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환 교사
<초등 고전 읽기 혁명>저자 송재환 교사
동산초 ‘고전읽기 프로젝트’ 결과물 책으로 출간
고전 읽은 뒤 성적도 오르고 지적 자존감도 높아져
동산초 ‘고전읽기 프로젝트’ 결과물 책으로 출간
고전 읽은 뒤 성적도 오르고 지적 자존감도 높아져
“고전을 읽기 시작하면서 고전을 응용해서 이야기하는 습관이 아이에게 생겼다. 특히 <논어>를 읽은 후부터는 실생활 속에서 공자님 말씀을 많이 인용하는데 보기가 좋다.”(6학년 학부모) “<논어>를 읽고 나서부터 욕도 줄고 화도 덜 내고 책도 더욱 집중해서 읽고 친구들과 더 잘 어울리게 되었다.”(6학년 학생)
서울 동산초등학교는 전 학년을 대상으로 고전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고전’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전 학년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까지 쉽지는 않았다. 학부모들도 과연 아이들이 ‘고전’을 읽을 수 있을지 우려했다. 하지만 200일 동안의 고전 읽기 프로젝트의 결과는 놀라웠다. 아이들은 한달에 한권씩 고전을 읽어가며 조금씩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글쓰기를 힘들어하던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글을 써왔고 자기중심적이던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 동산초의 고전 읽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한 송재환(사진) 교사는 “아이들이 고전을 통해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지혜와 통찰력을 배울 수 있다”며 고전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송 교사는 최근 <초등 고전 읽기 혁명>(글담출판사)이라는 책을 펴냈다.
초등학교에서 고전 읽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
“그동안 공부법 관련 책을 여러권 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니 효과적인 공부법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오랫동안 공부법을 연구해 온 결과 독서만큼 중요한 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젠 아이들이 읽고 있는 책만 봐도 나중에 어느 정도의 학습능력을 보일지 알 수 있다. 특별히 고전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미국의 하버드대학보다 더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시카고대학의 사례를 통해서였다. 무려 85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설립 초기에는 삼류 대학에 불과했던 시카고대학이 이렇게 좋은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고전 읽기’에서 비롯됐다. 시카고대학 학생들은 ‘고전 100권’을 읽어야만 졸업을 할 수 있다. 중국의 명문 칭화대도 이공대이지만, 학생들에게 중국 고전 70권과 서양 고전 30권을 읽게 한다.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도 이 대학 출신으로 수많은 이공계 인재와 정치 지도자들을 배출하고 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봐도 ‘고전 읽기’는 글을 쓰는데 큰 도움이 됐다.”
고전 읽기 프로젝트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고 있나?
“지난해 고전 읽기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7명의 선생님들이 모여 아이들이 읽을 만한 고전을 선정했다. 1학년과 6학년 각 한 반을 시범학급으로 운영했고, 올해부터 전 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매일 아침 20~30분씩 고전을 읽고 독후활동을 한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총 100권을 읽어야 하는데, 평소엔 한달에 한권을 읽지만 방학 때는 두권씩 읽는다. 예를 들어 6학년은 <톨스토이 단편선>, <백범일지>, <사기열전>,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제인 에어>, <허클베리 핀의 모험>, <논어>, <오만과 편견> 등을 읽었다. 아이들이 이렇게 어려운 책을 어떻게 읽을까 싶지만, 한달 동안 조금씩 반복해서 읽기 때문에 잘 따라온다.”
고전 읽기를 통해 아이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들었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우선 전혀 생각 없이 글을 쓰던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또 독후활동을 하면서 단 몇 줄도 쓰기 힘들어하던 아이들이 글의 양을 늘려가고 있다. 아이들의 품성도 좋아졌다. 욕을 잘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논어>를 읽으면서부터는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다. 성적 향상도 눈에 띈다. 평균 국어 성적이 95점에 이른다. 교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평균 점수는 처음 볼 정도다. 아이들의 국어 실력이 굉장히 높아졌다.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높아지다 보니 영어와 수학도 잘한다. 창의력과 상상력도 뛰어나다. 앞으론 이런 게 중요한 시대인데, 아이들이 고전을 읽으면서 통찰력과 안목을 키우는 것 같다. ‘고전 읽기’는 고리타분한게 아니라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지혜와 통찰력을 배우는 것이다. 아이들이 공자는 ‘초능력자’ 같다고 말한다. 자신들의 생각을 꿰뚫어본다고 느끼는 것이다. <오만과 편견>도 읽어보면 연애를 할 때의 남녀의 심리가 얼마나 잘 묘사되어 있나. 이런 책들이 지금까지도 계속 읽히는 이유가 있다.” 아이들한테 맞는 고전을 고르는 기준이 따로 있나? “고전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온전한 책’(Whole book)으로 읽어야 한다. 이는 고전 작품을 축약하지 않은 원전 그대로의 책을 말한다. 원전만이 줄 수 있는 사고와 상상의 공간이 있다. 원작을 읽어야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숨은 뜻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2시간짜리 영화를 30분 정도로 편집해서 본다고 생각해봐라. 제대로 된 감동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고전보다는 ‘온전한 책’을 읽고 축약된 책은 삼가야 한다. 그리고 고전 읽기는 긴 호흡을 필요로 할 뿐 내용이 어려운 건 아니다. 대부분의 책을 거의 다 읽고 독후활동을 한다. 연극으로 발표하기도 하고 영화를 보며 원작과 비교해보기도 한다.” 고전에 대한 편견들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표적인 편견들은 뭔가? “베스트셀러는 읽으면서 고전을 멀리하는 이유는 고전에 대한 편견들 때문이다. 누군가 ‘고전’은 제목은 알지만 누구도 잘 읽지 않는 책이라고 정의하는 것을 봤다. 뭣보다 ‘어렵다’라는 편견이 가장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읽어봤냐고 물어보면 ‘읽어보지 않았다’고 답한다. 읽어보지도 않고 ‘어렵다’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고전은 어렵지도 고리타분하지도 않다. 쉽지는 않지만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조선시대에는 서당의 어린 학동들과 원로대신들이 <대학>, <소학>, <논어>를 함께 읽으면서 공부했다. 읽고 이해하는 깊이가 다를 뿐이다.” 현재 학교 독서 교육의 문제점은 뭐라고 보나? “독서가 다독과 속독에 치우치고 있다. 저학년은 적어도 300권은 읽어야 다독상에 명함을 내밀 수 있다. 정말 무섭게 책을 읽는다. 아이가 이렇게 많은 양의 독서를 하면 다들 부러워하는데, 들여다보면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빨아들이고 흡입하는 것에 가깝다. 책을 빨리 읽으면 좋다는 사회 분위기도 이런 독서를 부추긴다.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을 고르다 보니 호흡도 짧고 생각도 깊이 하지 않는다. 당연히 깊은 사고력과 창의력을 기를 수도 없다. 독서는 얼마나 빨리 그리고 많이 읽었느냐가 아니라 무슨 책을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하다. 어렸을 때부터 가급적 한권의 책이라도 정독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아이들한테 고전 읽기가 중요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어릴 때부터 좋은 어휘가 담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이 시기에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어휘력이 결정된다. 학습만화나 만화책 등으로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르는 데 한계가 있다. 글로 된 책을 읽어야 머릿속 영화가 전개되면서 상상력을 키우게 된다.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도 도움을 준다. 아이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게 일정한 울타리를 쳐주면서 가치관을 세울 수 있게 한다. 뭣보다 아이들의 지적 자존감을 높여준다. 고전을 읽을 때 책의 가치를 강조하는데, 이런 책을 볼 수 있다는 것에 아이들이 굉장히 뿌듯해한다. 자존감이 높아지면서 성적도 오르고 꿈도 생기게 된다. 가정에서도 아이한테만 읽으라고 하지 말고 부모님도 함께 읽어야 한다. 같은 책을 두권씩 사라. 아이한테만 던져주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고전은 부모님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방법을 묻기보단 일단 함께 고전을 읽어보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글·사진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우선 전혀 생각 없이 글을 쓰던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또 독후활동을 하면서 단 몇 줄도 쓰기 힘들어하던 아이들이 글의 양을 늘려가고 있다. 아이들의 품성도 좋아졌다. 욕을 잘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논어>를 읽으면서부터는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다. 성적 향상도 눈에 띈다. 평균 국어 성적이 95점에 이른다. 교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평균 점수는 처음 볼 정도다. 아이들의 국어 실력이 굉장히 높아졌다.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높아지다 보니 영어와 수학도 잘한다. 창의력과 상상력도 뛰어나다. 앞으론 이런 게 중요한 시대인데, 아이들이 고전을 읽으면서 통찰력과 안목을 키우는 것 같다. ‘고전 읽기’는 고리타분한게 아니라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지혜와 통찰력을 배우는 것이다. 아이들이 공자는 ‘초능력자’ 같다고 말한다. 자신들의 생각을 꿰뚫어본다고 느끼는 것이다. <오만과 편견>도 읽어보면 연애를 할 때의 남녀의 심리가 얼마나 잘 묘사되어 있나. 이런 책들이 지금까지도 계속 읽히는 이유가 있다.” 아이들한테 맞는 고전을 고르는 기준이 따로 있나? “고전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온전한 책’(Whole book)으로 읽어야 한다. 이는 고전 작품을 축약하지 않은 원전 그대로의 책을 말한다. 원전만이 줄 수 있는 사고와 상상의 공간이 있다. 원작을 읽어야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숨은 뜻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2시간짜리 영화를 30분 정도로 편집해서 본다고 생각해봐라. 제대로 된 감동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고전보다는 ‘온전한 책’을 읽고 축약된 책은 삼가야 한다. 그리고 고전 읽기는 긴 호흡을 필요로 할 뿐 내용이 어려운 건 아니다. 대부분의 책을 거의 다 읽고 독후활동을 한다. 연극으로 발표하기도 하고 영화를 보며 원작과 비교해보기도 한다.” 고전에 대한 편견들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표적인 편견들은 뭔가? “베스트셀러는 읽으면서 고전을 멀리하는 이유는 고전에 대한 편견들 때문이다. 누군가 ‘고전’은 제목은 알지만 누구도 잘 읽지 않는 책이라고 정의하는 것을 봤다. 뭣보다 ‘어렵다’라는 편견이 가장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읽어봤냐고 물어보면 ‘읽어보지 않았다’고 답한다. 읽어보지도 않고 ‘어렵다’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고전은 어렵지도 고리타분하지도 않다. 쉽지는 않지만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조선시대에는 서당의 어린 학동들과 원로대신들이 <대학>, <소학>, <논어>를 함께 읽으면서 공부했다. 읽고 이해하는 깊이가 다를 뿐이다.” 현재 학교 독서 교육의 문제점은 뭐라고 보나? “독서가 다독과 속독에 치우치고 있다. 저학년은 적어도 300권은 읽어야 다독상에 명함을 내밀 수 있다. 정말 무섭게 책을 읽는다. 아이가 이렇게 많은 양의 독서를 하면 다들 부러워하는데, 들여다보면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빨아들이고 흡입하는 것에 가깝다. 책을 빨리 읽으면 좋다는 사회 분위기도 이런 독서를 부추긴다.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을 고르다 보니 호흡도 짧고 생각도 깊이 하지 않는다. 당연히 깊은 사고력과 창의력을 기를 수도 없다. 독서는 얼마나 빨리 그리고 많이 읽었느냐가 아니라 무슨 책을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하다. 어렸을 때부터 가급적 한권의 책이라도 정독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아이들한테 고전 읽기가 중요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어릴 때부터 좋은 어휘가 담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이 시기에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어휘력이 결정된다. 학습만화나 만화책 등으로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르는 데 한계가 있다. 글로 된 책을 읽어야 머릿속 영화가 전개되면서 상상력을 키우게 된다.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도 도움을 준다. 아이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게 일정한 울타리를 쳐주면서 가치관을 세울 수 있게 한다. 뭣보다 아이들의 지적 자존감을 높여준다. 고전을 읽을 때 책의 가치를 강조하는데, 이런 책을 볼 수 있다는 것에 아이들이 굉장히 뿌듯해한다. 자존감이 높아지면서 성적도 오르고 꿈도 생기게 된다. 가정에서도 아이한테만 읽으라고 하지 말고 부모님도 함께 읽어야 한다. 같은 책을 두권씩 사라. 아이한테만 던져주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고전은 부모님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방법을 묻기보단 일단 함께 고전을 읽어보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글·사진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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