·순서 등이 적절했는지를 분석하는 일이다. 분량 평가에서는 글 전체 분량에 견줘볼 때 각 부분의 분량이 적정했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도입부의 분량이 길어지면 다른 부분이 위축되는 경향이 짙다. 논술에서는 전개부(본론)의 분량을 제대로 확보하는 게 필수다. 흐름을 평가할 때는 글이 처음부터 끝까지 물이 흘러가듯이 잘 흐르는지를 봐야 한다. 논리가 물 흐르듯 흘러야 읽는이가 글쓴이의 생각에 빠져들어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읽는이는 반감을 가지거나, 딴생각을 품게 된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흐름, 문단과 문단 사이의 흐름과 연관 관계도 유심히 살펴야 한다. 순서를 평가할 때는 첫 부분과 끝 부분이 적절한지를 우선 본다. 도입부의 흡인력이나 주목도가 얼마나 높은지 살핀 뒤에는 마지막 문단의 적절성을 평가한다. 다음으로 각 문단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방법으로 문단의 위치가 적절한지를 본다.
김창석 기자 kimcs@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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