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곽 교육감쪽에 협상내용 확인” 박교수 진술 확보
검찰이 2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소환을 통보하는 등 수사가 정점을 향해 가면서,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곽노현 후보 선거대책본부의 회계책임자였던 이아무개씨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곽 교육감 쪽에서는 이씨가 지난해 막판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박명기 후보 쪽에 경제적 보상과 관련된 모종의 언질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3일 이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씨는 곽 교육감의 서울대 법대 동기로, 노동운동 등을 하다가 현재는 경기 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곽 교육감의 한 측근은 이씨에 대해 “굉장히 고지식한 사람이다. 곽 교육감이 이런 점을 고려해 회계책임자로 불렀다”고 말했다.
이씨는 검찰에 구속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가 주장하는 ‘7억원 지급’ 약속의 진위를 파악하는 데 핵심적인 인물로 꼽힌다. 지난해 선거 당시 곽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최아무개 교수는 검찰 조사에서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다음날인 19일 오후 이씨와 박 후보의 최측근인 양아무개씨가 함께 있는 자리에 갔더니, 양씨가 ‘내 집을 담보로 1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박 후보한테 주기로 했다’며 나한테 보증을 요구했다. 그래서 일단 ‘알았다’고 답했고 곽 후보에게는 알리지 말라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씨는 박 후보로부터 단일화 협상을 전적으로 위임받은 인물이다.
곽 교육감의 한 측근은 “지난해 10월께 사태 파악을 하는 과정에서 이씨 얘기가 나와, 곽 교육감이 그를 만났다”며 “이씨가 ‘그런 일(경제적 지원 약속)이 있었다’고 하자, 곽 교육감이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고 전했다.
실제 이씨는 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돕겠다고 약속한 것은 사실이다”라며 “곽 교육감이 10월께 그 사실을 알았을 때 기겁을 했고,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 쪽은 이씨와 양씨가 대가를 약속했다 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측근은 “실무자들의 합의 행위는 선거법 위반일 수 있지만, 돈을 주기로 약속한 것과 실제 돈을 준 행위는 별개이므로 약속한 행위는 이미 공소시효(6개월)가 끝나 처벌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곽 교육감 쪽은 “돈 약속은 실무자 간 합의로, 곽 교육감은 알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검찰은 곽 교육감이 이씨와 양씨의 ‘합의’를 몰랐다는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거액이 오가는 약속이어서 곽 교육감 쪽에 협상 내용을 다시 확인했다”는 박명기 교수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설령 곽 교육감이 박 교수가 돈을 요구하기 시작한 지난 10월 이후에야 ‘합의’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후보매수죄 구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곽 교육감이 아무리 ‘선의’를 강조한다고 해도, 박 교수의 집요한 요구로 ‘대가성’을 인식한 뒤에 건넨 2억원은 후보 단일화의 대가라는 것이다. 진명선 김민경 김태규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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