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랜 환경을 갖춘 일본 나미키초등학교의 구보다 요시히코 교사가 5학년 2반 교실에서 노트북으로 개인별 맞춤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풀고 있는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
<2부> 해외에서 배운다-② 일본 나미키 초등학교
일본 도쿄 동북쪽으로 기차로 1시간30분쯤 걸리는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의 나미키초등학교(www.tsukuba-ibk.ed.jp/~namiki-e/new) 미디어룸에서는 학생들의 수업이 한창이었다. 오후 1시50분부터 시작된 5교시 팀별로 하는 프로젝트 수업 시간이었다. 구보다 요시히코(38) 교사가 들어서자 아이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쓰다 코타로(11·5학년)는 학교 옆 저수지에서 찍어 온 유충의 사진을 보여주며 “비가 와서 유충도 많지 않고 사진이 선명하지 않은데 관찰 사진으로 이용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쓰다와 미우라 유키(11)는 이바라키현의 여러 학교 학생들과 함께, 학교 주변 연못과 저수지에 사는 유충을 비교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아이들은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주변 학교 학생들과 함께 지역연구를 하거나, 대학이나 연구소가 하는 연구에 참가해 학교 주변의 지역조사를 맡기도 한다는 것이다. 나미키초등학교는 무선랜 환경을 갖추고 있어 아이들은 교내 어디서나 무선 노트북 컴퓨터를 쓸 수 있다. 아이들은 프로젝트 수업 과제에 따라 목공실·과학실·미술실 등에 팀별로 찾아가 수업에 참여한다. 심지어 복도에도 교실마다 컴퓨터가 세 대씩 설치돼 있어 아이들은 복도에서도 자료를 찾거나 토론하는 등 과제 수행에 열중하고 있었다. 학생 3명당 컴퓨터 한대 “공책 없어요” 프로젝트 수업은 대개 세 명이 팀을 이뤄 진행한다. 한 명이 리더를 맡으면 다른 아이들은 실험하고 기록하는 식으로 구실을 나눠 맡는다. 아이들은 프로젝트 수업에서 공책이나 수첩을 전혀 쓰지 않는다. 무선 노트북과 디지털 카메라로 관찰하거나 실험한 내용을 언제나 곧바로 기록·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교사는 그룹웨어(여러 사람이 함께 공동 작업을 위해 쓰는 소프트웨어)인 ‘스터디 노트’를 통해 학생들의 프로젝트의 진척 상황을 살피고 조언해 준다. 구보다 교사는 “프로젝트 수업은 한두 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어서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거나 자료를 찾는 일이 흔한데, 스터디 노트를 이용한 뒤로는 효율적인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스터디 노트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면 졸업생이 만든 프로젝트 결과를 언제나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6교시에는 다시 학급별로 수업이 진행됐다. 5학년2반 학생 35명은 저마다 플라스틱 가방을 들고 제 자리에 앉더니 노트북을 꺼냈다. 아이들은 지난 수학 시간에 치렀던 형성평가 시험지를 교사에게서 건네받고는 노트북에서 틀린 문제를 확인하고 풀었다. 그러고는 교실 앞으로 가 교사에게 검사를 받고 다시 돌아와서는 노트북으로 반복 학습을 했다. 타키타 마리코(29) 교사는 “이전에는 아이들과 대화하거나 시험지를 검사하는 동안 교실 분위기가 어수선했지만, 이러닝 환경이 구축되고 수업의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컴퓨터실에서만 가능했던 이런 수준별 학습을 이젠 교실에서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학교는 1977년에 처음 컴퓨터실을 만들고 ‘컴퓨터 활용 교육’을 수업에 도입했다고 한다. 이 학교가 미디어룸과 무선랜 환경을 갖추고 학생 세 명에 한 대꼴로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은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 등이 힘을 합친 덕분이라고 했다. 교사들은 논문 경연 대회 등에서 받은 상금으로 컴퓨터를 사들였고, 기업들도 학교에 재활용한 컴퓨터를 보내 줬다. 무선랜 환경은 쓰쿠바시가 기술자들을 파견하고 교사들도 방학 때 공사를 도와 구축했다고 했다. 일 기업 · 학부모 · 교사 환경구축 힘모아 히사마쓰 다카시(52) 교장은 쓰쿠바시의 초등학교들이 대개 비슷한 수준의 이러닝 환경을 갖춰 가고 있다고 소개하고는, 컴퓨터를 활용하면 교사와 학생들의 접촉 회수가 세 배 가까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를 거론하며 “학교에서 이러닝은 수업과 잘 어우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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