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운전자공고 응원 동아리 ‘일렉’ 학생들이 이상종 교사(가운데)와 응원 연습 도중 포즈를 취했다. 신명나게 한바탕 연습을 한 뒤라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공부는 별로지만 대회만 나가면 1등이란다
좀 ‘놀던’ 기환이 이젠 맘 잡았다
대학 특별전형도 보이고 훗날 사장님 꿈도 영근다
마음을 여는 교육-⑤ 광운전자공고 응원동아리 ‘일렉’ 허공을 힘차게 가르는 손, 신명 나는 어깻짓에 푸른색 벨벳 소매가 우아하게 출렁거린다.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나는 언제나 그대 곁에 있겠어요~.” 노래가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거대한 인간 피라미드가 완성된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광운전자공고의 응원단 ‘일렉’의 피날레는 멋지고 정교한 동작으로 이름이 높다. “그만! 호흡이 안 맞잖아, 응원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15명이 다 똑같이 움직여야 하는 거란 말야.” 3학년 정중필(18) 군이 1학년생들을 나무란다. 인근 중학교의 학부모 모임이 열리기 전날, 일렉은 응원 공연을 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아이들은 벌써 두 시간째 무겁고 두꺼운 응원복을 차려입고 ‘실전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응원을 안 했으면 학교 안 다녔을지도 모르죠, 재미없어서.” 정군이 농반진반으로 말문을 열었다.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진짜 잘했을 걸.” 홍제규(18)군의 말에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기환이는 응원하면서 맘 잡았잖아요.” 박기환(18)군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9년 동안 태권도 하다가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그만두고 좀 ‘놀았’거든요. 춤 추는 건 생각도 안 하다가 2학년 때, 다른 애들보다 늦게 응원단에 들어왔어요.” 정군, 박군을 비롯해 현재 응원단에서 활동하는 3학년 5명은 올 하반기 대학 입학 특별 전형을 준비하고 있다. 서일대 레크리에이션학과 입학을 목표로 여름 방학에는 관련 연수도 받고, 레크리에이션 2급 지도자 자격증도 딸 계획이다. 2001년 이래 이 학과에 진학한 응원단 출신 선배가 20여명이나 되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감에 차 있다. “공부는 못하지만요, 우리는 실기가 강하잖아요. 대학 졸업하고 레크리에이션 강사 열심히 하면서 특별 활동 선생님도 하고 싶고요, 돈 많이 벌면 이벤트 회사 차려서 사장님 할 거예요.” 박군은 평소 궁리해 둔 인생의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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