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학생들로 북적이는 서울 상명대 중앙도서관 앞 모습과는 대조된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지난 7일 오전 찾은 경북지역의 사립 전문대인 ㅅ대는 황량하기만 했다. 주변이 논과 밭으로 둘러싸인 작은 캠퍼스는 5층짜리 건물 두 동과 작은 운동장, 농구대가 있는 공터가 전부였다. 앞뒤로 나란히 선 건물을 둘러보니, 앞 건물 1층 강의실에만 20여명의 학생들이 있었고 나머지 강의실은 거의 불이 꺼진 채 문이 닫혀 있었다. 여느 대학 캠퍼스라면 왁자지껄 떠드는 20대 대학생들로 활기가 넘칠 시각이지만,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조용했다.
대학 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올려진 ㅅ대의 재학생 수는 1447명(휴학생 제외)으로 충원율이 96.5%(편제 정원 1500명)에 이른다. 금요일인데다 수업이 없어 등교하지 않은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도, 작은 캠퍼스가 이렇게 텅 빌 수는 없는 학생 규모다.
이 대학 신입생 ㄱ씨는 “학생들이 보통 100명 안쪽으로 나오는 것 같다”며 “강의실은 늘 비어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신입생 ㄴ씨는 “고3 때 생각했던 캠퍼스 생활이랑 너무 다르다”며 “학생들이 너무 없다”고 씁쓸해했다. 그러나 ㅅ대는 지난 9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충원율 지표를 40%나 반영해 가려낸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상명대는 ㅅ대와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거의 모든 수업이 끝나는 오후 4시가 넘었는데도 캠퍼스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상명대는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포함돼 ‘부실대’로 낙인찍힌 곳이다.
상명대는 미술, 음악, 무용 등 예체능계열이 전체 입학정원 2850명(천안캠퍼스 포함)의 32.6%(930명)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한 교수는 “예체능계열은 평균 취업률이 10~15%에 그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상명대가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선정된 데는 44.2%에 머문 취업률이 결정적 이유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한 강의실에서 옷감을 손질하던 예술조형학부 4학년 ㄷ씨는 “졸업 뒤 애견 의상 디자인 회사를 차릴 생각인데, 창업은 취업률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다른 강의실에서 작업을 하던 같은 과 3학년 ㄹ씨는 “미술 쪽 교육과정은 우리 학교의 수준이 높다고 들었고, 실제로도 매우 만족스럽다”며 “순수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전부 취업을 해야 하는 건 아닌데 취업률로 평가하니 억울할 뿐”이라고 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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