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14곳, 신입생보다 많아…경북외대는 148배
6곳이 재정지원 제한 대학…“평생교육 제도 악용”
* 시간제 등록생 : 일부 강의를 시간제로 듣는 일반인
6곳이 재정지원 제한 대학…“평생교육 제도 악용”
* 시간제 등록생 : 일부 강의를 시간제로 듣는 일반인
일부 사립대들이 신입생 모집정원의 수십배에 이르는 시간제 등록생을 뽑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대학 가운데는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선정한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포함된 곳이 적지 않아, 직장인이나 가정주부와 같은 성인의 평생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시간제 등록생 제도가 부실 대학의 연명 수단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교과부에서 제출받은 ‘2008~2011 전국 대학 시간제 등록생 모집 현황’ 자료를 보면, 시간제등록생을 모집하는 88개 대학(4년제 57곳, 전문대 31곳) 가운데 14개 대학(4년제 7곳, 전문대 7곳)은 2008년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 신입생보다 시간제 등록생을 더 많이 뽑았다. 이들 대학이 4년 동안 모집한 시간제 등록생은 모두 44만7507명으로 같은 기간 신입생 모집정원(5만138명)의 9배나 됐다. 이들 대학 전체 재학생(10만7771명)과 견줘도 4배나 많은 수치다.
시간제 등록생 제도는 일반인에게 대학의 일부 강의를 시간제로 수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수도권 대학의 경우 입학 정원의 10% 이내로 모집인원을 제한하지만 비수도권 대학은 이런 규제 없이 마음대로 모집인원을 정할 수 있다.
교과부 자료를 보면, 주로 신입생 모집정원이 1000명도 안 되는 대학에서 시간제 등록생을 대규모로 뽑은 것으로 나타나 부족한 등록금 수입을 시간제 등록생 수업료로 채우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해 신입생이 150명에 불과한 경북외대는 지난 4년 동안 8만8913명의 시간제 등록생을 뽑았는데, 이는 4년 누적 신입생 600명의 148배에 이르는 수치다. 경북외대가 4년 동안 벌어들인 시간제 등록생 수업료 수입은 31억6965만원으로 같은 기간 등록금 수입(115억7700만원)의 27.4%를 차지했다.
한해 200명의 신입생을 뽑는 명신대는 신입생 모집정원의 60배에 이르는 시간제 등록생을 모집했으며, 4년 동안 재학생 등록금 수입(118억6625만원)에 버금가는 수업료(107억6030만원)를 받았다.
신입생보다 시간제 등록생을 더 많이 뽑은 14곳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6곳(명신대, 성화대, 한국국제대, 전북과학대, 세경대, 서해대)이 지난 5일 교과부가 발표한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포함돼 있다는 점도 시간제 등록생 제도의 악용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로 명신대와 성화대는 최근 교과부 감사에서 출석이 미달한 시간제 등록생에게 학점을 준 사실이 드러나, 각각 2만616명, 1만5997명에 이르는 시간제 등록생의 학점이 취소됐다.
안 의원은 “입학생이 1000명도 안 되는 소규모 대학의 경우 대학 시설에도 한계가 있을 텐데, 수만명의 시간제 등록생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리가 없다”며 “비수도권 대학에 대한 규제가 없는 틈을 타 일부 대학이 ‘수업료 장사’를 하고 있는 만큼, 시행령을 개정해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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