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 언론 ‘한국의 교육’ 보도…과외·학원 시달리는 아이들 담아
17살 나경이는 매일 밤 10시부터 11시까지 학교 독서실에 남아 숙제와 자습을 한다. 일주일에 네 차례 과외교습도 받는다. 과외교습을 받는 날 나경이의 귀가 시간은 새벽 1시다. 나경이의 동생인 10살 민영이는 오후 4시에 학교를 마친 뒤 엄마 손에 이끌려 4곳의 학원에 다닌다. 엄마는 민영이가 잠자리에 들 때 영어로 된 역사교육 시디(CD)를 틀어준다. “가끔 아이들이 정말 안됐다는 생각을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한국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하루 다섯 시간만 자야 좋은 대학에 간다고 말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나경이와 민영이 엄마의 말이다.
이 장면은 프랑스 시각으로 지난 6일 저녁 8시35분 프랑스 국영방송 <프랑스2>의 ‘특별취재, 한국: 학교에 시달리는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전국에 방영됐다. 또 프랑스의 유력 주간지인 <누벨 옵세르바퇴르>도 지난 3일 이 방송 내용을 토대로 한 예고 기사를 ‘입 다물고 공부해!’라는 제목으로 생생하게 게재했다.(사진)
방송에는 먼저 전북 무주의 한 군사훈련소에서 열리는 주말캠프 장면이 나온다. ‘얼차려’를 받으면서 우는 아이들과 달래는 부모들의 모습이 교차하고, 해병대 출신의 교관이 차려를 시켜둔 아이들에게 “지진이 나도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 움직이지 않습니다”라고 명령하는 모습도 찍혀 있다. 한 아이는 ‘공부 열심히 안 해서 죄송하다’고 부모에게 쓴 편지를 다른 아이들 앞에서 읽으며 눈물을 흘린다.
아울러 나경이가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도 찍혀 있다. 나경이의 한 친구는 “저는 혼자 방에서 문을 닫고 종종 운다. 부모님께 보일 수는 없으니까”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프랑스2> 한국 특파원은 “그 울음은 그들 나이에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 그러나 그들에게 정말 선택이란 있는 걸까?”라고 되묻는다.
이에 더해 <누벨 옵세르바퇴르>는 “서울의 한 의료센터에서는 매월 우울증과 스트레스, 과로로 인한 폐해,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1000여명의 아이들이 치료를 받는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202명의 초·중·고 학생이 목숨을 끊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을 전해온 프랑스 리옹의 한국인 유학생 박연수씨는 “프랑스 방송이 한국 아이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 것 같다”며 “프랑스에도 경쟁이 있고, 청년실업 스트레스가 있지만 쫓아가지 못하는 아이를 ‘낙오자’나 ‘패배자’로 단정 짓기 전에 이 아이가 왜 ‘그 길을 쫓아가지 못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한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사진 박연수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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