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코앞 EBS 교재 오류사태
‘제한하지’→‘많이하지’ 오역…EBS, 오탈자 등 64건 수정
“5일간 330문제 검토 요구” 감수 참여한 교사들 ‘분통’
‘제한하지’→‘많이하지’ 오역…EBS, 오탈자 등 64건 수정
“5일간 330문제 검토 요구” 감수 참여한 교사들 ‘분통’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00일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교육방송>(EBS) 수능 연계 교재의 대량 오류 사태가 발생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그동안 틀린 문제로 공부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교육방송의 다른 수능강의 교재에 대한 불신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4일 교육방송이 누리집(ebsi.co.kr)에 공개한 의 정오표를 보면, 모두 64건의 오류가 수정됐다. 조동사 ‘does’를 ‘dose’로 쓰는 등의 단순 오·탈자를 수정한 것도 있지만, 사실관계가 틀린 것도 적지 않다. 관계대명사 ‘that’을 쓰는 게 맞는데 ‘who’를 써야 한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인들은 특정 상황에 자기 묘사를 제한하지 않는다’라고 해석해야 하는 부분을 ‘자기 묘사를 많이 하지 않는다’라고 완전히 틀리게 해석한 경우도 있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과 교사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한 고3 수험생은 “예전에는 잘 모르는 게 있으면 정답과 해설을 보고 이해했는데, 오류가 하도 많다고 하니 요즘엔 그 교재에 대한 인터넷 강의를 직접 찾아서 확인하고 있다”며 “수능이 코앞인데 또 이런 오류 사태가 나지나 않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 국어 교사는 “수능 연계 교재를 들고 와서 ‘정답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는 아이들은 그나마 나은데 중하위권 아이들은 오류가 난지도 모르고 그냥 학습하는 경우가 많아 걱정”이라며 “올해는 교육방송 교재 문제를 변형하지 않고 출제한다면서 이렇게 틀리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육방송 교재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채 지난해부터 갑자기 수능과 교육방송 교재를 연계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3 담당인 한 영어 교사는 “수능과 교육방송을 연계하려면 수능을 치르는 학생들이 2학년일 때 교재를 미리 볼 수 있게 해야 하는데, 3학년 5월께가 되어야 연계 교재가 나오니 오류가 발생했을 때 수능을 코앞에 둔 학생들이 혼란을 겪는 것”이라며 “연계를 하기로 했으면 교육방송 교재도 수능처럼 책임감을 갖고 만들어야지, 평가원이 감수도 제대로 안 하고 오류가 난 교재를 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4~5개월 안에 속성으로 집필과 검토가 이뤄지는 교재 발간 시스템도 문제다. 검토진으로 참여한 한 교사는 “제대로 완성되지도 않은 문제 330개를 주고 4박5일 동안 검토를 하라고 했다”며 “애초 집필된 문항도 이상했지만 검토진이 오류를 발견하고 수정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도 충분치 않았다”고 말했다.
교육방송 관계자는 “앞으로 모든 교재 집필진에 반드시 교수 1명씩을 참여시키고 좀더 밀도 있는 검토를 위해 합숙 검토를 도입하는 등 개선 대책을 마련해, 2013학년도 수능 교재 편찬 때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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