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개정 교육과정 각론
중학교 도덕과목 ‘국가에 복종 의무’ 등 포함
2013년 적용 앞두고 업체들 “졸속행정” 비판
중학교 도덕과목 ‘국가에 복종 의무’ 등 포함
2013년 적용 앞두고 업체들 “졸속행정” 비판
“세계화 시대에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의 원천을 효, 선비 정신, 풍류 정신, 국난 극복 정신, 평화 애호, 자연 애호 등으로 파악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09년 12월 고시한 2009 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후속 조처로 9일 발표한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 교육과정’ 각론 가운데 중학교 도덕 교육과정에 포함된 내용이다. 교육과정은 총론으로 교육 내용의 큰 방향이 설정되고, 이에 따라 과목별로 어떤 내용을 담을지에 대해 각론을 정하는 방법으로 결정된다.
교과부가 이날 발표한 ‘도덕과 교육과정’을 보면, 중학교 과정에 새로 포함된 ‘국가 구성원으로서 바람직한 자세’라는 항목에서 ‘국가에 대한 복종의 의무가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범위를 설정한다’며 ‘바람직한 애국심은 무엇인가’, ‘준법은 왜 중요한가’, ‘시민 불복종을 어떻게 볼 것인가’ 등을 가르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 ‘세계화 시대의 우리의 과제’에서 ‘세계화 시대에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의 원천을 효, 선비 정신, 풍류 정신, 국난 극복 정신, 평화 애호, 자연 애호 등과 같은 정신적·도덕적 가치의 측면에서 파악한다’는 부분도 새로 포함됐다.
신성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실 정책국장은 “세계화 시대라면 인류와의 공존, 세계 평화 등을 바탕으로 한 다문화와 세계시민 정신을 학생들에게 교육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개념이 불분명하고 전근대적인 내용을 ‘한국인의 정체성’이라고 설정해놓고 시대착오적인 교육을 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현대사 축소’ 논란을 일으켰던 역사 교육에서는 전근대사와 근현대사를 각각 3단원씩 포함해, 비율을 5 대 5로 맞췄다. 오세운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2007 개정 교육과정에서 66% 수준이었던 근현대사 비중을 30%까지 줄인다는 논의까지 있었으나, 50% 정도로 다소 줄이는 방향이 됐다는 점은 비교적 다행”이라며 “하지만 내용을 보면 전반적으로 친자유주의적 역사교육이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정 교과 교육과정은 2013학년도에 초1·2 및 중1 학생부터, 2014학년도에 고1(단, 영어는 2013학년도부터) 학생부터 적용된다. 애초 2014학년도부터 일괄 적용하려던 계획을 1년 정도 앞당겼다.
이 때문에 당장 내년 3월까지 검정 교과서를 개발해야 하는 교과서 업체들은 교과부의 ‘졸속 행정’에 반발하고 있다. 검정교과서를 출판하는 ㄱ업체 관계자는 “7차나 2007 개정 교육과정 때 교과서 개발에 최소 1년은 걸렸는데, 이번에는 지금부터 시작한다 해도 길어야 7개월밖에 되지 않는다”며 “급박하게 만들면 교과서의 질이 떨어질 수 있고, 오류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ㄴ업체 관계자도 “절대적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발생하는 교과서의 질 저하가 가장 우려된다”며 “2007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 검정도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저자 섭외의 폭도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교육과정은 총론과 각론을 함께 개발하고, 학년별 순차적으로 적용해야 마땅한데, 교과부는 2007 개정 교육과정이 막 적용되는 시점에 총론을 전격적으로 고시, 적용하고 각론을 나중에 만들어내는 등 졸속으로 교육과정을 개정했다”며 “결국 졸속 교과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훈 김민경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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