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세종시에 ‘러닝메이트제’ 도입 뜻
교육단체 “교육의 정치 중립성 훼손” 비판
교육단체 “교육의 정치 중립성 훼손” 비판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년 4월 치러지는 세종특별자치시 선거에서 시장과 교육감이 공동으로 선거를 치르는 사실상의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오후 교과부 주최로 충북 청주 라마다 호텔에서 열린 ‘세종시 교육자치 문제와 과제’ 정책 토론회에서 최영출 충북대 교수(행정학)는 주제 발표를 통해 “기존 교육감 선거에서는 낮은 투표율과 주민의 무관심, 시·도지사와의 갈등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교육감과 시장 후보자가 공동으로 후보자 등록을 하고 선거운동도 공동으로 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시장과 세종시교육감을 뽑는 선거는 내년 4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실시되며, 이들의 임기는 2014년 치르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후보가 취임할 때까지 2년(2012년 7월~2014년 6월)이다.
최 교수는 이날 교육감과 시장의 투표용지를 따로 만들되, 각각의 투표용지에 공동으로 후보자 등록을 한 상대 후보의 이름을 함께 명기하는 선거 방식을 제안했다. 교육감 투표용지의 교육감 후보 이름 밑에 그 후보와 공조한 시장 후보 이름을 표시하자는 것이다.
최 교수는 “정당 공천을 받은 시장 후보의 이름을 교육감 후보 밑에 표시를 해주면, 그가 한나라당 성향인지 민주당 성향인지 알 수 있어 정보 제공의 효과가 있다”며 “투표용지가 따로 제작되므로 유권자들이 원하면 성향이 다른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러닝메이트제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사실상의 러닝메이트제로, 현행법이 규정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봉운 경기대 교수(교육학)는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교육감 후보가 정당 배경을 가진 시장 후보랑 투표용지에 나란히 있게 되면 정치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러닝메이트제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덕난 국회 입법조사처 연구위원은 “러닝메이트제를 도입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하니까 이런 우회적인 방식을 고안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고전 제주대 교수(교육학)는 “공동등록이라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교육감 후보들이 당선이 유리한 시·도지사의 지명을 받기 위해 정치적 로비를 벌이는 러닝메이트제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가 2014년 지방선거에서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려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최영출 교수는 교과부의 용역을 받아 교육감 선거제도 개선 방향을 담은 ‘지방교육자치제도 개선방안’이라는 정책 연구 보고서를 올해 초 제출한 바 있다.
지방 국립대의 한 교수는 “인구 9만의 기초자치단체에 높은 비용을 들여 선거를 하는 게 아깝다면 2014년까지 한시적으로 공모제 등의 대안을 모색하면 된다”며 “정부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시·도지사의 교육감 지명제를 관철시키려는 속셈을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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