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대부분의 초·중·고 학생들은 손꼽아 기다리던 여름방학을 맞이한다. 여름방학은 지루하고 답답했던 학교생활에서 벗어나 ‘나만의 계획’에 따라 하루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은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바이러스에서 만나 본 청소년에 따르면, 방학 때 다이어트, 학원 수강, 밀린 잠 자기 등 다양한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 중 많은 방학을 이용해 알바를 시도하는 청소년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고등학생은 주로 패스트 푸드점 알바
강은선(17, 신림고1)양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를 시작한지 3주정도 됐다.
강 양은 시간당 2840원을 받으면서 테이블 정리, 홀·화장실 청소 등의 업무를 하고 있는데,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한 달에 40시간 이상 일하면 시급을 올려준대요”라고 말했다.
집에서 용돈을 받는 데도 특별히 알바를 하는 이유가 있냐고 묻자, \"방학 때 딱히 할일도 없고 알바비로 옷도 사고, 영화도 보는 등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즐기고 싶어서요.\"라고 답했다.
방학동안 패스트푸트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한 여고생. ⓒ 바이러스
김이슬(18, 동일여고2)양도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한지 어느덧 4개월이 넘었다. 김 양은 “점장님도 친절하고, 시험시간에는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도 해줘서 큰 어려움은 없어요”라고 했다.
김 양은 현재 2840원의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지만, 월급을 받으면 부모님께 모두 드리고 용돈을 받아쓴다고 했다. 김 양은 “가장 많이 받았을 때가 한 달에 30만 5천원이었는데, 이번에 월급을 받으면 옷을 좀 사고 싶어요”라며 소박한 바람을 내비췄다.
중학생, 알바구하는데 어려움 많아
한편 중학생들은 고등학생들에 비해 알바 구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청소년들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도 고등학생부터 채용을 하기 때문에 일자리 구하기 쉽지 않다.
박슬기(D여중3, 가명)양은 집안형편이 어려워서 알바를 해야 하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패스트푸드점마다 거절을 당했다. 그래서 박 양은 신림동 ‘순대촌’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다.
박 양은 더운 여름날에 뜨거운 불판을 마주해야 하고 순대가 눌러 붙은 철판을 설거지하는 등 힘들일을 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2500원의 시급을 받고 있었다.
순대촌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처럼 열악한 상황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항의 한번 제대로 못하는 실정이었다.
박지현(영원중3)양 역시 피자가게에서 알바를 하고 있지만, 중학생은 고용은 안해주기 때문에 고등학생이라고 속이고 있다고 했다. \"알바를 하고 싶은데, 중학생은 안 써줘서, 언니가 다니는 학교 이름으로 대고 고등학생이라고 했어요\"라고 했다.
이렇게 중학생 알바를 구하기 어렵자, 일부 학생들은 \'포인트백\', \'룰루\' 등으로 용돈을 벌고 있었다.
인터넷 지식검색을 통해서 중학생 알바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에 아이디 bjy00000님은 답변으로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홍보하는 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상세하게 기술하며, 알바를 구하기 어려운 중학생들이 참여할 것을 권고하고 있었다.
이처럼 청소년 알바는 사회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지만, 학생들에게 직업이나 노동의 가치를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보다는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다.
노동부에서도 방학을 맞이해 청소년 알바의 근무조건 위반 단속을 펼친다고 발표했으나, 과연 청소년 알바 현실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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