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민단체 ‘헛고생’ 책 펴내
전문가 검증 ‘잘못된 통념’ 정리
전문가 검증 ‘잘못된 통념’ 정리
“다섯살 때부터 영어유치원 다닌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영어를 배운 아이랑 영어학원의 같은 레벨에서 만나는 경우가 허다해요.”
교육시민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영어 조기교육이나 과도한 사교육의 허와 실을 분석한 소책자 <아깝다! 영어 헛고생>을 28일 펴냈다.
학부모들 사이에 널리 퍼진 영어교육에 대한 12가지 통념을 대학교수, 교사, 학원 강사, 의사 등 전문가 26명의 검증을 통해 반박하고 있는 이 책은, 이 단체가 2008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개최한 36회에 이르는 영어 사교육 관련 공개 토론회의 성과이기도 하다. 단체 누리집(www.noworry.kr)에서 누구나 전자책 형태로 볼 수 있으며, 책자를 직접 보고 주변에 배포하고자 하는 사람은 50부(1만5000원)씩 신청할 수 있다.
이 책자는 우선 학부모들을 조급하게 만드는 ‘영어 조기교육’을 둘러싼 오해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한다.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책에서 “영어를 배우는 데 이른바 ‘결정적 시기’가 있다는 말에 부담을 느끼는 학부모들이 있는데, 이는 모국어 습득이나 영어를 쓰는 나라에 이민 간 상황을 전제한 이론”이라며 “우리나라에 이를 적용해 효과를 보았다는 학문적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한다.
조기교육의 방법으로 보편화한 영어유치원은 이런 점에서 비용 대비 효과가 보잘것없다고 이 책자는 강조한다. 한 영어 전문학원의 강사는 “다섯살 아이가 영어유치원에서 2년 동안 배우는 것을 1학년 아이는 반 년 정도면 다 터득할 수 있다”며 영어유치원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영어를 모국어처럼 배우게 한다며 한두살밖에 안된 아기들에게 영어 동영상을 틀어주는 학부모들은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측두엽은 만 6살부터 집중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그 이전에는 언어 학습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다’는 서유헌 서울대 의대 교수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책자는 이밖에도 학부모들을 과도한 사교육으로 내모는 잘못된 통념으로 △초등학교 3학년 이전에는 영어를 끝내야 한다 △초등학교 때 조기유학은 필수다 △토익과 텝스를 공부하면 입시에서 유리하다 △영어는 말하기가 중요하다 등을 꼽았다.
이 단체 송인수 대표는 “이 책자를 읽고 조기유학을 단념하는 부모가 있다면, 2000만~4000만원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며 “사교육 시장이 마케팅 차원에서 퍼뜨리는 과장된 정보에 흔들리지 말고 사교육비를 절약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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