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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이틀간 3번 접촉…돈문제 ‘명시적 합의’는 없었다

등록 2011-08-30 20:29수정 2011-09-01 14:59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가운데)이 후보자이던 지난해 5월20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선거 출정식에서 앞서 후보 단일화로 사퇴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오른쪽), 주경복 선대위원장(왼쪽)과 꽃다발을 함께 들어 올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가운데)이 후보자이던 지난해 5월20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선거 출정식에서 앞서 후보 단일화로 사퇴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오른쪽), 주경복 선대위원장(왼쪽)과 꽃다발을 함께 들어 올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단일화 이뤄진 5월18일~19일에 무슨일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의 후보자 매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지난해 교육감 선거 당시 후보 단일화 과정을 둘러싼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일부 진술은 일치하지만, 엇갈린 부분도 적지 않다. 선거비 보전 명목으로 7억원을 주기로 했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극적으로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 18~19일 이틀 사이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곽쪽 주장
“돈얘기 나오며 협상결렬 비용보전 측근끼리 약속”

박쪽 주장
“각서 써달라 요구하다 도의적 경제지원 합의”

■ 5월18일 점심

당시 곽 후보 쪽과 박 후보 쪽에서 일했던 최측근들의 말을 종합하면, 양쪽은 지난해 5월18일 낮 12시30분께 서울 중구 정동의 식당 달개비(옛 세실레스토랑)에서 만나 단일화에 대해 논의했다. 박 교수 쪽에서 기억하는 날짜는 17일이지만 곽 교육감 쪽은 “이날 오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행사를 하고 자리를 옮겨 식사를 같이 했다”며 “18일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동은 15~16일께 서울 명동에서 단일화 논의를 위해 후보 간 첫 대면이 있은 뒤 두번째 만나는 자리였다. 애초 진보 진영의 교육감 후보로 나섰던 3명의 후보(이부영 전 서울시교육위원, 이삼열 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최홍이 서울시교육의원)는 곽 교육감과의 단일화에 합의했으며, 박 교수만 남은 상태였다.


한 교육계 인사는 “박 교수가 교육위원을 3번 하면서 진보 진영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처음부터 다른 후보를 찾았다”며 “다만 박 교수가 끝까지 6% 안팎의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했기 때문에 곽 교육감 쪽에서도 단일화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낮 식사 자리에는 곽 후보와 그의 측근 ㄱ씨, 박 후보와 측근 ㅇ씨 등 4명이 동석했다. ㄱ씨는 “그 자리에서 곽 후보는 ‘단임 할 생각이니 다음번에 출마하시면 지지하겠다’, ‘서울교대 총장 선거를 돕겠다’고 했고, 박 후보는 ‘그것보다는 서울교육발전협의회를 맡겨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ㅇ씨는 “곽 후보는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점은 알고 있고,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고만 언급했을 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곽노현-박명기 후보 단일화 관련 협상 상황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5월18일 오후

한 시간가량 이어진 식사 자리에서 결론이 나지 않자, 곽 후보와 박 후보는 다른 일정 때문에 떠나고 ㄱ씨와 ㅇ씨는 동작구 사당동의 ㅁ찻집으로 자리를 옮겨 논의를 계속했다. 이때 ㅇ씨가 시민사회 원로 이해학 목사와, 두 후보를 잘 아는 ㅊ 교수를 불러 중재를 부탁했다. 그 뒤 곽 후보와 박 후보가 이 자리를 찾았고, 박 후보 쪽에서는 측근인 또다른 ㄱ씨가 합류했다.

이 자리의 논의 내용에 대해서는 참석자에 따라 기억이 엇갈린다. 이 목사는 “박 후보 쪽에서 ‘선거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 이쪽에서 사채를 써서 급한 것들은 좀 꺼야 한다’는 등의 얘기를 하면서 보상을 요구했다”며 “이런 제안이 받아들여질까 의아해하던 차에 곽 후보가 와서 이런 얘기를 전했더니 난색을 표하며 ‘단일화 안 한다’고 하고는 잠시 있다가 자리를 떴다”고 말했다.

반면 박 후보의 측근 ㄱ씨는 “7억원을 준다는 얘기는 이미 실무자들 차원에서 협의가 된 것이었고 그날 나는 이런 협상 내용을 담은 각서를 써달라고만 요구했다”며 “그날 핵심은 각서를 쓰느냐 마느냐였고, 돈 얘기는 오가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그는 “돈 얘기가 오갔다면 이미 협상한 내용을 확인하는 정도였지, 그때 처음으로 협상을 시작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곽 후보의 측근 ㄱ씨는 “돈 얘기가 나오자 이해학 목사와 ㅊ 교수는 자리를 떴고, 우리 쪽에서는 나만 혼자 남아 박 후보, 박 후보 측근 ㅇ씨와 ㄱ씨 3명이랑 밤 11시까지 논의를 했다”며 “박 후보 쪽에서는 7억원에다 계약한 선거 유세 차량과 인쇄 홍보물 비용 등을 더해 10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보상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박 후보 쪽 ㅇ씨도 돈 얘기가 오간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는 “이해학 목사 이야기가 정확하다”며 “박 후보와 ㄱ씨가 합류한 뒤에 돈 얘기가 나오면서 판이 깨졌다”고 말했다.

확실한 것은 이날 진행된 단일화 협상에서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양쪽 사이에 이견이 없다. 박 후보의 측근 ㄱ씨는 “각서를 써달라고 했는데 이해학 목사나 곽 후보 모두 적절치 않다고 해서 결국 결렬됐다”며 “그때부터 나는 빠졌기 때문에 그 이후 상황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곽 후보 측근 ㄱ씨도 “선거 비용 보전을 요구한다는 내용을 ㅊ 교수와 곽 후보에게 전화해 상의했는데 두 분 모두 ‘빠지라’고 해서 11시에 결렬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가장 큰 이유는 박명기 후보 쪽이 선거운동을 계속 하지 못할 만큼 경제적 상황이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굳이 단일화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단일화 협상을 결렬시켰다”고 말했다.

■ 5월19일 오전

그렇다면 어떻게 하루 뒤인 19일 전격적으로 단일화가 성사될 수 있었을까? 곽 후보 측근 ㄱ씨는 “우리 쪽 회계 담당자와 박 후보 측근 ㅇ씨가 인척 관계인데, 19일 오전에 ㅇ씨가 다급하게 우리 회계 담당자를 찾아와서 ‘(곽) 후보는 안 들어줄 테니 형님이라도 약속을 해달라’고 했다고 들었다”며 “회계 담당자가 무권대리(권한이 없는 사람이 한 대리행위)로 약속을 해주고 단일화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후보 쪽 ㅇ씨는 19일에는 선거비용 지급 약속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박 후보가 19일 오전 전화를 해 백지위임을 할 테니 단일화를 하라고 했다”며 “곽 후보 쪽 ㄱ씨, ㅊ 교수 등을 찾아가 ‘조건 없이 단일화를 하되,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는 도의적으로 검토한다는 여지를 남기자’는 식으로만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진명선 김민경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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