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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평화로 문제를 푸는 힘

등록 2011-08-01 09:50수정 2011-08-01 09:55

안광복 교사의 시사쟁점! 이 한권의 책
40. 19년간의 평화수업 - 테러 시대, 전쟁이 ‘정답’은 아니다.
<19년간의 평화수업>
콜먼 매카시 지음
이철우 옮김/책으로여는세상

중국(중공), 과테말라, 인도네시아, 쿠바, 콩고, 페루,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과테말라, 그라나다, 리비아,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파나마, 이라크, 수단, 아프가니스탄, 유고슬라비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전쟁이 벌인 나라들이다. 모두 국회의 동의까지 받은 ‘합법적인’ 전쟁이었다. 하지만 사회운동가 콜먼 매카시는 묻는다. 과연 이 가운데 미국이 전쟁으로 민주화시키거나 경제 발전을 이끈 나라가 있던가?

그럼에도 전쟁은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진다. 악(惡)과 싸우려면 군대가 꼭 필요하다는 논리에서다. 군대를 꾸리는 데는 엄청난 돈과 품이 들어간다. 미국의 국방예산은 2001년에 이미 3090억달러를 넘어섰다. 1초에 9천달러씩 퍼붓는 꼴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세상은 더 안전해졌던가? 그런데도 왜 우리는 ‘평화로운 해결 방법’에 눈길을 돌리지 않을까? 일상에서도 우리는 폭력에 철저하게 길들여져 있다. 콜먼 매카시는 학교를 예로 든다.

숙제, 시험, 그리고 성적. 학생들을 공부로 이끄는 ‘3종의 신기(神器)’다. 아이들은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야 성공한다고 믿는다. 성적으로 을러댈 때 다급하게 공부에 매달리는 이유다. 아이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득바득 공부한다. ‘협박(?)’에 쫓겨 공부한 아이가 학문의 즐거움을 알까? 평생학습의 시대, 그럼에도 왜 공부는 ‘수험생이 하는 것’으로 굳어졌는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콜먼 매카시는 재미있는 일화 한 토막을 들려준다.

아이가 부모에게 물었다. “엄마 아빠, 사람들은 어린이집에 다닐 때 열심히 해야 좋은 유치원에 갈 수 있다고 했어요. 유치원 다닐 때는 유치원 시절에 열심히 해야 좋은 고등학교에 갈 수 있다고 했지요. 그리고 고등학교 다닐 때는 고등학교 때 열심히 해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하잖아요. 대학에 다닐 때는 대학 때 열심히 해야만 좋은 자리를 얻을 수 있고요. 그럼 좋은 자리를 얻은 후에는 무엇을 위해 열심히 해야 하나요?” 아이의 부모가 대답했다. “좋은 직장을 얻고, 그래서 돈을 충분히 벌어서 네 아이들을 좋은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서지.”

아무 생각 없이 강요와 폭력을 따를 때 삶의 고통은 거듭된다. 여기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평화로운 해결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콜먼 매카시는 간디를 우리가 따라야 할 삶의 모델로 소개한다. 그가 ‘실용적인 간디’라고 부르는 갈등 푸는 방법을 따라가 보자. 무엇보다, 갈등을 분명하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다툼이 끊이지 않는 부부의 75%는 서로 다른 문제로 싸운다고 한다. 남편은 오늘 부인이 한 말 때문에 화가 났지만, 부인은 남편이 3주 전에 한 행동 탓에 분통을 터뜨리는 식이다.

나아가, 나와 갈등하는 ‘사람’이 아니라 갈등을 일으키는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상대의 반대는 ‘나’ 자신이 아니라 나의 ‘의견’에 대해서임을 분명히 하라. 나 역시 상대에게 상처 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상대의 ‘생각’을 바꾸고 싶을 뿐이다.

또 서로의 ‘차이’가 아닌 ‘공통점’에 신경을 써야 한다. 다투게 된 쟁점보다 상대와 나를 살갑게 엮어줄 공통 관심사부터 먼저 찾아보자. 이러면 화해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사람들이 싸울 때는 무슨 일이냐고 물어서는 안 된다. “당신은 무엇을 했습니까?”라고 질문하라. 개인의 ‘생각’이 아닌, 일어난 ‘사실’에 눈길을 주게 하는 물음이기 때문이다.

갈등을 풀 수 있는 장소를 찾는 일도 중요하다. 군인들은 전쟁터에서 평화 협정을 맺지 않는다. 싸운 장소에는 너무 많은 감정이 얽혀 있는 탓이다. 다툼을 끝내고 싶다면 화해와 공감을 의미하는 곳에서 대화를 나누는 게 좋다. 하루아침에 폭력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엄청난 폭력도 사소한 일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 얼음을 녹이듯 조금씩 믿음을 쌓아가 보자. 그러면 갈등도 어느새 눈 녹듯 사라질 테다.

콜먼 매카시의 말을 듣다 보면 자연스레 의문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맞는 말이긴 한데, 현실에는 너무 이상적인 소리 아닌가? 주먹은 항상 가까이 있고 평화는 가기에 너무 먼 길이다. 평화와 비폭력을 앞세웠다가 엉망이 된 경우는 또 얼마나 많던가.

하지만 콜먼 매카시는 평화는 현실적인 삶의 방법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평화운동가 아서 래핀을 예로 든다. 그의 형은 살해당했다.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다 정신병자에게 목숨을 잃은 것이다. 아서 래핀은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다스렸을까?

형을 죽인 정신병자는 제대로 치료받은 적이 없었단다. 래핀은 그가 제대로 치료받게 해달라고, 그를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용서는 미래를 향하지만, 복수는 과거를 향한다.” 복수는 통쾌하지만 긴 앙금을 남긴다. 용서와 화해는 마음을 다스리게 할뿐더러 뒤끝이 없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 샹봉 마을은 ‘비폭력 저항’으로 나치에 맞섰다. 당시에 나치 장교는 이렇게 말했다. “샹봉 마을은 폭력으로 무너뜨릴 수 없는 방법으로 우리에게 맞섰습니다.” 평화가 전쟁보다 힘이 세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7월22일, 노르웨이에서 엄청난 테러가 일어났다. 폭탄 테러와 총기 난사로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단다. 9·11 테러는 ‘테러와의 전쟁’을 낳았다. 그리고 테러는 더욱 널리 퍼졌다. 노르웨이의 테러에는 어떤 ‘해결책’이 나올까? 역사는 전쟁과 평화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고 우리를 닦달한다. 그러나 어느 쪽이 ‘정답’인지는 역사에 모두 기록되어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시사브리핑: 노르웨이 테러 지난 7월22일 노르웨이 노동당 정부와 노동당 청년 캠프를 대상으로 벌어진 테러 공격이다. 첫 번째 공격은 오슬로의 행정부 건물과 총리 집무실 외곽, 기타 정부 건물에서 일어났다. 8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 두 번째 공격은 2시간 뒤 우퇴위아 섬의 노동당 청소년캠프 행사장에서 벌어졌다. 범인은 경찰로 위장한 뒤 캠프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총을 쏘기 시작했으며 적어도 68명이 숨졌다. 노르웨이 경찰은 32살의 노르웨이인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를 용의자로 체포했다. 유럽연합(EU)과 세계 여러 나라가 노르웨이 테러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철학박사, 중동고 철학교사 timas@joong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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