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납품업체 “비용 너무 많이 들어” 철거에 난색
교과부, 석면오염 확인…복구뒤 구상권 청구 검토
교과부, 석면오염 확인…복구뒤 구상권 청구 검토
환경운동단체가 석면이 검출됐다고 주장한 전국 8개 초·중·고교 운동장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재조사한 결과 8개 학교 모두에서 석면 오염이 확인됐다. 그러나 이 학교들의 운동장을 조성한 업체들은 재시공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경희 교과부 학생건강안전과장은 11일 “조사 대상인 8개 학교 모두에서 석면이 검출됐고, 최고 농도는 1.5%였다”며 “하지만 학교별로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지난 10일 교과부, 감람석 운동장 납품업체 등과 함께 회의를 했는데, 8개 학교 가운데 7곳에서 현행 기준치(0.1%)의 10배인 1% 이상의 석면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감람석은 광맥에 따라 석면이 포함될 수 있는 ‘석면함유가능물질’로, 잘게 부숴 학교 운동장 등의 겉흙(표토재)으로 쓰였다.
교과부는 지난달 초 환경보건시민센터가 “8개 학교의 감람석 운동장에서 최고 농도 3.75%에 이르는 백석면이 검출됐다”고 주장하자, 한국환경공단과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2개 기관에 분석을 의뢰했다. 조사 대상 학교는 △서울 양명초 △부산 몰운대초 △경기 과천고 △충남 설화중·음봉중·쌍용중 △경남 밀주초·하동초 등 모두 8곳이다.
교과부는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감람석 생산업체인 ㅅ광업, 공급업체인 ㅇ그라운드 등 6개 업체에 운동장을 재시공하라고 통보했다. 이경희 과장은 “13일 낮 12시까지 감람석 운동장 철거 여부를 결정하지 않으면 우선 시·도교육청 예산으로 운동장을 재시공한 뒤 시·도교육청이 업체에 구상권을 행사하고, 해당 학교는 업체를 고발하도록 조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업체와 해당 학교의 계약서에는 운동장을 설치한 2009년 이후 ‘3년 동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업체가 철거한다’고 하자보수 기간을 명시해뒀지만, 업체들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예용 소장은 “아이들의 건강이 걸려 있는 사안에 대해 교과부가 조사 시작과 동시에 철거 계획을 세우지 않아 업체의 몽니에 끌려다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과부는 2008년 감람석 운동장이 친환경적이라며 이를 권장하는 공문을 보내는가 하면 ‘감람석 운동장 조성 시범사업’까지 벌인 바 있다. 또 2009년 감람석 운동장 조성을 시작할 때는, 감람석 공급업체 쪽이 제공한 시료를 바탕으로 ‘석면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어 ‘부실 조사’ 논란까지 일고 있다.
교과부 학생건강안전과 관계자는 “일본에선 학교 운동장 가운데 절반이 감람석으로 된 푹신한 흙을 쓰고 있고, 감람석 자체에는 원래 석면이 없다”며 “조성 당시에도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 조사를 의뢰했기 때문에 결과가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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