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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아이한테 화내기 전 마음을 다스려보세요”

등록 2011-08-15 13:42

<마음을 챙기면 엄마 노릇이 편해진다>저자 이우경 교수
스트레스 덜 받으며 ‘사춘기 아이’와 잘 지내는 법
내면의 힘 키우고 아이에 대한 욕심에서 벗어나야
얌전하던 아이가 사춘기에 들어서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갑자기 달라진 아이들을 대하는 엄마들은 속이 타기 마련이다. 야단을 쳐보고 타일러도 보지만 늘 불안하고 화만 날 뿐이다. 엄마들도 분명 사춘기를 겪었을 것이다. 영화 <써니>의 주인공들처럼 질풍노도의 10대를 보냈지만 ‘엄마’가 된 지금 자식을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서울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이우경(사진) 교수는 최근 <마음을 챙기면 엄마 노릇이 편해진다>(팜파스)를 펴냈다. 이 교수는 사춘기 아이와 엄마가 사사건건 부딪히는 건 “질풍노도의 사춘기 자녀와 이제 막 중년에 들어서 인생의 정점에서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는 엄마가 한 지붕 아래서 만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사춘기 딸을 두고 있는 이 교수를 만나 ‘엄마’들의 고민을 물어봤다.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엄마의 역할을 강조한다. 아이의 미래를 좌우하는 건 엄마라고 여기는 것 같다. 어떻게 보나?

“아무래도 아빠보단 엄마와 아이들이 일상 속에서 많이 부딪힌다. 아이 때문에 힘들다고 호소하는 분들도 대부분이 엄마다. 사실 아빠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한데, 사회 분위기가 유독 엄마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 같다.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보니 엄마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자녀가 성공하기 위해선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 할아버지의 재력’이 필요하다는 말도 있지 않나. 매니저처럼 엄마들이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하다 보니 아이들이 너무 일찍부터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아이의 성공이 마치 엄마의 성공으로 인식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사춘기 시기에는 아이들을 좀 놓아줘야 하는데, 엄마는 여전히 아이를 붙잡고 있다. 학업 문제뿐만 아니라 성인이 된 자녀한테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다. 엄마의 역할이 이렇게 커져버리면 결국 엄마만 힘들게 된다.”

-특히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고충이 크다. 이 시기에 자녀와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발달심리학적으로 볼 때 아이가 엄마의 몸에서 떨어져 나오는 게 첫 번째 탄생이라면, 사춘기는 바로 심리적으로 떨어져 나오는 두 번째 탄생이다. 즉 아이들은 사춘기가 되면 자율성과 독립성에 대한 욕구가 생긴다. 하지만 엄마는 이런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어린아이로 대하기 때문에 갈등이 심해지는 것이다. 또 이 시기에 엄마는 마흔 전후의 중년이 되고 서서히 인생의 내리막길로 접어들게 된다. 각자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있지만 서로 반대 방향에 있다. 질풍노도의 10대와 중년의 엄마가 빚어내는 가족 드라마는 혼란을 겪기 마련이다. 엄마가 마음의 여유가 없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갈등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 40대 엄마들의 학창 시절을 다룬 영화 <써니>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엄마도 사춘기를 겪었기 때문에 당연히 자녀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엄마는 너무 모범생이었는데 자녀는 정반대의 성향을 보이는 것이다. 자신과는 너무 다른 아이 때문에 괴로워하는 엄마도 있다.”

-얌전하던 아이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엄마들은 당황하곤 한다. 어떻게 사춘기 아이를 대해야 하나?

“사춘기 아이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게 우선이다. 물론 하루에도 화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사춘기가 심리적인 자율성을 찾아가는 시기임을 인정하고 ‘고삐’를 느슨하게 쥐어야 한다. 사실 경쟁적인 교육환경 탓에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게 쉽지는 않다. 엄마들 가운데는 당신이 어렸을 때 배우지 못한 ‘한’을 아이를 통해 푸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보상심리인데, 이를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아이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면 포기를 하는 게 아니라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게 좋다.”


-자신이 어떤 엄마인지를 아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아이를 마냥 방치하는 것도, 간섭하는 것도 문제라고 하는데?

“크게 보면 방치형, 둔감형, 민감형과 간섭형이 있다. 뇌과학에서 보면 행동을 예측하며 계획하고 관리하는 ‘전두엽’이 바로 사춘기 때 자란다. 한마디로 사춘기 때 뇌가 리모델링을 거친다는 것이다. 건물 리모델링을 할 때 감독관이 자기 역할에 충실해야 하듯 엄마도 마냥 아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물론 너무 심하게 간섭하는 것도 문제다. 심리상담 사례 중에 새벽 1~2시까지 아이가 공부하는 걸 지켜보고 잠을 자는 엄마가 있었다. 아이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다보니 아이도 부담이 되고 숨이 막힌다고 하더라. 아이와 엄마의 기질에 맞게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책에선 마음을 챙기면 엄마 노릇이 편해진다고 한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은 뭔가?

“마음 챙김은 ‘주의를 기울인다’는 뜻으로 일종의 명상 방법이다. 아이와 계속 갈등을 빚다 보면 필연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는 엄마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이때 엄마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선 스스로 상처의 뿌리가 어디서 왔는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보듬어 줄 필요가 있다. 자신을 위로하고 내면의 힘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마음 챙김’이다. 그렇다고 명상이 거창한 것은 아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아이의 말을 온전히 듣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이한테 화가 났다면 바로 뭐라고 하기보단 잠깐이라도 마음을 다스린 다음에 대화를 시도해보는 것이다. 나중에는 아이의 문제 행동에도 다소 여유있게 대처할 수 있다.”

-아이 중심의 생활에서 벗어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한다. 스트레스 덜 받으며 아이와 함께 사는 방법이 있다면?

“아이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자기 인생’을 살 필요가 있다. 상담심리학과의 많은 학생들이 40~50대 주부들이다.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인데, 자녀와 마찬가지로 엄마 역시 자기 독립성을 찾아가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 아이한테만 너무 집중하지 말고, 엄마도 자기 영역과 생활을 갖는 게 좋다. 자녀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적당한 거리두기도 필요하다. 자기 아이만을 감싸고도는 ‘캥거루맘’이나 ‘헬리콥터맘’이 아닌 ‘코끼리맘’이 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코끼리는 다른 동물에 견줘 모성이 뛰어난 편인데 제 새끼뿐만 아니라 남의 새끼도 잘 돌본다. 강한 모성이 이웃에까지 닿는다면 우리 사회가 좀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싶다.”

글 박한준(대구 대륜고 2학년) 학생수습기자

사진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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