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와 올리브나무
통합논술 세미나 | 난이도 수준 중2~고1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1. 세계화 바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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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토머스 프리드먼 지음/장경덕 옮김/21세기북스 렉서스는 도요타의 최고급 자동차 브랜드로 세계화(신세계)를 상징하고 올리브나무는 전통적인 민족국가와 신념(구세계)을 상징한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세계화 찬양서다. 그 누구도 세계화 흐름을 거역할 수 없으며, 세계화의 법칙에 맞추지 못하는 나라는 한국·타이(태국)·러시아·인도네시아처럼 금융위기라는 징벌을 받게 된다는 게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의 주장이다. 그는 ‘세계화=미국화’라고 본다. 그런데 <렉서스와 올리브나무>가 나온 지 채 10년이 지나지 않은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이 위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단지 저자의 주장만 흡수할 게 아니라 미국마저 왜 금융위기에 휩싸이게 됐을까 고민하면서 읽어야 할 책이다.
■ 풀무질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은 미국 <뉴욕 타임스>의 국제문제 칼럼니스트다. 그는 1992년 5월 일본 도쿄 남쪽 도요타시 외곽의 렉서스 생산 공장을 방문했다. 렉서스는 1989년 탄생한 도요타 자동차의 최고급 브랜드다. 당시 그 공장은 노동자 66명, 로봇 310대가 렉서스를 하루 300대씩 만들고 있었다.
프리드먼은 도쿄로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3면에 실린 기사를 읽었다. 미국 국무부 일일 브리핑으로 아랍과 이스라엘을 흔들어 놓을 만한 내용이었다. 시속 290㎞로 달리는, 세계에서 가장 현대적인 기차 안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방에 관한 기사를 읽던 프리드먼은 생각했다. “내가 조금 전 방문한 렉서스 공장과 현재 나를 태운 기차가 있는 나라 일본은 로봇으로 세계 최고급 승용차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3면 위에서는 누가 어느 올리브나무를 소유할지를 놓고 아직도 싸우고 있다.” 올리브나무는 가족이나 지역사회·부족·민족·종교·가정 등을 상징한다. 국민국가는 궁극적인 올리브나무다. 사람들이 자기의 올리브나무에 집착해 미쳐 날뛰면 나치즘이나 이슬람교도를 학살했던 세르비아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린다. 이에 비해 렉서스는 생활수준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글로벌 시장과 금융기관, 컴퓨터 기술을 상징한다. 국민국가는 궁극적인 올리브나무 1997년 12월8일 아침, 타이 정부는 자국의 58대 금융회사 가운데 56개사의 문을 닫겠다고 발표했다. 타이 통화는 30%나 폭락했고 금융시스템은 마비됐다. 타이 위기는 한국·말레이시아에도 번졌다. 아시아 경제가 휘청거리자 금·구리·알루미늄·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떨어졌다. 소련이 망한 뒤 원자재 수출로 살아가던 러시아가 직격탄을 맞았다. 1998년 8월17일 러시아 경제는 ‘카드로 쌓은 집’처럼 무너져 내렸다. 러시아에 막대한 투자를 했던 헤지펀드들은 은행 빚을 갚기 위해 브라질 주식과 채권을 팔아치웠다. 타이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순식간에 한 대륙에서 다른 대륙으로 바이러스처럼 번졌다. 왜 이렇게 됐을까?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1945년 이후 국제관계를 좌우해온, 느리고 분열되고 고착된 냉전체제가 새롭고 유동적이고 상호 연관된 세계화 체제로 완전히 대체됐기 때문이다. 이제 ‘막힌 세계’는 사라졌다. 1900년 하루 평균 외환거래는 수백만달러였지만 1992년에는 하루 8200억달러, 1998년 4월에는 최고 1조5000억달러에 이르렀다. 정보통신 혁명으로 세계는 더 촘촘하게 엮였다. 냉전 시대의 특징은 베를린 장벽으로 상징되는 ‘분열’이다. 오늘날 세계화 시대의 특징은 웹으로 상징되는 ‘통합’이다. 세계화를 이끌어 가는 이념은 자유시장 자본주의다. 시장의 힘이 더 많은 걸 지배하도록 하고 자유무역과 경쟁을 위해 시장을 더 많이 개방할수록 경제는 더 효율적으로 바뀌고 더 번성한다. 세계화는 자유시장 자본주의가 사실상 세계 모든 나라로 확산되는 걸 뜻한다. 경쟁력이 높고 외국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경제를 만들기 위해 개방하고 규제를 완화하고 민영화해야 한다. 이게 세계화의 기본 법칙이다. 1975년 냉전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전세계 국가들 가운데 8%만이 개방적인 자유시장 자본주의 체제에 있었다. 당시 외국인 직접투자는 230억달러였다. 1997년 개방적인 경제체제를 가진 나라는 28%로 늘었고, 외국인 투자는 6440억달러에 달했다. 어떤 나라가 일단 세계화 체제로 뛰어들면 엘리트들은 통합의 관점을 내면화하며, 늘 스스로를 세계적인 관점에서 보려고 애쓴다. 냉전 때 가장 자주 묻는 건 “당신은 누구 편이냐?”였지만 세계화 시대에 가장 자주 묻는 것은 “당신은 얼마나 많은 이들과 연결돼 있느냐?”다. 냉전체제에서 핵심 문서는 ‘조약’이었지만, 세계화 체제의 핵심 문서는 ‘계약서’다. 이 세계화 시대 최고의 글로벌리스트들은 헤지펀드의 매니저들이다. 복지국가는 세계화 체제를 견딜 수 없다 오늘날 세계화는 기술의 민주화, 금융의 민주화, 정보의 민주화를 핵심으로 한다. 기술의 민주화란 컴퓨터와 휴대전화 인터넷을 통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멀리, 더 많은 나라로, 더 깊숙이, 더 저렴하게 도달할 수 있는 걸 말한다. 금융의 민주화는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해 모든 것을 금융화해서 팔 수 있고 자본 이동을 막는 국가적 장벽이 없어진 것을 말한다. 과거에 많은 개도국 기업들의 자금 조달은 정경유착에 좌우됐지만 이제 금융 민주화로 그런 일은 불가능해졌다. 투자자들은 채무국들이 얼마나 경제를 잘 운용하느냐에 따라 매일 채권을 사고판다. 이는 채무국들이 매일 성과 평가를 받는다는 뜻이다. 이 투자자들은 선진국 업체나 기관으로 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 같은 정실자본주의에 물들었던 나라의 정부가 통제할 수 없다. 지금처럼 장벽이 사라진 세계에서 정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는 남미 경제, 가장 비대해진 캐나다와 서유럽의 복지체제, 지나치게 중앙집권적이고 느리게 움직이는 일부 북미 기업들은 견딜 수 없다. 사회주의나 복지국가가 더 효율적이고 공평하게 분배하고 나눌 수 있을지 몰라도 어떤 체제도 그 소득을 자유시장 자본주의만큼 효율적으로 창출할 수 없다.
■ 마치질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VS 공산당 선언
“부르주아지는 생산 도구, 즉 생산관계, 다시 말하면 전체 사회관계들을 지속적으로 변혁하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다. 이에 반해 낡은 생산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과거의 모든 산업 계급이 생존할 수 있는 첫째 조건이었다. 끊임없는 생산 변혁, 모든 사회적 상태의 부단한 동요, 영구적 불안정과 운동이 부르주아 시대를 과거의 모든 시대와 구분 짓는 특징들이다. 굳고 녹슨 모든 관계 그리고 그 산물인 오래되고 신성한 관념들과 견해들은 해체되었고 새롭게 형성된 것은 굳기도 전에 낡은 것이 되어버린다.”
“부르주아지는 세계 시장을 착취함으로써 모든 국가의 생산과 소비를 범세계적으로 조직했다. 반동주의자들에게는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그들은 산업의 국가적 토대를 허물어뜨렸다. 태고의 국가 산업은 파괴되었고 지금도 매일 파괴되고 있다. 그것은 새로운 산업, 즉 본토의 원료가 아니라 멀리 떨어진 지대의 원료를 가공하고, 그 가공된 제품이 자국뿐만 아니라 모든 대륙에서 동시에 소비되는 산업에게 밀려난 것이다. 이 새로운 산업의 도입은 모든 문명국의 생사가 걸린 문제이다. 국산품으로 충족되었던 과거의 욕구들 대신 새로운 욕구가 들어선다. 이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먼 나라와 토양의 생산물들이 필요하다. 과거의 지역적이고 국가적인 자족과 고립을 국가들 상호간의 전면적 교류, 전면적인 의존이 대체한다.”
“부르주아지는 모든 생산 도구의 급속한 개선을 통해, 끝없이 용이해지는 통신으로 가장 미개한 국가들까지 문명 속으로 편입시켰다. 그들이 생산한 상품의 저렴한 가격은 모든 만리장성을 무너뜨리고 야만인들이 외국인에게 품고 있는 견고한 증오를 굴복시키는 강력한 대포이다. 그들은 망하지 않으려면 부르주아지의 생산 방식을 받아들이라고 모든 국가에게 강요한다. 그들은 이 국가들에게 이른바 문명을 도입하라고, 다시 말해 부르주아지가 되라고 강요한다. 한마디로 부르주아지는 자신들의 형상에 따라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에 나오는 말이다. <공산당 선언>은 1848년에 초판(사진)이 나왔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1999년 초판이 나왔다. 150년 차이가 난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묘사한 자본주의의 역동성과 토머스 프리드먼이 분석한 자본주의 새로운 단계(세계화)는 내용이 똑같다. 공교롭게도 유대인인 토머스 프리드먼의 조언자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 자주 등장하는 랍비(유대교 율법 교사)가 츠비 마르크스다. 마르크스도 원래 유대인이었으나 그 아버지 때 기독교로 개종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유동성과 불안정성이 자본주의의 생존 조건이자 동시에 스스로를 파괴할 뇌관이라고 본다. 이에 비해 프리드먼은 세계화는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으며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뒤 인류는 자유시장 자본주의라는 역사의 종착점에 이른 것으로 본다. 둘의 자본주의 분석 자체는 동일하지만, 미래 전망은 정 반대다.
■ 담금질 ‘전자소떼’인가 투기자본인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핵심 개념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책 제목도 은유적이지만 또 다른 중요한 은유가 있다. ‘황금 스트레이트재킷’과 ‘전자소떼’다. 황금 스트레이트재킷(구속복·억압복)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민간 부문을 경제성장의 주력 엔진으로 삼아라. 정부 소유 산업과 공익사업을 민영화하라. 정부 관료 조직을 줄여라. 은행과 통신을 민간이 소유하고 이 부분에서 경쟁이 이뤄지도록 개방하라. ② 외국인 투자 제한을 없애라. 자본 시장 규제를 완화하라. 외환거래를 자유화하라. 기업과 주식, 채권을 외국인들이 직접 소유할 수 있도록 개방하라. ③ 수입관세를 낮추거나 없애라. 수입 물량 제한과 내수시장 독점을 철폐하라. 이 황금 스트레이트재킷은 ‘모두 한 사이즈에 맞춰야 하는’ 옷이다. 이 황금 스트레이트재킷을 유난히 좋아하는 동물이 있다. 전자소떼다. 전자소떼는 얼굴 없는 주식거래자와 채권, 외환거래자들이다. 각국 정부는 황금 스트레이트재킷에 맞추기 위해 균형 재정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성장을 위한 자본을 얻으려면 이들에게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오늘날의 세계화 체제에서 경제적으로 번영하려면 황금 스트레이트재킷을 입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들 전자소떼와 어울려야 한다. 전자소떼는 황금 스트레이트재킷을 좋아한다. 이 재킷에는 그들이 원하는 모든 개방적인 자유시장 규범이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전자소떼는 이 재킷을 계속 입고 있는 나라들한테는 투자자본으로 보상을 해준다. 그 재킷을 입지 않는 나라는 그 소떼의 규율에 따른 기합을 받게 된다. 소떼들이 투자를 피하거나 돈을 빼내가는 것이다. 프리드먼이 말한 황금 스트레이트재킷은 곧 신자유주의다. 앞에서 소개한, 황금 스트레이트재킷의 핵심 내용 ①번은 정부 규모를 축소해 사회복지 지출을 줄이고 국가 기간사업을 민영화하라는 것이다. ②번은 자본 시장을 외국 자본에 개방하라는 뜻이다. ③번은 각종 관세 장벽과 수출 보조금 지급 등을 없애 무역을 자유화하라는 명령이다. 신자유주의의 전형적인 정책이다. 실제 프리드먼은 “황금 스트레이트재킷은 1970년대 영국 총리 마거릿 대처가 재봉하고 유행시키기 시작한 것”이라며 “대처는 20세기 후반 가장 위대한 혁명가 중 한 사람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썼다. 프리드먼은 ‘전자소떼’라고 이름 붙였지만 이 짐승의 또 다른 이름은 ‘투기자본’이다.
■ 벼리기 아래 논제를 읽고 글을 쓴 뒤, <아하! 한겨레> 누리집(www.ahahan.co.kr)에 올려 주세요. 잘 쓴 글을 선택해 ‘통합논술 세미나’에 실어 줍니다. 1. 자기 주변에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 해당하는 것을 골라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해보시오. (600자) 2. 다음 지문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4장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내용에 대해 찬반을 밝히시오. (600자) “이제 우리가 과거에는 교역 대상이 될 수 없었던 이 모든 서비스를 인터넷 같은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할 수 있게 됐는데, 왜 정부는 아웃소싱할 수 없을까?” 생각해보라. 우리는 특공작전과 국경 수비를 러시아인들에게 아웃소싱할 수도 있다. 인도 사람들에게는 나라 살림 회계를 맡기고 스위스인들에게는 세관을 운영하라고 할 수도 있다. 독일인들에게 중앙은행을 맡기고 이탈리아인들에게는 신발 디자인을 시킬 수도 있다. 영국인들에게는 고등학교를 운영하도록 하고 일본인들에게는 초등학교와 철도를 운영하라고 주문할 수도 있다. 3. 토머스 프리드먼에 따르면 1997~98년 타이·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러시아·브라질 등을 휩쓴 외환위기는 세계화에 낡은 자본주의를 고수하던 나라들한테 전자소떼가 내린 형벌이다. 이들 나라들은 정치권력이 부패했고 뇌물이 횡행했다. 은행은 국제적인 기준이 아닌 정권의 입맛에 따라 제멋대로 운영됐다. 육중하고 거대한 국영 기업은 적자투성이였지만 정부 보조금을 받아 연명하고 있었다. 높은 관세와 수입 물량 제한으로 이 나라의 기업들은 보호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프리드먼 식의 분석에 반론도 강하다. 비판자들은 외환위기가 너무 잦다는 점을 지적한다. 1994년 멕시코, 1997년 아시아, 1998년 러시아와 브라질, 2001년 터키, 2002년 아르헨티나 그리고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 따르면 세계화에는 미국과 영국이 가장 앞서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전자소떼의 본국이 정작 전자소떼의 공격을 받은 셈이다.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금융 자유화가 세계 경제를 불안하게 만든 범인이라고 비판한다. 그에 따르면 금융자본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 재배치되는 데 몇 초, 길어야 몇 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금융 자본은 ‘기다리기를 싫어하는 자본’으로 단기간에 이익을 챙기려는 속성을 가진다. 금융 자본은 단기 이익을 추구하지 장기 이익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이익에 따라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이 대륙에서 저 대륙으로 쉽게 옮겨 다닌다. 따라서 수많은 외환위기는 낡은 경제체제 때문이 아니라 투기자본 때문에 발생했다. 1997년 금융위기가 몰아닥쳤던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는 국제 투기자본을 맹비난하면서 ‘황금 스트레이트재킷’을 입지 않고 버텼고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이 두 가지 견해를 비교한 뒤 어느 쪽이 타당성이 있다고 보는지 자신의 생각을 기술하시오. (1200자)
토머스 프리드먼 지음/장경덕 옮김/21세기북스 렉서스는 도요타의 최고급 자동차 브랜드로 세계화(신세계)를 상징하고 올리브나무는 전통적인 민족국가와 신념(구세계)을 상징한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세계화 찬양서다. 그 누구도 세계화 흐름을 거역할 수 없으며, 세계화의 법칙에 맞추지 못하는 나라는 한국·타이(태국)·러시아·인도네시아처럼 금융위기라는 징벌을 받게 된다는 게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의 주장이다. 그는 ‘세계화=미국화’라고 본다. 그런데 <렉서스와 올리브나무>가 나온 지 채 10년이 지나지 않은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이 위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단지 저자의 주장만 흡수할 게 아니라 미국마저 왜 금융위기에 휩싸이게 됐을까 고민하면서 읽어야 할 책이다.
■ 풀무질
무너지는 베를린 장벽. <한겨레> 자료사진
프리드먼은 도쿄로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3면에 실린 기사를 읽었다. 미국 국무부 일일 브리핑으로 아랍과 이스라엘을 흔들어 놓을 만한 내용이었다. 시속 290㎞로 달리는, 세계에서 가장 현대적인 기차 안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방에 관한 기사를 읽던 프리드먼은 생각했다. “내가 조금 전 방문한 렉서스 공장과 현재 나를 태운 기차가 있는 나라 일본은 로봇으로 세계 최고급 승용차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3면 위에서는 누가 어느 올리브나무를 소유할지를 놓고 아직도 싸우고 있다.” 올리브나무는 가족이나 지역사회·부족·민족·종교·가정 등을 상징한다. 국민국가는 궁극적인 올리브나무다. 사람들이 자기의 올리브나무에 집착해 미쳐 날뛰면 나치즘이나 이슬람교도를 학살했던 세르비아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린다. 이에 비해 렉서스는 생활수준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글로벌 시장과 금융기관, 컴퓨터 기술을 상징한다. 국민국가는 궁극적인 올리브나무 1997년 12월8일 아침, 타이 정부는 자국의 58대 금융회사 가운데 56개사의 문을 닫겠다고 발표했다. 타이 통화는 30%나 폭락했고 금융시스템은 마비됐다. 타이 위기는 한국·말레이시아에도 번졌다. 아시아 경제가 휘청거리자 금·구리·알루미늄·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떨어졌다. 소련이 망한 뒤 원자재 수출로 살아가던 러시아가 직격탄을 맞았다. 1998년 8월17일 러시아 경제는 ‘카드로 쌓은 집’처럼 무너져 내렸다. 러시아에 막대한 투자를 했던 헤지펀드들은 은행 빚을 갚기 위해 브라질 주식과 채권을 팔아치웠다. 타이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순식간에 한 대륙에서 다른 대륙으로 바이러스처럼 번졌다. 왜 이렇게 됐을까?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1945년 이후 국제관계를 좌우해온, 느리고 분열되고 고착된 냉전체제가 새롭고 유동적이고 상호 연관된 세계화 체제로 완전히 대체됐기 때문이다. 이제 ‘막힌 세계’는 사라졌다. 1900년 하루 평균 외환거래는 수백만달러였지만 1992년에는 하루 8200억달러, 1998년 4월에는 최고 1조5000억달러에 이르렀다. 정보통신 혁명으로 세계는 더 촘촘하게 엮였다. 냉전 시대의 특징은 베를린 장벽으로 상징되는 ‘분열’이다. 오늘날 세계화 시대의 특징은 웹으로 상징되는 ‘통합’이다. 세계화를 이끌어 가는 이념은 자유시장 자본주의다. 시장의 힘이 더 많은 걸 지배하도록 하고 자유무역과 경쟁을 위해 시장을 더 많이 개방할수록 경제는 더 효율적으로 바뀌고 더 번성한다. 세계화는 자유시장 자본주의가 사실상 세계 모든 나라로 확산되는 걸 뜻한다. 경쟁력이 높고 외국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경제를 만들기 위해 개방하고 규제를 완화하고 민영화해야 한다. 이게 세계화의 기본 법칙이다. 1975년 냉전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전세계 국가들 가운데 8%만이 개방적인 자유시장 자본주의 체제에 있었다. 당시 외국인 직접투자는 230억달러였다. 1997년 개방적인 경제체제를 가진 나라는 28%로 늘었고, 외국인 투자는 6440억달러에 달했다. 어떤 나라가 일단 세계화 체제로 뛰어들면 엘리트들은 통합의 관점을 내면화하며, 늘 스스로를 세계적인 관점에서 보려고 애쓴다. 냉전 때 가장 자주 묻는 건 “당신은 누구 편이냐?”였지만 세계화 시대에 가장 자주 묻는 것은 “당신은 얼마나 많은 이들과 연결돼 있느냐?”다. 냉전체제에서 핵심 문서는 ‘조약’이었지만, 세계화 체제의 핵심 문서는 ‘계약서’다. 이 세계화 시대 최고의 글로벌리스트들은 헤지펀드의 매니저들이다. 복지국가는 세계화 체제를 견딜 수 없다 오늘날 세계화는 기술의 민주화, 금융의 민주화, 정보의 민주화를 핵심으로 한다. 기술의 민주화란 컴퓨터와 휴대전화 인터넷을 통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멀리, 더 많은 나라로, 더 깊숙이, 더 저렴하게 도달할 수 있는 걸 말한다. 금융의 민주화는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해 모든 것을 금융화해서 팔 수 있고 자본 이동을 막는 국가적 장벽이 없어진 것을 말한다. 과거에 많은 개도국 기업들의 자금 조달은 정경유착에 좌우됐지만 이제 금융 민주화로 그런 일은 불가능해졌다. 투자자들은 채무국들이 얼마나 경제를 잘 운용하느냐에 따라 매일 채권을 사고판다. 이는 채무국들이 매일 성과 평가를 받는다는 뜻이다. 이 투자자들은 선진국 업체나 기관으로 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 같은 정실자본주의에 물들었던 나라의 정부가 통제할 수 없다. 지금처럼 장벽이 사라진 세계에서 정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는 남미 경제, 가장 비대해진 캐나다와 서유럽의 복지체제, 지나치게 중앙집권적이고 느리게 움직이는 일부 북미 기업들은 견딜 수 없다. 사회주의나 복지국가가 더 효율적이고 공평하게 분배하고 나눌 수 있을지 몰라도 어떤 체제도 그 소득을 자유시장 자본주의만큼 효율적으로 창출할 수 없다.
■ 마치질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VS 공산당 선언
<공산당 선언> 1848년 초판
■ 담금질 ‘전자소떼’인가 투기자본인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핵심 개념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책 제목도 은유적이지만 또 다른 중요한 은유가 있다. ‘황금 스트레이트재킷’과 ‘전자소떼’다. 황금 스트레이트재킷(구속복·억압복)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민간 부문을 경제성장의 주력 엔진으로 삼아라. 정부 소유 산업과 공익사업을 민영화하라. 정부 관료 조직을 줄여라. 은행과 통신을 민간이 소유하고 이 부분에서 경쟁이 이뤄지도록 개방하라. ② 외국인 투자 제한을 없애라. 자본 시장 규제를 완화하라. 외환거래를 자유화하라. 기업과 주식, 채권을 외국인들이 직접 소유할 수 있도록 개방하라. ③ 수입관세를 낮추거나 없애라. 수입 물량 제한과 내수시장 독점을 철폐하라. 이 황금 스트레이트재킷은 ‘모두 한 사이즈에 맞춰야 하는’ 옷이다. 이 황금 스트레이트재킷을 유난히 좋아하는 동물이 있다. 전자소떼다. 전자소떼는 얼굴 없는 주식거래자와 채권, 외환거래자들이다. 각국 정부는 황금 스트레이트재킷에 맞추기 위해 균형 재정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성장을 위한 자본을 얻으려면 이들에게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오늘날의 세계화 체제에서 경제적으로 번영하려면 황금 스트레이트재킷을 입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들 전자소떼와 어울려야 한다. 전자소떼는 황금 스트레이트재킷을 좋아한다. 이 재킷에는 그들이 원하는 모든 개방적인 자유시장 규범이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전자소떼는 이 재킷을 계속 입고 있는 나라들한테는 투자자본으로 보상을 해준다. 그 재킷을 입지 않는 나라는 그 소떼의 규율에 따른 기합을 받게 된다. 소떼들이 투자를 피하거나 돈을 빼내가는 것이다. 프리드먼이 말한 황금 스트레이트재킷은 곧 신자유주의다. 앞에서 소개한, 황금 스트레이트재킷의 핵심 내용 ①번은 정부 규모를 축소해 사회복지 지출을 줄이고 국가 기간사업을 민영화하라는 것이다. ②번은 자본 시장을 외국 자본에 개방하라는 뜻이다. ③번은 각종 관세 장벽과 수출 보조금 지급 등을 없애 무역을 자유화하라는 명령이다. 신자유주의의 전형적인 정책이다. 실제 프리드먼은 “황금 스트레이트재킷은 1970년대 영국 총리 마거릿 대처가 재봉하고 유행시키기 시작한 것”이라며 “대처는 20세기 후반 가장 위대한 혁명가 중 한 사람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썼다. 프리드먼은 ‘전자소떼’라고 이름 붙였지만 이 짐승의 또 다른 이름은 ‘투기자본’이다.
■ 벼리기 아래 논제를 읽고 글을 쓴 뒤, <아하! 한겨레> 누리집(www.ahahan.co.kr)에 올려 주세요. 잘 쓴 글을 선택해 ‘통합논술 세미나’에 실어 줍니다. 1. 자기 주변에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 해당하는 것을 골라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해보시오. (600자) 2. 다음 지문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4장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내용에 대해 찬반을 밝히시오. (600자) “이제 우리가 과거에는 교역 대상이 될 수 없었던 이 모든 서비스를 인터넷 같은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할 수 있게 됐는데, 왜 정부는 아웃소싱할 수 없을까?” 생각해보라. 우리는 특공작전과 국경 수비를 러시아인들에게 아웃소싱할 수도 있다. 인도 사람들에게는 나라 살림 회계를 맡기고 스위스인들에게는 세관을 운영하라고 할 수도 있다. 독일인들에게 중앙은행을 맡기고 이탈리아인들에게는 신발 디자인을 시킬 수도 있다. 영국인들에게는 고등학교를 운영하도록 하고 일본인들에게는 초등학교와 철도를 운영하라고 주문할 수도 있다. 3. 토머스 프리드먼에 따르면 1997~98년 타이·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러시아·브라질 등을 휩쓴 외환위기는 세계화에 낡은 자본주의를 고수하던 나라들한테 전자소떼가 내린 형벌이다. 이들 나라들은 정치권력이 부패했고 뇌물이 횡행했다. 은행은 국제적인 기준이 아닌 정권의 입맛에 따라 제멋대로 운영됐다. 육중하고 거대한 국영 기업은 적자투성이였지만 정부 보조금을 받아 연명하고 있었다. 높은 관세와 수입 물량 제한으로 이 나라의 기업들은 보호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프리드먼 식의 분석에 반론도 강하다. 비판자들은 외환위기가 너무 잦다는 점을 지적한다. 1994년 멕시코, 1997년 아시아, 1998년 러시아와 브라질, 2001년 터키, 2002년 아르헨티나 그리고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 따르면 세계화에는 미국과 영국이 가장 앞서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전자소떼의 본국이 정작 전자소떼의 공격을 받은 셈이다.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금융 자유화가 세계 경제를 불안하게 만든 범인이라고 비판한다. 그에 따르면 금융자본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 재배치되는 데 몇 초, 길어야 몇 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금융 자본은 ‘기다리기를 싫어하는 자본’으로 단기간에 이익을 챙기려는 속성을 가진다. 금융 자본은 단기 이익을 추구하지 장기 이익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이익에 따라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이 대륙에서 저 대륙으로 쉽게 옮겨 다닌다. 따라서 수많은 외환위기는 낡은 경제체제 때문이 아니라 투기자본 때문에 발생했다. 1997년 금융위기가 몰아닥쳤던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는 국제 투기자본을 맹비난하면서 ‘황금 스트레이트재킷’을 입지 않고 버텼고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이 두 가지 견해를 비교한 뒤 어느 쪽이 타당성이 있다고 보는지 자신의 생각을 기술하시오. (120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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