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하위권 몰린 고교에선
학습분위기 어수선…교사들, 지도 어려움 호소
학교는 벌점제 등 규율강화로 ‘군기잡기’ 나서
“성적차별로 공교육 허무는 고교선택제 없애야”
학습분위기 어수선…교사들, 지도 어려움 호소
학교는 벌점제 등 규율강화로 ‘군기잡기’ 나서
“성적차별로 공교육 허무는 고교선택제 없애야”
서울 노원구 ㄱ고 1학년 6명 중 1명은 중학교 내신성적이 하위 10%다. 2※009년 신입생만 해도 하위 10%에 속하는 학생이 19명 중 1명에 그쳤는데, 고교선택제가 시행된 2010년에 8명 중 1명으로 크게 늘더니 올해에는 좀더 많아졌다. 하위권 학생들이 늘면서 지난해부터 학생들 사이에서 ‘자발적인 학습 거부’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지각, 조퇴, 결석이 빈번해졌고 수업 교재조차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났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2~3학년 수업을 맡고 있는데, 고교선택제 시행 전에 들어온 3학년과 시행 뒤에 들어온 2학년 수업을 하다 보면 학생들의 눈빛부터가 다르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부모의 소득 등 사회경제적 배경이 학생의 성적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워 집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다 보니 수업을 따라오기도 어려워하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학습·생활 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현상은 중학교 내신성적 하위 10% 학생이 몰리는 학교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다. 강서구의 한 고교 교사는 “고교선택제 실시 뒤 우리 학교에 성적이 낮거나 집안환경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많이 와 교사의 손길은 더 필요한데, 일반고들이 정원이 적은 자율형사립고(자사고)로 대거 전환하면서 일반고의 학생 수는 오히려 늘어 교사들이 지쳐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적이나 경제력 등에서 다양한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면 서로 보고 배우는 것도 있을 텐데, 쏠림 현상이 심해지니까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송파구의 한 고교 교사는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은 죄다 특수목적고와 자사고로 진학하거나 ‘선호 학교’를 골라 지원하면서, 나머지 학교들은 고교평준화 이전의 이른바 ‘똥통 학교’가 되어 가고 있다”고 푸념했다.
일부 학교들은 학생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비선호 학교라는 낙인에서 벗어나기 위해 규율을 강화하기도 한다. 저소득층 밀집 지역인 중랑구의 ㄴ고 1학년은 중학교 내신 상위 10%인 학생은 16명 중 1명에 그치는 반면, 8명 중 1명이 하위 10%다. 이 학교 1학년 ㅇ(16)군은 “우리 학교는 주변에서 ‘좋은 학교’로는 평가받지 못하고 ‘노는 학교’로 소문이 났다”며 “수업시간에도 자거나 떠드는 학생들이 많은데, 그 애들은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동기부여가 안 돼 공부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학교 쪽은 “분위기를 잡는다”며 벌점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른바 ‘불량 학생’들을 솎아내기 위해서다. ㄴ고의 한 교사는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때 벌점을 주고 벌점이 누적되면 선도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하고 있다”며 “요즘은 거의 매주 선도위원회가 열려 징계를 내리고 있고, 너무 심하면 전학이나 자퇴를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교사들은 “고교선택제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송파구의 한 교사는 “정부의 학교 지원과 교사들 수준이 거의 비슷한 상황에서, 고교선택제에서 말하는 ‘좋은 학교’는 결국 더 좋은 학생을 많이 받는 것”이라며 “고교선택제를 없애 성적과 경제력이 서로 다른 학생들이 골고루 들어와야 빈부나 성적에 따른 차별이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강서구의 한 고교 교사도 “하위권 학생들이 많으면 학교 분위기가 나빠지고, 상위권 학생들이 몰리면 학부모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경쟁 위주의 입시교육을 강화하는 등 양쪽 모두 파행이 빚어진다”며 “학교를 양극화하는 고교선택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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