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복 교사의 시사쟁점! 이 한권의 책
안광복 교사의 시사쟁점! 이 한권의 책
55. 밥 파이크의 창의적 교수법 - 설득의 비법
난이도 수준 고2~고3
55. 밥 파이크의 창의적 교수법 - 설득의 비법
난이도 수준 고2~고3
<밥 파이크의 창의적 교수법>
밥 파이크 지음김경섭·유제필 옮김, 김영사 “들은 것은 잊어버리고, 본 것은 기억만 되나, 직접 해본 것은 이해된다.” 공자(孔子)가 한 말이란다. 밥 파이크는 강의 기술의 대가(大家)다. 그는 공자의 이 말을 거듭 강조한다. 교육은 강사 혼자 떠든다고 되지 않는다. 가르침에서도 ‘참여’가 중요하다. 직접 해보고 느껴봐야 진정 자기 것이 된다는 소리다. 파이크에 따르면, 어른은 몸집이 큰 어린아이일 뿐이다. 아이들은 숱한 실수와 반복을 통해 배운다. 어른도 다르지 않다. 무엇을 배우려면 거듭해서 직접 경험해야 한다. 참여시키기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의미다.
또한 가르치려 할 때는 상대방을 믿어야 한다. 강의를 풀어놓기 전에, 배울 내용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게 해 보라. 강의의 모든 내용이 새로운 것인 경우는 드물다. 시사 주제의 경우, 수강생들이 강사가 말할 것의 80% 이상을 이미 알고 있을 때도 있다. 서로 이야기하며 수강생들이 배울 내용을 알게 되었다면, 강사는 나머지 20%만 전해주면 된다. 모든 내용을 강사 혼자 풀어낼 때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이렇게 배운 내용은 쉽게 잊히지도 않는다. 남이 이야기할 때는 ‘그런가 보다’ 하며 심드렁해지기 쉽다. 하지만 자신의 입으로 말할 때는 생생하고 뚜렷하게 다가올 테다. 그래서 파이크는 강사가 가르칠 내용을 수강생들 스스로 발표하게 하라고 강조한다.
안타깝게도 강사들은 이런 점들을 쉽게 놓쳐버린다. 그래서 수강생들을 ‘교육 포로(prisoner)'로 만들어 버린다. 정말 배우기 싫은 데도, 하릴없이 자리를 지키게 한다는 뜻이다. 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수강생들의 흥미를 일깨워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이 물음에도 파이크는 ‘참여’를 앞세운다. 수강생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보라. “만약 지금 배울 내용을 모른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당신이 지금 배울 내용을 알게 되면 무엇이 바뀔까요?” 물음의 답을 찾는 가운데 수강생들의 ‘목적’이 분명해질 테다. 왜 하는지를 알면 웬만한 고통도 참을만해진다. 공부에 필요한 인내력도 따라서 늘어나겠다. 또한 수강생들이 ‘참여자’가 되게끔 신경 써야 한다. 자신에게 아무 역할도 주어지지 않을 때, 관심도 쉽게 스러진다. 주어진 역할을 해낼 때에만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수강생들의 태도도 적극적으로 바뀐다. 수강생들의 감정도 충분히 다독여야 한다. “답답했어요”, “제 생각과 달라서 화가 나요” 등의 말을 흘려버려서는 안 된다.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공감하도록 노력하라.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과는 진지한 대화를 하고 싶게 마련이다. 상대가 대화를 하려고 하는지도 눈여겨보라. 상대가 걱정에 싸여 있거나 화가 나 있는가? 충분히 감정을 드러낼 때까지 참고 들어주어야 한다. 격한 상태에서의 토론은 상처를 주는 말싸움으로 바뀌곤 한다. 발전적인 대화는 감정이 차분한 가운데서만 이루어진다.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파이크는 토니 부잔의 ‘90/20/8의 법칙’도 들려준다. 수강생들은 90분 정도는 참고 강의를 들어줄 수 있다. 그러나 귀가 쫑긋한 시간은 20분 남짓이다. 이보다 길어지면 딴생각이 머리를 채운다. 따라서 20분 단위로 변화를 주어야 한다. 또한 8분 정도마다 수강생들이 참여할 기회를 주어라. 질문을 던지거나 의견을 묻는 식으로 말이다. 지금 들려주는 것이 왜 중요한지 일깨워 주어도 좋겠다. “강의 내용에서 무엇이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지 아세요?” 이런 식으로 말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강의는 90분을 넘지 않게 짜되, 20분마다 변화를 주고, 8분마다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이끌라.” 강의 도중에 내용을 끊임없이 되짚어 주는 작업도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한번만 들은 내용은 대부분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여섯 번 이상 거듭 들을 때는 한 달 후에도 90% 넘게 기억에서 남는단다. ‘간헐적 강화'(interval reinforcement)는 그래서 중요하다. 한 번 소개한 내용을 10분 뒤 정리하고, 한 시간 후, 하루 뒤, 사흘 뒤, 일주일 뒤, 두 주 뒤, 이런 식으로 사이를 두고 거듭 말해주어야 한다. 파이크의 강의 기술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 예산안 설명 장면이 떠오를지 모르겠다. 그는 직접 파워포인트를 조작하며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했다. 기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지며 관심을 이끌고, 종종 유머를 던지기도 했나 보다. 어떤 예산이 왜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지 등등, 발표의 긴장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곳곳에 긴장감을 주는 장치들도 섞어 놓았다고 한다. 하긴, 참여와 소통은 박원순 시장이 예전부터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다. 이 점에서 박 시장의 발표 기법은 파이크와 자연스레 통할 듯싶다. 하지만 파이크는 강의자가 꼭 갖추어야 할 태도를 강조하곤 한다. 파이크는 발표에 앞서, “내가 이 정보를 전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스스로 분명히 하라고 잘라 말한다. 듣는 이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느꼈으면 하는지도 정확하게 가늠하고 말문을 열라는 충고도 빠뜨리지 않는다. 나의 메시지를 상대가 정확하게 이해했는지를 상대에게 중간 중간 묻는 일도 빼먹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을 때, 애써 전하려는 나의 참뜻은 어느새 산으로 가버릴지 모른다. 파이크는 좋은 강연자의 가장 큰 덕목으로 ‘경청’을 꼽았다. 사람들은 훌륭한 말을 하는 사람보다, 자기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곤 한다. 천만 시민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은 무척 중요한 자리다. 그만큼 오해도 많고 탈도 많을 테다. 아무쪼록 박 시장이 파이크의 가르침을 임기가 끝날 때까지 내려놓지 말았으면 좋겠다.
안광복 철학박사, 중동고 철학교사 timas@joongdong.org
밥 파이크 지음김경섭·유제필 옮김, 김영사 “들은 것은 잊어버리고, 본 것은 기억만 되나, 직접 해본 것은 이해된다.” 공자(孔子)가 한 말이란다. 밥 파이크는 강의 기술의 대가(大家)다. 그는 공자의 이 말을 거듭 강조한다. 교육은 강사 혼자 떠든다고 되지 않는다. 가르침에서도 ‘참여’가 중요하다. 직접 해보고 느껴봐야 진정 자기 것이 된다는 소리다. 파이크에 따르면, 어른은 몸집이 큰 어린아이일 뿐이다. 아이들은 숱한 실수와 반복을 통해 배운다. 어른도 다르지 않다. 무엇을 배우려면 거듭해서 직접 경험해야 한다. 참여시키기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의미다.
밥 파이크의 창의적 교수법
안타깝게도 강사들은 이런 점들을 쉽게 놓쳐버린다. 그래서 수강생들을 ‘교육 포로(prisoner)'로 만들어 버린다. 정말 배우기 싫은 데도, 하릴없이 자리를 지키게 한다는 뜻이다. 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수강생들의 흥미를 일깨워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이 물음에도 파이크는 ‘참여’를 앞세운다. 수강생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보라. “만약 지금 배울 내용을 모른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당신이 지금 배울 내용을 알게 되면 무엇이 바뀔까요?” 물음의 답을 찾는 가운데 수강생들의 ‘목적’이 분명해질 테다. 왜 하는지를 알면 웬만한 고통도 참을만해진다. 공부에 필요한 인내력도 따라서 늘어나겠다. 또한 수강생들이 ‘참여자’가 되게끔 신경 써야 한다. 자신에게 아무 역할도 주어지지 않을 때, 관심도 쉽게 스러진다. 주어진 역할을 해낼 때에만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수강생들의 태도도 적극적으로 바뀐다. 수강생들의 감정도 충분히 다독여야 한다. “답답했어요”, “제 생각과 달라서 화가 나요” 등의 말을 흘려버려서는 안 된다.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공감하도록 노력하라.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과는 진지한 대화를 하고 싶게 마련이다. 상대가 대화를 하려고 하는지도 눈여겨보라. 상대가 걱정에 싸여 있거나 화가 나 있는가? 충분히 감정을 드러낼 때까지 참고 들어주어야 한다. 격한 상태에서의 토론은 상처를 주는 말싸움으로 바뀌곤 한다. 발전적인 대화는 감정이 차분한 가운데서만 이루어진다.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파이크는 토니 부잔의 ‘90/20/8의 법칙’도 들려준다. 수강생들은 90분 정도는 참고 강의를 들어줄 수 있다. 그러나 귀가 쫑긋한 시간은 20분 남짓이다. 이보다 길어지면 딴생각이 머리를 채운다. 따라서 20분 단위로 변화를 주어야 한다. 또한 8분 정도마다 수강생들이 참여할 기회를 주어라. 질문을 던지거나 의견을 묻는 식으로 말이다. 지금 들려주는 것이 왜 중요한지 일깨워 주어도 좋겠다. “강의 내용에서 무엇이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지 아세요?” 이런 식으로 말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강의는 90분을 넘지 않게 짜되, 20분마다 변화를 주고, 8분마다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이끌라.” 강의 도중에 내용을 끊임없이 되짚어 주는 작업도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한번만 들은 내용은 대부분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여섯 번 이상 거듭 들을 때는 한 달 후에도 90% 넘게 기억에서 남는단다. ‘간헐적 강화'(interval reinforcement)는 그래서 중요하다. 한 번 소개한 내용을 10분 뒤 정리하고, 한 시간 후, 하루 뒤, 사흘 뒤, 일주일 뒤, 두 주 뒤, 이런 식으로 사이를 두고 거듭 말해주어야 한다. 파이크의 강의 기술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 예산안 설명 장면이 떠오를지 모르겠다. 그는 직접 파워포인트를 조작하며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했다. 기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지며 관심을 이끌고, 종종 유머를 던지기도 했나 보다. 어떤 예산이 왜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지 등등, 발표의 긴장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곳곳에 긴장감을 주는 장치들도 섞어 놓았다고 한다. 하긴, 참여와 소통은 박원순 시장이 예전부터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다. 이 점에서 박 시장의 발표 기법은 파이크와 자연스레 통할 듯싶다. 하지만 파이크는 강의자가 꼭 갖추어야 할 태도를 강조하곤 한다. 파이크는 발표에 앞서, “내가 이 정보를 전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스스로 분명히 하라고 잘라 말한다. 듣는 이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느꼈으면 하는지도 정확하게 가늠하고 말문을 열라는 충고도 빠뜨리지 않는다. 나의 메시지를 상대가 정확하게 이해했는지를 상대에게 중간 중간 묻는 일도 빼먹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을 때, 애써 전하려는 나의 참뜻은 어느새 산으로 가버릴지 모른다. 파이크는 좋은 강연자의 가장 큰 덕목으로 ‘경청’을 꼽았다. 사람들은 훌륭한 말을 하는 사람보다, 자기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곤 한다. 천만 시민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은 무척 중요한 자리다. 그만큼 오해도 많고 탈도 많을 테다. 아무쪼록 박 시장이 파이크의 가르침을 임기가 끝날 때까지 내려놓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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