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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유령 학생·유령 교수…취업률 조작해 ‘퇴출’ 비켜가

등록 2011-10-20 20:30수정 2011-10-21 09:59

서울 상명대 학생들이 20일 오전 학교 중앙도서관 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상명대 구성원들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예술계열 비중이 높은 학교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취업률 등 획일적인 잣대로 ‘재정지원 제한 대학’을 선정하는 바람에 사실상 ‘부실대’로 낙인찍혔다고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울 상명대 학생들이 20일 오전 학교 중앙도서관 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상명대 구성원들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예술계열 비중이 높은 학교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취업률 등 획일적인 잣대로 ‘재정지원 제한 대학’을 선정하는 바람에 사실상 ‘부실대’로 낙인찍혔다고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교과부 졸속행정 피해간 ‘진짜’ 부실 대학
신입생 90% 30대…“교직원들이 답안지 대신 작성”
교과부, 부실운영·학점 조작 등 확인하고도 눈감아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학 구조조정이 형식적이고 획일적인 지표를 토대로 추진되면서, 대학들 사이에서 ‘진짜 퇴출돼야 할 대학은 살아남고, 애먼 대학만 부실대로 낙인찍혔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대학이 제출한 지표만 믿고 현장 실사조차 거치지 않은 교과부의 졸속 행정 탓이다.

■ 진짜 부실대는 피해 간 구조조정 경북지역 사립 전문대인 ㅅ대에서 2004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교수로 일한 ㅇ 교수는 “정상적인 학생은 10~20% 정도이고, 나머지는 먼 데서 살거나 직장에 다니느라 학교에 나오지 않고 졸업장만 따는 학생들”이라며 “시험 때는 교수가 볼펜 10자루씩 갖다 놓고 교직원들과 함께 앉아서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들의 답안지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실제 ㅅ대 한 학과의 2010학년도 신입생 연령 분포를 보면 전체 40명 가운데 36명이 30살 이상이다.

대학 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ㅅ대의 학생 1인당 장학금은 247만4100원으로 전국 전문대 가운데 4번째로 많고, 국립대 가운데 가장 많은 서울대(217만9900원)보다도 30만원가량 많다. ㅇ 교수는 “마구잡이로 학생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학비를 깎아주는데, 이게 다 장학금으로 잡힌다”고 말했다.

ㅇ 교수는 사업하는 지인들의 막도장으로 학생들의 근무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방식으로 자신이 직접 취업률을 조작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만학도들은 이미 직업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고 나머지는 교수들이 아는 사람이 운영하는 회사에 이름만 올려 가짜로 취업을 시켰다”고 말했다.

전임교원 확보율의 경우, 대학알리미 자료를 보면 전임교원 44명 가운데 35명(79.5%)은 전임강사, 9명은 조교수이며, 정교수와 부교수는 한명도 없다. ㅇ 교수는 “전임교원 가운데 절반 이상은 연봉이 1000만원도 안 되는 저임금이거나 이름만 올려놓은 유령 교수”라고 말했다.

그가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학생 충원율, 취업률, 장학금 지급률, 전임교원 확보율이 전체 구조조정 지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2.5%에 이른다. 그는 “지표를 조작하지 않았다면 ㅅ대가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포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총장의 교비 횡령 문제를 검찰에 고발한 뒤 8월 해임됐다. 이에 대해 ㅅ대 관계자는 “주중에 못 나오는 학생들은 주말에 나오는데 ㅇ 교수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검찰 고발 사안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 정부는 실태 파악하고도 묵살 더 큰 문제는 교과부도 이런 부실 상황을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교과부 국정감사 속기록을 보면, 증인으로 출석한 ㅇ 교수는 ‘브로커에게 학생 모집의 대가로 1명당 30만원을 주는 등 학위 장사를 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이주호 교과부 장관에게 “장관님 계실 동안 저런 학교들 설립 허가 취소 좀 하면 안 되냐”고 물었고, 그 자리에서 이 장관은 “검토해 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 뒤 지난해 11월 교과부가 ㅅ대에 대해 감사를 벌여 내놓은 ‘학교법인 ㅅ학원 및 ㅅ대학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교과부는 △2010년 재학생의 75% 이상을 출석 수업이 사실상 어려운 학생들로 충원 △사회복지계열의 경우 재학생의 50% 이상에 대해 15회 가운데 4회만 출석하면 학점을 인정 △최근 3년간 재학생 7616명에게 94억8538만원의 장학금을 부당 지급 △정부 재정 지원을 받는 데 유리한 지표를 마련하고자 학문 연구를 거의 하지 않은 교수들에게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낮은 연봉(1000만원 이하)을 지급한 사실 등 ㅇ 교수의 주장과 일치하는 사실을 모두 밝혀냈다. 교과부가 이때 이미 ㅅ대의 부실을 확인해 놓고도 지난 9월 부실대를 가려내는 재정지원 제한 대학 선정 때는 이 학교를 제외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더구나 교과부는 지난 7월 비슷한 지표를 활용하는 ‘전문대학 교육역량 강화사업’에서는 ㅅ대를 탈락시켜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ㅅ대는 2009년과 2010년에는 이 사업에 선정돼 각각 14억9100만원, 15억9900만원을 지원받았다. 교과부 전문대학과 관계자는 “감사 결과를 반영해 감점을 하다 보니 올해는 자연스레 사업에서 탈락했다”며 “재정지원 제한 대학을 선정하는 부서에 이런 내용을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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