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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왜 내가 공부하다 쉴 때만 들어오세요?!”

등록 2005-07-12 21:27수정 2005-07-12 22:43

시험 때마다 부활하는 엄마, 아빠의 잔소리
대한민국의 학생과 엄마, 아빠의 사이에 필수 불가결한 것이 있다.

청소년들의 귀를 따갑게 하는 그것, 바로 잔소리다. 이제 그 잔소리가 100% 폭발하는 때가 왔다. 바야흐로 ‘제2의 내신전쟁’이 시작된 기말고사 준비기간. 오늘도 학생들은 컴퓨터와 TV, 잠의 유혹에 시달리다 부모님의 잔소리 한 마디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평소에 별로 신경쓰지 않던 부모도 시험 때가 되면 자식을 위해 너그러워지는 동시에 날카로워진다. 부모의 눈에는 왜 애가 공부는 안하고 TV보는 모습만 보이는지 속상하지만 청소년은 ‘왜 꼭 내가 좀 쉬고 있을 때만 걸리는 걸까’라고 한탄한다. 한 시간 공부하고 나서 10분 정도 쉬고 있을 때나 정말 열심히 공부하다가 잠깐 엎드려 있을 때 꼭 모든 부모님은 간식을 들고 방에 방문하는 것이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있던 50분의 시간은 놀았던 시간이 되어버려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도록 안타까울 뿐이다.

\"왜 꼭 내가 좀 쉬고 있을때만 걸리는 걸까?\"

김연진(고척고 2, 가명)양은 “공부하다 1시간 정도 TV를 보다보면 많이 본다고 그만 들어가 공부하라고 하세요. 시험이 언제부터냐는 말로 압박도 하시구요”라고 말했다.


시험기간에도 끊임없이 유혹하는 TV를 지나칠 수 없어 잠깐 쉬면서 보다보면 어느새 싸늘한 눈초리가 느껴진다. 시험 기간에는 뭔가 부모의 말투도 차가운 것처럼 느껴진다. 자기도 모르게 부모가 야속하게 느껴져 짜증을 내고 방에 들어와 버린다.

“열심히 하는데 까지 하라고 하시는데요 가끔 친구랑 비교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땐 그 친구도 짜증나고 그렇게 말씀 하시는 부모님이 속상해요”

이민희(고척중 2, 가명)양이 제일 듣기 싫은 말은 “학원 빨리 가라!”. 자신도 학원에 가지 않으면 손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하지만 공부가 하기 싫은 걸 어쩌란 말인지. 그래도 공부를 해야 시험을 잘 볼 수 있기에 축 쳐진 몸을 이끌고 ‘어서 학원가야지’라고 자신에게 다짐도 한다. 이 양은 “어차피 갈건데 자꾸 서두르니까 그런 말을 들으면 짜증이 나요”라고 했다. 자신도 잘 알고 있는데 자꾸만 재촉하는 부모님이 살짝 미워지는 순간이다.

김연진 양은 “재수 안 시켜준다”라는 말이 가장 가슴 철렁하다고.

“성적이 안 나와도 조금 더 밀어줬으면 좋겠는데 알아서 하라고 하니까 답답하죠. 그렇다고 노력 안하는 건 아니잖아요. 나도 나름대로 노력하는데...”

\"너 그렇게 하면 재수 안 시켜 준다?!\"

시험 기간은 이렇게 부모자식간의 신경전을 벌이도록 만든다. 어느 부모에게서나 “학원 빨리 가라”, “TV랑 컴퓨터 그만하고 공부 좀 해라”, “다른 애들은 이런다더라”라는 말은 한 번쯤 들어봤을 터.

김 양은 “아예 시험기간에는 신경 쓰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잘해주지도, 그렇다고 잔소리도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구요”라고 밝혔다. 시험에 대한 많은 부담으로 예민해진 마음을 자극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그렇다고 부모의 마음을 모르는 자식이 아니다. 자신들을 위한 부모의 가슴 아픈 채찍질임을 잘 알고 있다. 용민희(15) 양은 “밤늦게 2,3시까지 공부하면 부모님도 빨리 공부하고 자라며 안타까워 하세요”라고 했다. 겉으로는 그렇게 표현할지 몰라도 경험을 바탕으로 자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란다.

경인고 1학년에 재학 중인 이하나 양은 “물론 그런 꾸중과 잔소리를 들을 때 혼나는 그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고 속상하기도 하지만 다 우릴 위해 그러시는 거잖아요. 꼭 잔소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 때가 되면 제가 신경질 부려도 다 받아주시고 많이 배려해 주세요”라고 했다. 덧붙여 그는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것 같아요. 유혹에 넘어가 TV를 보다보면 끝없이 보고 싶거든요. 그럴 때 부모님의 따끔한 충고가 정신 차리게 해주죠”라며 잔소리 예찬론(?)을 펼쳤다. 인터뷰를 했던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이와 비슷한 의견이었다.

잔소리를 하는 부모, 아니 잔소리를 해주시는 부모님이 물론 그 당시에는 야속하고 원망스럽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곳곳에서 유혹하고 있는 것들을 이겨내고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하려면 부모의 따끔한 말 한마디가 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을. 열 받지만 필요하기도 한 잔소리. 입시 위주의 교육이 낳은 ‘톰과 제리’다.

전제순 바이러스 기자

©2005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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