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학생 인권조례안 발표
“권리는 인정…학교규칙따라 제한 가능” 길 터
시민단체 “제한조항 너무 많아… 취지 무색”
“권리는 인정…학교규칙따라 제한 가능” 길 터
시민단체 “제한조항 너무 많아… 취지 무색”
서울시교육청이 7일 복장·두발과 집회의 자유 등을 원칙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의 학생인권조례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학교규칙 등을 통해 집회의 자유 등을 일부 제한할 수 있도록 해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교육청 학생생활지도 정책자문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체벌 금지 △강제 보충수업 금지 △특정 종교 행사 강요 금지 및 종교과목 대체과목 개설 △학생인권옹호관 도입 등을 뼈대로 하는 ‘서울 학생인권조례안’을 발표했다. 조례의 적용 범위는 초·중·고교뿐만 아니라 유치원, 학원, 학적을 갖지 않은 18살 미만의 청소년까지로, 초·중·고교 재학생에게만 적용되는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보다 넓다. 이에 따라 학원에서도 체벌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쟁점이던 △복장·두발 자유 △휴대전화 사용 △집회의 자유 등에 대해선 원칙적으로는 보장하되, 학교규칙 등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복장, 두발 등 용모에 있어 자신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갖는다’(제14조 1항)고 규정하면서도, 학생이 제·개정에 참여한 학교규칙(1안)이나 학교 학생회에 의한 자치규제(2안)는 예외로 한다는 조항을 뒀다. 휴대전화 사용의 경우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학생의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의 소지·사용 자체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제15조 4항)면서도, 학교규칙으로 사용 및 소지의 시간과 장소를 규제할 수 있다(1안)고 규정했다. 집회의 자유와 관련해서도 ‘학생은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제19조 1항)는 내용과 함께, 교육상 목적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학교규정으로 시간, 장소, 방법을 제한(1안)하거나 정규 교과과정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집회를 열 수 있다(2안)는 제한 규정을 뒀다.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 배경내 집행위원장은 “앞에서는 권리가 있음을 선언하고 뒤에서는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이 많다”며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한 조례를 만든다면서 구시대적인 학교질서 유지나 ‘학생다움’이라는 가치에 발목이 잡혀 조례안의 목표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한상희 학생생활지도 정책자문위원장(건국대 교수)은 “학생인권조례상의 권리는 학교 교육과정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보장돼 학생의 인권과 교육이 조화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8일 열리는 공청회와 학부모·교원단체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한 뒤 11월 열리는 서울시의회 본회의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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