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진화한다 ③
“지루한 프로그램이다.” “수업의 질을 생각하면 학원이 낫다.” 방과후학교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신이 있다. 내용면에서 불만족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방과후학교 운영 업체 선정에서 뒷돈이 오간 사실이 적발되는 등의 사건이 터져 방과후학교를 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방과후학교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함께하는교육>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진화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들과 전망 등을 살펴봤다.
돈거래 등 부정적 인식 없애야
교사 프로그램관리 어려움도
믿음주고 내실 다지려 노력중 방과후학교는 2006년에 시작됐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특기적성 및 교과보충 수업으로, 계층과 지역 간 교육격차를 완화하고 정규 교육과정을 보완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공교육 프로그램이었다. 방과후학교에는 교사들이 교과 보충 방식으로 진행하는 수업도 있고, 외부 강사가 진행하는 수업도 있다. 외부 강사의 수업이 있기 때문에 처음 도입했을 때 사교육이 공교육 안으로 들어온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다. 관심과 함께 우려도 잇따랐다. ‘학원 쪽에 시장을 개척해주는 일밖에 안 된다’는 쓴소리도 있었다. 수강료가 학원보다 비싸다는 논란도 있었다. 지난 8월에는 사교육업체인 대교가 방과후학교 위탁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학교 관계자에게 금품 로비를 한 사건이 발생했다. 교육과학기술부 방과후학교팀 김연석 팀장은 “이런 일들 때문에 방과후학교의 다른 부분에까지 비리나 영리추구 등을 우려하는 부정적 시각들이 있다”고 했다. 실무자인 현장 교사들은 업무부담도 토로한다. 개별 학교마다 방과후학교 업무를 맡는 교사가 있지만 많아야 2~3명의 인원이 한 학교의 방과후 프로그램을 모두 관리하기 어렵다. 이런 어려움은 농어촌 지역에서 특히 더하다. 교통이 불편해 도시에 있는 이른바 실력 있다는 우수강사를 채용하기 어렵다.
프로그램면에서 고교로 올라갈수록 교과 위주로 강좌가 개설된다는 점도 지적받는 대목이다. 최근 들어 특기적성 분야나 교과 연동성이 높은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지만 고교 프로그램에는 여전히 ‘정기고사 대비용’ 또는 ‘선행학습용’ 프로그램이 많다. 서울 노원구의 한 학교에 근무하는 강아무개 교사는 “정규수업에다 방과후까지 합치면 학생들은 하루종일 시험을 위한 수업을 듣는 기계가 된다”고 우려했다. “수준 높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우수강사 확보 및 체계적 관리가 미흡하다. 담당 교원의 업무 부담이 크며 운영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과 관리 장치가 미비하다.” 교과부 쪽에서는 지난 7월 ‘방과후학교 내실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방과후학교의 문제점을 위와 같이 정리했다. 학교 현장의 지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실화 방안은 “방과후학교가 학생·학부모의 수요를 바탕으로 단위학교 자율로 이뤄져야 한다”는 틀 아래 마련되고 있다. 이전까지 프로그램들이 교사 위주로 개설됐다면 앞으로는 철저히 수요자 중심으로 강좌가 개설된다. 실제 대부분의 학교에서 방과후학교 강의를 개설하기 전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희망 강좌에 대한 수요 조사를 한다. 강사를 채용할 때 우수한 인력을 뽑고, 채용 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학부모와 학생들 앞에서 직접 시범강의를 하는 일도 늘고 있다. 분당고는 시범강의와 학부모설명회 등을 적극적으로 열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교사들의 업무 부담에 대해서도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교과부 쪽은 방과후학교 코디네이터 등 행정업무 등을 지원하는 인력을 배치해주고 있다. 방과후학교의 고질적인 문제인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서 투명성을 보장하는 장치도 마련한다. 모든 학교 누리집에 방과후학교 코너를 만들어서 강사와 수강료, 수강학생수 등에 대한 정보와 만족도 조사 평가 결과 등을 공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연석 팀장은 “이밖에도 민간업체가 들어와 수업할 때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방과후학교 소위원회를 열고 학생·학부모 수요조사 및 의견도 적극 반영한다”고 밝혔다. 또 교육청 및 교육지원청을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단위학교를 지도하고 점검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시·도교육청과 방과후학교지원센터에 방과후학교 관련 비리 및 부적정 운영 사례 등을 신고하는 신고센터도 설치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교과부 쪽에서 신뢰도 있는 언론기관이나 대학 주도 사회적기업 등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공모를 실시한 점이다. 김 팀장은 “방과후학교가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얻으려면 프로그램 질과 내용이 좋아야 하는데 교사들 위주로 운영하다 보니 다양한 프로그램을 여는 데 한계가 있고, 교사는 교사대로 부담이 많았다”며 “이런 문제도 해결하고, 비리나 지나친 영리추구에 대한 우려도 불식하고자 공신력 있는 프로그램들을 공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에는 7개 언론기관이 선정돼 9월부터 1차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에는 10월25일 기준 214개교가 참여했다. 김 팀장은 “엔아이이(NIE)논술, 자기주도학습, 디베이트 등 언론기관만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들이 선을 보였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반가워하는 분위기다. 언론기관에서 위탁을 받아 진행하는 만큼 주입식 수업과는 차별점이 있다는 게 중평이다. 분당고 박성만 교사는 “사교육 강사도 채용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지나치게 입시 준비의 당위성만 강조해서 아이들도 부담스러워했다”며 “언론기관 프로그램은 교사 입장에서도 신뢰가 가고 아이들도 좋아한다”고 했다. 내년에는 2차 시범사업이 확장 운영될 예정이다. 대학 주도 사회적기업 공모 사업은 현재 접수를 받고 있다. 대학 졸업생들 가운데서 교대나 사범대, 예체능계 졸업생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사회적기업을 선발하고, 이들을 방과후학교 강사로 배치하는 것이다. 선정이 되면 프로그램비, 교재개발비, 강사연수비, 운영비 등으로 약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 정도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행정적인 지원도 있다. 외부 기관 등이 학교에 접근하려면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초창기 정착을 돕는 차원에서 시범운영학교를 10군데 정도 선정해 지원할 예정이다. 사회적기업이 참여할 때 우수강사 확보가 어려운 농산어촌 지역의 어려움도 해소될 전망이다. 김 팀장은 “농산어촌 소재 대학의 졸업생들이 중심이 되어서 그 지역에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최우선적으로 선정해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양하고 질 좋은 프로그램들이 선을 보이려면 당장 성적을 올려주는 강좌보다는 특기적성 분야의 강좌들이 개발돼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김 팀장은 “당장 성적에 도움이 되는 강좌보다는 논술처럼 글쓰기의 기초체력을 다져주는 프로그램부터 아이들의 다양한 특기적성을 발견하게 해주는 프로그램들이 나와서 주목을 받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실질적인 강좌 선택권자인 학부모의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경기도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이아무개 교사는 “아이들은 다양한 걸 해보고 싶어하는데 학부모들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당장 성적 올려주는 강좌 개설을 원한다”며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단순히 사교육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학교라는 틀 안에서 시도할 수 있는 특기적성 발견하기, 사회성 기르기, 의사소통능력 기르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발전해서 아이들이 평생 갖고 갈 수 있는 능력들을 발견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교사 프로그램관리 어려움도
믿음주고 내실 다지려 노력중 방과후학교는 2006년에 시작됐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특기적성 및 교과보충 수업으로, 계층과 지역 간 교육격차를 완화하고 정규 교육과정을 보완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공교육 프로그램이었다. 방과후학교에는 교사들이 교과 보충 방식으로 진행하는 수업도 있고, 외부 강사가 진행하는 수업도 있다. 외부 강사의 수업이 있기 때문에 처음 도입했을 때 사교육이 공교육 안으로 들어온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다. 관심과 함께 우려도 잇따랐다. ‘학원 쪽에 시장을 개척해주는 일밖에 안 된다’는 쓴소리도 있었다. 수강료가 학원보다 비싸다는 논란도 있었다. 지난 8월에는 사교육업체인 대교가 방과후학교 위탁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학교 관계자에게 금품 로비를 한 사건이 발생했다. 교육과학기술부 방과후학교팀 김연석 팀장은 “이런 일들 때문에 방과후학교의 다른 부분에까지 비리나 영리추구 등을 우려하는 부정적 시각들이 있다”고 했다. 실무자인 현장 교사들은 업무부담도 토로한다. 개별 학교마다 방과후학교 업무를 맡는 교사가 있지만 많아야 2~3명의 인원이 한 학교의 방과후 프로그램을 모두 관리하기 어렵다. 이런 어려움은 농어촌 지역에서 특히 더하다. 교통이 불편해 도시에 있는 이른바 실력 있다는 우수강사를 채용하기 어렵다.
프로그램면에서 고교로 올라갈수록 교과 위주로 강좌가 개설된다는 점도 지적받는 대목이다. 최근 들어 특기적성 분야나 교과 연동성이 높은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지만 고교 프로그램에는 여전히 ‘정기고사 대비용’ 또는 ‘선행학습용’ 프로그램이 많다. 서울 노원구의 한 학교에 근무하는 강아무개 교사는 “정규수업에다 방과후까지 합치면 학생들은 하루종일 시험을 위한 수업을 듣는 기계가 된다”고 우려했다. “수준 높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우수강사 확보 및 체계적 관리가 미흡하다. 담당 교원의 업무 부담이 크며 운영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과 관리 장치가 미비하다.” 교과부 쪽에서는 지난 7월 ‘방과후학교 내실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방과후학교의 문제점을 위와 같이 정리했다. 학교 현장의 지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실화 방안은 “방과후학교가 학생·학부모의 수요를 바탕으로 단위학교 자율로 이뤄져야 한다”는 틀 아래 마련되고 있다. 이전까지 프로그램들이 교사 위주로 개설됐다면 앞으로는 철저히 수요자 중심으로 강좌가 개설된다. 실제 대부분의 학교에서 방과후학교 강의를 개설하기 전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희망 강좌에 대한 수요 조사를 한다. 강사를 채용할 때 우수한 인력을 뽑고, 채용 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학부모와 학생들 앞에서 직접 시범강의를 하는 일도 늘고 있다. 분당고는 시범강의와 학부모설명회 등을 적극적으로 열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교사들의 업무 부담에 대해서도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교과부 쪽은 방과후학교 코디네이터 등 행정업무 등을 지원하는 인력을 배치해주고 있다. 방과후학교의 고질적인 문제인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서 투명성을 보장하는 장치도 마련한다. 모든 학교 누리집에 방과후학교 코너를 만들어서 강사와 수강료, 수강학생수 등에 대한 정보와 만족도 조사 평가 결과 등을 공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연석 팀장은 “이밖에도 민간업체가 들어와 수업할 때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방과후학교 소위원회를 열고 학생·학부모 수요조사 및 의견도 적극 반영한다”고 밝혔다. 또 교육청 및 교육지원청을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단위학교를 지도하고 점검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시·도교육청과 방과후학교지원센터에 방과후학교 관련 비리 및 부적정 운영 사례 등을 신고하는 신고센터도 설치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교과부 쪽에서 신뢰도 있는 언론기관이나 대학 주도 사회적기업 등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공모를 실시한 점이다. 김 팀장은 “방과후학교가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얻으려면 프로그램 질과 내용이 좋아야 하는데 교사들 위주로 운영하다 보니 다양한 프로그램을 여는 데 한계가 있고, 교사는 교사대로 부담이 많았다”며 “이런 문제도 해결하고, 비리나 지나친 영리추구에 대한 우려도 불식하고자 공신력 있는 프로그램들을 공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에는 7개 언론기관이 선정돼 9월부터 1차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에는 10월25일 기준 214개교가 참여했다. 김 팀장은 “엔아이이(NIE)논술, 자기주도학습, 디베이트 등 언론기관만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들이 선을 보였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반가워하는 분위기다. 언론기관에서 위탁을 받아 진행하는 만큼 주입식 수업과는 차별점이 있다는 게 중평이다. 분당고 박성만 교사는 “사교육 강사도 채용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지나치게 입시 준비의 당위성만 강조해서 아이들도 부담스러워했다”며 “언론기관 프로그램은 교사 입장에서도 신뢰가 가고 아이들도 좋아한다”고 했다. 내년에는 2차 시범사업이 확장 운영될 예정이다. 대학 주도 사회적기업 공모 사업은 현재 접수를 받고 있다. 대학 졸업생들 가운데서 교대나 사범대, 예체능계 졸업생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사회적기업을 선발하고, 이들을 방과후학교 강사로 배치하는 것이다. 선정이 되면 프로그램비, 교재개발비, 강사연수비, 운영비 등으로 약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 정도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행정적인 지원도 있다. 외부 기관 등이 학교에 접근하려면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초창기 정착을 돕는 차원에서 시범운영학교를 10군데 정도 선정해 지원할 예정이다. 사회적기업이 참여할 때 우수강사 확보가 어려운 농산어촌 지역의 어려움도 해소될 전망이다. 김 팀장은 “농산어촌 소재 대학의 졸업생들이 중심이 되어서 그 지역에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최우선적으로 선정해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양하고 질 좋은 프로그램들이 선을 보이려면 당장 성적을 올려주는 강좌보다는 특기적성 분야의 강좌들이 개발돼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김 팀장은 “당장 성적에 도움이 되는 강좌보다는 논술처럼 글쓰기의 기초체력을 다져주는 프로그램부터 아이들의 다양한 특기적성을 발견하게 해주는 프로그램들이 나와서 주목을 받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실질적인 강좌 선택권자인 학부모의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경기도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이아무개 교사는 “아이들은 다양한 걸 해보고 싶어하는데 학부모들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당장 성적 올려주는 강좌 개설을 원한다”며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단순히 사교육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학교라는 틀 안에서 시도할 수 있는 특기적성 발견하기, 사회성 기르기, 의사소통능력 기르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발전해서 아이들이 평생 갖고 갈 수 있는 능력들을 발견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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