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행순 전 전남대 약대 교수
퇴임 뒤 떠나는 박행순 전 교수
“정년 퇴임하면 (지식이) 쓸모없어지는데,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감사할 뿐이지요.”
지난달 31일 퇴임한 박행순(사진) 전 전남대 약대(생화학) 교수는 오는 5일 네팔로 떠난다. 수도 카트만두 인접 도시인 파탄의 2년된 국립 의과대학에서 초청을 받아 1년 동안 ‘제2막 인생’에 도전한다.
그는 약대 학장 시절 자매결연을 한 캄보디아의 한 대학으로 가려 했으나 ‘생화학’ 강의 자리가 없었다. “대신 파탄 의대에 자리가 있다는 말을 전해듣고 전자우편으로 직접 연락해 성사가 된 거예요.”
그가 이처럼 혼자서 낯선 나라에서 교육자로서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 데는 1999년 3월부터 10년 남짓 광주 하남산업단지 안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얻은 깨달음 덕분이다. 베트남 등 아시아에서 온 노동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상담했던 그는 “처음엔 그들을 돕는다고 생각하고 만났는데, 나에게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항상 ‘남을 돕는 것이 나를 돕는 것’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는 고 장기려(1911~95) 박사의 책 80권을 사서 함께 정년 퇴임한 동료 교수들에게 선물했다. “아프리카에 가서 어려운 이웃을 도왔던 슈바이처 박사 못지않게 자신이 발 딛고 있는 곳에서 무료 의료 활동으로 헌신했던 장 박사의 삶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네팔의 의료 수준이 더 낙후됐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네팔행을) ‘교육 봉사’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마음을 다 내려놓고 배우러 가는 자세로 떠난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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