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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총장직선제 폐지 압박…국공립대 법인화 ‘수순밟기’

등록 2011-10-20 20:27수정 2011-10-20 22:12

구조조정 강압 다른 속셈있나
직선 총장들이 법인화 반대하자 “공모제로 전환”
교과부, 폐교·지원제한 으름장에 교대 10곳 ‘백기’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내년부터 정원 배정 안 하고 자동적으로 폐교한다는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의 말을 총장이 들었대요. 정년 보장 교수들은 다른 국립대로 보내고 부교수들은 계약이 끝나면 직을 잃는다는 얘기까지 총장이 했어요. 이런 게 자율입니까?” 지난 10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정원 감축 통보를 받은 광주교대 한 교수는 격앙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교과부의 국공립대 구조조정이 강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교대에 총장 직선제 폐지를 압박한 배경에는 이를 본보기 삼아 일반 국공립대에도 총장 공모제를 도입하고 법인화를 강행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 총장 직선제 폐지에 사활 교대에 대한 교과부의 구조조정은 애초 교육지표 개선이 아닌 총장 직선제 폐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달 15일 교대총장협의회가 전국 10개 교대에 보낸 ‘교육대학 구조개혁 방안’ 자료를 보면 △교육대학 발전위원회 설치 △총장 공모제 도입 2가지를 ‘정부안’으로 소개하고 있다.

더구나 이 방안이 교대에 통보된 지 4일 만인 19일까지, 20년 이상 유지해 온 총장 직선제 폐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속도전’을 편 것은 강압에 가깝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 방안에는 19일까지 각 교대의 의견을 교과부에 전달하고, 21일 아침 7시에 교과부 장관과 이런 내용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맺는다는 일정까지 나와 있다.

결국 부산교대와 광주교대를 뺀 8개 교대는 22일 총장 직선제를 폐지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고, 지난 4일 교과부 장관과 양해각서도 맺었다. 대구교대의 한 교수는 “교과부는 총장 직선제를 폐지할 경우 교육지표와 상관없이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해준다고 했다”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부산교대와 광주교대도 각각 모집정원의 21.5%(88명), 22.7%(81명)에 이르는 정원 감축이라는 제재를 통보받은 뒤 총장 직선제 폐지를 수용하고 18일 양해각서를 맺었다.

내년부터는 일반 국공립대에 대한 총장 직선제 폐지 압박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는 내년 국공립대 구조조정 지표에 ‘선진화 지표’를 추가해 총장 공모제를 도입하는 대학에 15점(100점 만점)을 주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 총장 직선제 폐지에 목매는 이유는?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지난 4일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와의 면담에서 교대의 총장 직선제 폐지와 관련해 “강압적으로 한 것은 없고 구조조정 의사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압’이라고 느끼는 교수들과 달리 교과부가 ‘자율적으로’ 이뤄진 일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

교과부는 대학교수들이 ‘자율적으로’ 총장 공모제를 도입할 경우, 교육공무원법을 개정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9월 발표한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에서, 총장 선출제도를 간선제로 바꾸기 위해 교육공무원법과 시행령을 고쳐야 한다고 밝힌 것과는 다른 태도다.

김응권 교과부 대학지원실장은 “교육공무원법은 대학 교원의 합의된 방식에 따라 총장을 선출하라고 했을 뿐 직선제를 하라는 내용은 없다”며 “구성원의 자율적인 합의로 공모제를 도입하면 된다”고 말했다. 교과부가 굳이 교대와 양해각서 체결이라는 모양새를 갖춘 것 역시 ‘합의’와 ‘자율’이라는 명분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공립대 교수들은 총장 공모제 도입이 법인화 강행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형기 국교련 상임의장(경북대 교수)은 “직선제로 선출된 총장들이 법인화를 반대하자 가장 약한 교대를 본보기 삼아 직선제를 폐지하려 하고 있다”며 “교과부가 ‘국립대발전추진위원회’를 만들면서 위원들과 상의 없이 ‘법인화 1호’ 국립대인 울산과학기술대의 조무제 총장을 위원장으로 앉힌 것 역시 이런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법학)는 “일반 국공립대 구조조정 지표에도 선진화 지표를 넣어 총장 공모제 도입을 밀어붙이면서 교육공무원법 개정보다는 법인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교대가 자발적으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사실이 입법의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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