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복 교사의 시사쟁점! 이 한권의 책 [난이도 수준:고2~고3]
46. 플로리시 - 세상을 바꾸려면 부정보다 긍정에 주목하라
<플로리시>
마틴 셀리그만 지음우문식·윤상운 옮김/물푸레 마틴 셀리그만은 우리 시대 최고의 심리학자로 꼽힌다. 그는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으로 유명해졌다. 그가 했던 실험은 다음과 같다. 전기충격을 줄 수 있는 바닥을 설치한다. 그리고 칸을 둘로 나누고 개 한 마리씩을 가둔다. 그다음, 두 쪽 바닥에 모두 전기충격을 준다. 한쪽 칸은 전기충격을 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펄쩍 뛰어 밖으로 나가는 식으로 말이다. 반면, 다른 쪽은 충격을 받아도 그냥 고스란히 고통을 견디도록 만들었다. 충격을 수차례 반복한 후, 셀리그만은 실험 환경을 바꾸었다. 전기충격을 피할 수 없던 칸을 터주었던 것이다. 개가 도망칠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개는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여전히 꼼짝없이 엎드려 충격을 견딜 뿐이었다. 이처럼 어쩌지 못할 고통이 반복될 때, 우리는 벗어날 생각 자체를 아예 못하게 된다. 여기서 셀리그만은 ‘무기력과 패배의식은 타고나기보다 학습된다’는 결론을 이끌어내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전기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해서, 모든 개가 다 무기력에 빠지지는 않았다. 30% 남짓의 개들은 줄기차게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다. 도망칠 수 있었던 개들은 더욱 상태가 좋아졌다. 다른 고통을 주었을 때, 전보다 적극적으로 빠져나가려 했던 것이다. 여기서 셀리그만은 새롭게 ‘학습된 낙관주의’를 이끌어낸다.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도 훈련을 통해 기를 수 있다는 뜻이다.
셀리그만은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을 개척한 학자다. 이전에 심리학자들은 마음의 상처와 고통을 없애는 일에 매달렸다. 반면, 셀리그만은 강점을 키우는 작업에 힘을 쏟는다. 체력이 튼튼한 사람은 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마음을 튼실하게 하면 시련과 아픔에서 쉽게 벗어난다. 이를 ‘자아 회복력’(self resilience)이라고 한다.
어떻게 해야 건강하고 튼실한 자아를 가꿀까? 셀리그만은 ‘페르마’(PERMA) 원리를 앞세운다. 페르마란 긍정적인 감정(Positive Emotion), 몰입(Engagement), 인간관계(Relationship), 삶의 의미(Meaning), 성취(Accomplishment)를 말한다. 행복은 유쾌하고 즐거운 상태만은 아니다. 행복이 이 두 가지만으로 이뤄진다면, 마약은 지복(至福)에 이르는 지름길일 테다. 행복은 좋은 감정만은 아니다. 오롯한 행복감은 자기의 능력을 펼칠 때의 몰입 경험, 목숨을 걸 만한 삶의 의미, 적절한 성공 경험이 어우러질 때 찾아든다. 이를 셀리그만은 ‘플로리시'(flourish)라고 부른다. 인생이 꽃처럼 활짝 피어난다는 뜻이다. 긍정심리학은 플로리시를 목표로 한다. 그것도 2051년, 세계 인구의 51%가 플로리시를 이룬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내세운다. 이를 위해 셀리그만은 여러 학설을 끌어온다. 무엇보다 플로리시를 늘리려면 ABC 이론을 제대로 짚어보아야 한다. 불행한 이유는 삶에 닥친 어려움(Adversity) 때문이 아니다. 불행은 어려움에 대한 나의 생각(Belief)이 낳은 결과(Consequence)일 뿐이다. 셀리그만은 베트남 전쟁 때 미군 포로들을 예로 든다. 전쟁 경험은 끔찍한 정신질환을 낳았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포로 생활을 되레 좋은 경험으로 받아들였다. 이들은 역경 덕분에 자신이 더 성숙해졌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이처럼, 어려움이 아니라 어려움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생각이 중요하다. 우리의 생각은 늘 어두운 쪽으로 흐른다. 이는 어쩌지 못할 우리의 ‘운명’이기도 하다. 우리의 유전자에는 ‘걱정하는 습관’이 한가득 들어 있는 탓이다. 천하태평으로 마음 놓고 지냈던 조상들은 유전자를 남기기 힘들었다. 걱정이 적으면 위험도 소홀히 여기기 쉽다. 그만큼 쉽게 죽었다. 그러나 안 좋은 상상을 많이 할수록 미래 대비는 철저해지기 마련이다. 우리에게 근심이 많았던 조상들의 유전자가 훨씬 많은 이유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두운 생각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현대사회는 생각대로 미래가 바뀌곤 한다. 증권 시장을 보라. 밝고 활기찬 전망이 많을 때 주가도 오른다. 증시가 달아오르면 경제 역시 덩달아 살아난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불안이 퍼질 때는 어떤가? 주가가 가라앉으며 경제 역시 곤두박질친다. ‘생각대로’ 미래가 바뀌는 셈이다. 셀리그만은 ‘로사다 비율'(Losada ration)을 중요하게 여긴다. 로사다 비율이란 긍정적 낱말과 부정적 낱말을 쓰는 비율을 이른다. 긍정과 부정의 비율은 2.9 대 1 정도여야 한다. 이보다 낮아지면,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한단다. 부부 사이, 친구 관계 등도 다르지 않다. 긍정심리학은 이렇게 말하는 듯싶다. 경제를 살리고 싶은가? 그러면 긍정적이고 밝게 미래를 이야기 하라.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는 시민들 마음을 가슴 벅찬 희망으로 가득 차게 해야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바버라 에런라이크 같은 이들은 긍정심리학에 고개를 흔든다. 히틀러는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며 독일인들에게 환상을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는 어땠는가? 무릇 미래는 차가운 가슴으로 그려야 하는 법이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헛된 기대에서부터 시작된다. 몇몇 저축은행이 영업 정지를 당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걱정되는 모양이다. 정부 관료들은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인출 자제를 외쳐댄다. 미래를 밝은 눈으로 볼 때 뱅크런(bank run)은 잦아들 테다. 하지만 셀리그만도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잘라 말한다. 플로리시는 좋은 감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객관적인 정보, 여기에 걸맞은 의미와 성취 역시 중요하다. 물론 경제가 굴러가는 데는 희망과 예측도 큰 몫을 한다. ‘페르마’의 잣대로 저축은행 사태를 견주어 보자. 지금 사태를 풀기 위해 짚어보아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철학박사, 중동고 철학교사timas@joongdong.org
마틴 셀리그만 지음우문식·윤상운 옮김/물푸레 마틴 셀리그만은 우리 시대 최고의 심리학자로 꼽힌다. 그는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으로 유명해졌다. 그가 했던 실험은 다음과 같다. 전기충격을 줄 수 있는 바닥을 설치한다. 그리고 칸을 둘로 나누고 개 한 마리씩을 가둔다. 그다음, 두 쪽 바닥에 모두 전기충격을 준다. 한쪽 칸은 전기충격을 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펄쩍 뛰어 밖으로 나가는 식으로 말이다. 반면, 다른 쪽은 충격을 받아도 그냥 고스란히 고통을 견디도록 만들었다. 충격을 수차례 반복한 후, 셀리그만은 실험 환경을 바꾸었다. 전기충격을 피할 수 없던 칸을 터주었던 것이다. 개가 도망칠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개는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여전히 꼼짝없이 엎드려 충격을 견딜 뿐이었다. 이처럼 어쩌지 못할 고통이 반복될 때, 우리는 벗어날 생각 자체를 아예 못하게 된다. 여기서 셀리그만은 ‘무기력과 패배의식은 타고나기보다 학습된다’는 결론을 이끌어내었다.
<플로리시>
어떻게 해야 건강하고 튼실한 자아를 가꿀까? 셀리그만은 ‘페르마’(PERMA) 원리를 앞세운다. 페르마란 긍정적인 감정(Positive Emotion), 몰입(Engagement), 인간관계(Relationship), 삶의 의미(Meaning), 성취(Accomplishment)를 말한다. 행복은 유쾌하고 즐거운 상태만은 아니다. 행복이 이 두 가지만으로 이뤄진다면, 마약은 지복(至福)에 이르는 지름길일 테다. 행복은 좋은 감정만은 아니다. 오롯한 행복감은 자기의 능력을 펼칠 때의 몰입 경험, 목숨을 걸 만한 삶의 의미, 적절한 성공 경험이 어우러질 때 찾아든다. 이를 셀리그만은 ‘플로리시'(flourish)라고 부른다. 인생이 꽃처럼 활짝 피어난다는 뜻이다. 긍정심리학은 플로리시를 목표로 한다. 그것도 2051년, 세계 인구의 51%가 플로리시를 이룬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내세운다. 이를 위해 셀리그만은 여러 학설을 끌어온다. 무엇보다 플로리시를 늘리려면 ABC 이론을 제대로 짚어보아야 한다. 불행한 이유는 삶에 닥친 어려움(Adversity) 때문이 아니다. 불행은 어려움에 대한 나의 생각(Belief)이 낳은 결과(Consequence)일 뿐이다. 셀리그만은 베트남 전쟁 때 미군 포로들을 예로 든다. 전쟁 경험은 끔찍한 정신질환을 낳았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포로 생활을 되레 좋은 경험으로 받아들였다. 이들은 역경 덕분에 자신이 더 성숙해졌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이처럼, 어려움이 아니라 어려움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생각이 중요하다. 우리의 생각은 늘 어두운 쪽으로 흐른다. 이는 어쩌지 못할 우리의 ‘운명’이기도 하다. 우리의 유전자에는 ‘걱정하는 습관’이 한가득 들어 있는 탓이다. 천하태평으로 마음 놓고 지냈던 조상들은 유전자를 남기기 힘들었다. 걱정이 적으면 위험도 소홀히 여기기 쉽다. 그만큼 쉽게 죽었다. 그러나 안 좋은 상상을 많이 할수록 미래 대비는 철저해지기 마련이다. 우리에게 근심이 많았던 조상들의 유전자가 훨씬 많은 이유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두운 생각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현대사회는 생각대로 미래가 바뀌곤 한다. 증권 시장을 보라. 밝고 활기찬 전망이 많을 때 주가도 오른다. 증시가 달아오르면 경제 역시 덩달아 살아난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불안이 퍼질 때는 어떤가? 주가가 가라앉으며 경제 역시 곤두박질친다. ‘생각대로’ 미래가 바뀌는 셈이다. 셀리그만은 ‘로사다 비율'(Losada ration)을 중요하게 여긴다. 로사다 비율이란 긍정적 낱말과 부정적 낱말을 쓰는 비율을 이른다. 긍정과 부정의 비율은 2.9 대 1 정도여야 한다. 이보다 낮아지면,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한단다. 부부 사이, 친구 관계 등도 다르지 않다. 긍정심리학은 이렇게 말하는 듯싶다. 경제를 살리고 싶은가? 그러면 긍정적이고 밝게 미래를 이야기 하라.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는 시민들 마음을 가슴 벅찬 희망으로 가득 차게 해야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바버라 에런라이크 같은 이들은 긍정심리학에 고개를 흔든다. 히틀러는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며 독일인들에게 환상을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는 어땠는가? 무릇 미래는 차가운 가슴으로 그려야 하는 법이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헛된 기대에서부터 시작된다. 몇몇 저축은행이 영업 정지를 당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걱정되는 모양이다. 정부 관료들은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인출 자제를 외쳐댄다. 미래를 밝은 눈으로 볼 때 뱅크런(bank run)은 잦아들 테다. 하지만 셀리그만도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잘라 말한다. 플로리시는 좋은 감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객관적인 정보, 여기에 걸맞은 의미와 성취 역시 중요하다. 물론 경제가 굴러가는 데는 희망과 예측도 큰 몫을 한다. ‘페르마’의 잣대로 저축은행 사태를 견주어 보자. 지금 사태를 풀기 위해 짚어보아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철학박사, 중동고 철학교사timas@joong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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