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입 다물고 공부만 해!’

등록 2011-10-11 08:29수정 2011-10-11 11:29

프 언론 ‘한국의 교육’ 보도…과외·학원 시달리는 아이들 담아
17살 나경이는 매일 밤 10시부터 11시까지 학교 독서실에 남아 숙제와 자습을 한다. 일주일에 네 차례 과외교습도 받는다. 과외교습을 받는 날 나경이의 귀가 시간은 새벽 1시다. 나경이의 동생인 10살 민영이는 오후 4시에 학교를 마친 뒤 엄마 손에 이끌려 4곳의 학원에 다닌다. 엄마는 민영이가 잠자리에 들 때 영어로 된 역사교육 시디(CD)를 틀어준다. “가끔 아이들이 정말 안됐다는 생각을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한국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하루 다섯 시간만 자야 좋은 대학에 간다고 말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나경이와 민영이 엄마의 말이다.

이 장면은 프랑스 시각으로 지난 6일 저녁 8시35분 프랑스 국영방송 <프랑스2>의 ‘특별취재, 한국: 학교에 시달리는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전국에 방영됐다. 또 프랑스의 유력 주간지인 <누벨 옵세르바퇴르>도 지난 3일 이 방송 내용을 토대로 한 예고 기사를 ‘입 다물고 공부해!’라는 제목으로 생생하게 게재했다.(사진)

방송에는 먼저 전북 무주의 한 군사훈련소에서 열리는 주말캠프 장면이 나온다. ‘얼차려’를 받으면서 우는 아이들과 달래는 부모들의 모습이 교차하고, 해병대 출신의 교관이 차려를 시켜둔 아이들에게 “지진이 나도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 움직이지 않습니다”라고 명령하는 모습도 찍혀 있다. 한 아이는 ‘공부 열심히 안 해서 죄송하다’고 부모에게 쓴 편지를 다른 아이들 앞에서 읽으며 눈물을 흘린다.

아울러 나경이가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도 찍혀 있다. 나경이의 한 친구는 “저는 혼자 방에서 문을 닫고 종종 운다. 부모님께 보일 수는 없으니까”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프랑스2> 한국 특파원은 “그 울음은 그들 나이에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 그러나 그들에게 정말 선택이란 있는 걸까?”라고 되묻는다.

이에 더해 <누벨 옵세르바퇴르>는 “서울의 한 의료센터에서는 매월 우울증과 스트레스, 과로로 인한 폐해,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1000여명의 아이들이 치료를 받는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202명의 초·중·고 학생이 목숨을 끊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을 전해온 프랑스 리옹의 한국인 유학생 박연수씨는 “프랑스 방송이 한국 아이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 것 같다”며 “프랑스에도 경쟁이 있고, 청년실업 스트레스가 있지만 쫓아가지 못하는 아이를 ‘낙오자’나 ‘패배자’로 단정 짓기 전에 이 아이가 왜 ‘그 길을 쫓아가지 못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한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사진 박연수씨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이 대통령, 내곡동 땅 아들한테서 매입
‘박원순 병역 공격’ 한나라 되레 ‘역풍’ 맞아
‘입 다물고 공부만 해!’
헐값에 산 분당 병원부지…두산 ‘용도변경’ 특혜 요구
선박왕은 아들 병역비리 몰랐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