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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문장 마구 압축하면 읽기 곤란해~

등록 2011-12-05 16:38

[정종법 기자의 초·중등 문장 강화] 난이도 수준 초등 고학년~중1
8. 그밖에 주의할 문장 성분-③ ‘의’, ‘도’를 줄여라
‘-의’ 대신 원래 뜻 드러내는 조사와 서술어 써야
습관적으로 쓰는 ‘-도’, 빼거나 다른 말로 바꿔야

지난 11월27일 저녁 “전례 없는 이상고온 현상이 전국에서 관측됐다”는 뉴스가 ‘107년 만의 이상고온’이란 제목으로 보도됐다. 그런데 다른 매체는 ‘107년 만에 이상고온’이란 제목을 뽑기도 했다.

‘-의’와 ‘-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의’는 두 명사 ‘107년 만’과 ‘이상고온’을 잇는 구실을 했고, ‘-에’는 ‘107년 만’을 부사어로 만들어 ‘이상고온(이 관측됐다)’는 서술어를 꾸미도록 했다. 조사 하나가 바뀌었을 뿐인데 이렇게 큰 차이가 생긴다.

‘-의’는 일본어에서 흔히 보이는 ‘-の’와 영어의 ‘of’를 비롯한 다양한 소유격이 우리말에 그대로 들어와 퍼졌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의’는 조선 후기 간행 문서에 이미 쓰이고 있었다. 다음은 조선 후기 전라북도 전주에서 간행된 <홍길동전> 목판본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 남아가 세상에 나서 입신양명하여 위로 향화를 받들고, 부모의 양육지은을 만분의 하나라도 갚을 것이거늘, 이 몸은 팔자 기박하여 천생이 되어 남의 천대를 받으니, 대장부 어찌 구구히 근본을 지키어 후회를 두겠습니까. (…) 복망 모친은 자식의 사정을 살피시어 아주 버린 듯이 잊고 계시면 (…).”

‘부모’, ‘만분’, ‘남’, ‘자식’에 조사 ‘-의’가 붙었다. 조선 후기에 일본어가 우리말에 이미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꽤 오래 전부터 ‘-의’가 쓰였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일본 지배를 거치고, 영어 사용이 확대되면서 조사 ‘-의’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기도 했겠지만, 일본어와 영어의 영향으로 ‘-의’가 널리 쓰였다고만 보긴 어렵다. 이미 ‘-의’를 널리 쓰고 있으므로 ‘-의’가 어디에서 유래했느냐를 따지기보다 남발하지 말고 꼭 쓸 곳에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의’를 쓰면 문장이 짧아지고 간결해지는 효과가 있다. ‘생활에서 발견하다’보다는 ‘생활의 발견’이, ‘토론에 필요한 법칙’ 또는 ‘토론을 위한 법칙’보다는 ‘토론의 법칙’이 간결하다. 그래서 ‘-의’는 책·기사 제목 또는 표어 등에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의’를 잘못 쓰면 뜻을 쉽게 파악하지 못하게 돼 혼란이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윤동주의 시집’이라고 쓰면, ‘윤동주가 쓴 시집’ 또는 ‘윤동주가 소유한 시집’으로 해석돼 헷갈린다. 다음은 <아하! 한겨레> 누리집(ahahan.co.kr)에 올라온 글이다.


예시글 1

(가) 소득의 불평등이 커지면서 빈부의 격차도 벌어졌다.

(나) 생활수준의 향상은 문화적 욕구의 증가로 이어졌다.

(다) 괴담의 유포자의 처벌에 앞서 ‘괴담’이라 불리는 이야기가 퍼지는 까닭을 먼저 알아야 한다.

(라) 창의성의 발현을 위해 학교의 수업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예문 (가)에서 ‘소득’, ‘빈부’에 붙은 ‘-의’는 빼도 뜻이 통하므로 생략한다. ‘-의’는 명사와 명사 사이에 쓰여 문장을 간명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특별한 의미 없이 문장을 길게 늘이기도 하므로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빼는 편이 낫다. ‘빨간색의 스포츠카’, ‘한국의 현대사’, ‘중소형의 제품’ 등에 쓰인 ‘-의’가 그런 예인데, ‘빨간색 스포츠카’, ‘한국 현대사’, ‘중소형 제품’이 더 자연스럽다.

예문 (나)에선 ‘-의’가 주격 조사 ‘-이’와 ‘-가’를 대신해 쓰였다. 명사와 명사를 연결하면 서술어가 숨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조사와 서술어의 원래 의미를 되살려 쓰면 뜻이 또렷해져 이해하기 쉬워진다. ‘생활수준의 향상’은 주어 ‘생활수준’과 서술어 ‘향상되다’를 살려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로 바꾸고, ‘문화적 욕구의 증가’도 주어 ‘문화적 욕구’와 서술어 ‘증가하다’를 살려 ‘문화적 욕구가 증가했다’로 바꿔 써야 뜻이 분명해진다.

예문 (다)에서 ‘괴담’에 붙은 ‘-의’는 불필요하므로 빼도 된다. ‘유포자’에 붙은 ‘-의’는 목적격 조사 ‘-를’을 대신했으므로 원래 조사를 살려 쓰고, ‘처벌’도 ‘처벌하다’란 서술어로 풀어 쓰면 문장이 매끄러워진다.

예문 (라)에서도 ‘창의성’에 ‘-의’가 붙어 목적격 조사 ‘-을’을 대신했다. 역시 원래 조사를 살려 쓰고, 명사 ‘발현’을 ‘발현하다’란 서술어로 바꿔 쓴다. ‘학교의 수업’에 쓰인 ‘-의’는 불필요하므로 없애도 무방하다. 또는 ‘창의성의 발현’에서 ‘-의’만 빼도 뜻이 통한다.

(가-1) 소득 불평등이 커지면서 빈부 격차도 벌어졌다.

(나-1)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문화적 욕구가 증가했다.

(다-1) 괴담 유포자를 처벌하기에 앞서 ‘괴담’이라 불리는 이야기가 퍼지는 까닭을 먼저 알아야 한다.

(라-1) 학생들이 창의성을 발현하려면 학교 수업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글쓰기 초보자들은 한 문장에 ‘-의’를 여러 개 쓰기도 한다. 단어를 억지로 연결하려다 생긴 문제다. 문장만 길어지고 정작 전달한 내용은 모호해지므로 피해야 할 습관이다. 글을 쓴 뒤 ‘-의’를 찾아 표시하고 빼거나 다른 말로 바꾸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의’가 주격/목적격 조사 대신에 쓰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의’가 들어간 구문을 ‘주어+서술어’로 풀어 써도 되는지 늘 따져보는 연습만 해도 문장이 한결 매끄러워진다.

예시글 2

(마) 스티브 잡스는 리드 대학의 캘리그래피(손글씨) 수업을 들었다.

(바) 2008년 기준, 출생 뒤 대학을 졸업하기까지의 교육비는 2억8천만원에 이른다.

예문 (마)에선 ‘대학의’를 ‘대학에서’로 바꿔 출처를 밝혀야 뜻이 더 분명해진다. 예문 (바)에서 ‘졸업하기까지의 교육비’는 ‘졸업하기까지 드는 교육비’로 풀어 쓸 수 있다. ‘-의’가 서술어 ‘들다’를 대신한 경우다.

(마-1) 스티브 잡스는 리드 대학에서 캘리그래피(손글씨) 수업을 들었다.

(바-1) 2008년 기준, 출생 뒤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드는 교육비는 2억8천만원에 이른다.

‘-의’는 중요 개념을 압축해 표현하는 데 편리한 조사다. 그러나 ‘-의’를 무분별하게 쓰면 전달하려는 내용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의’가 여러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의’가 뜻하는 바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면 독자가 내용을 곧바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 번 읽어야 한다. 당연히 비효율적이다.

‘-의’를 쓰거나 쓰지 말아야 하는 경우를 구분하긴 어렵지만, 되도록 ‘-의’를 쓰지 않거나 다른 말로 바꿔 쓰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의’가 명사와 명사를 연결하기 때문에 ‘-의’를 많이 쓰면 글이 마치 공문서처럼 딱딱해져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다는 점도 ‘-의’를 피해야 할 이유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의’를 쓰기도 한다. ‘-의’는 자신이 붙는 단어를 강조하거나 중요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대개 우리말은 앞말이 뒷말을 꾸며주므로 ‘프랑스 문학’이라고 하면 ‘문학’이 중요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프랑스의 문학’이라고 하면 ‘프랑스’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의’를 쓸 때와 안 쓸 때 어감이 미묘하게 차이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매우 치밀하게 계산한 뒤 써야 하기 때문에 아직 글쓰기가 서투르다면 되도록 ‘-의’를 쓰지 않는 편이 낫다.

‘-도’는 “이미 어떤 것이 포함되고 그 위에 더함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로 정의한다. 그런데 습관적으로 ‘-도’자를 마구 써 글의 흐름을 방해하기도 하므로 주의해 써야 한다.

예시글 3

(사) 숙제도 여느 때 분량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잘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라 어렵지도 않았다.

예문 (사)에선 ‘-도’가 세 번 나온다. ‘숙제’에 붙은 ‘도’는 주격 조사로 바꿔 쓸 수 있고, ‘어렵지’에 붙은 ‘도’는 빼도 뜻이 통한다. ‘절반’에 붙은 ‘도’는 글맛을 고려해 그대로 살리거나 ‘-조차’로 바꿔 써도 된다.

(사-1) 숙제는 여느 때 분량의 절반도(절반조차) 되지 않았다. 게다가 잘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라 어렵지 않았다.

습관적으로 ‘-도’를 많이 쓴다면 앞뒤 글의 흐름을 살펴 필요한 쪽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른 표현으로 바꾸거나 빼야 한다. 다른 말로 바꿀 땐 ‘조차’, ‘역시’, ‘또한’ 정도로 바꾸면 된다.

연습 문제

다음 문장에서 ‘-의’, ‘-도’를 빼거나 다른 표현으로 바꿔 보세요.

1. 혼란스런 시대에 한 나라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선 외교를 잘해야 한다.

2. 외국에 나가면 우리나라의 음식이 먹고 싶어진다.

3. 그 개는 크기도 작고 성질도 온순해 키우기도 쉽다.

※ 예시답안은 <아하! 한겨레> 누리집(ahahan.co.kr)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① 표를 구성하고 있는 셀의 크기와 모양을 변화시키는 것을 표의 편집이라 한다. 두 개 이상의 셀을 편집하는 경우에는 블록 기능을 이용하여 편집한다. 중학교 <컴퓨터>(ㄱ출판사)

→ 표를 구성하고 있는 셀 크기와 모양을 변화시키는 것을 표 편집이라 한다. 셀을 두 개 이상 편집하는 경우에는 블록 기능을 이용하여 편집한다.

② 참여의 방법으로는 정부의 정책을 담당할 사람들을 선출하는 선거에의 참여, 자신의 정치적 의사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직접 정당이나 단체를 결성하는 것, 신문이나 잡지의 독자 투고, 진정, 건의, 집단 행동 등을 들 수 있다. 중학교 <사회2>(ㄱ출판사)

→ 참여 방법으로는 정부 정책을 담당할 사람들을 선출하는 선거 참여, 자신이 정치적 의사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직접 정당이나 단체를 결성하는 것, 신문이나 잡지에 독자 투고, 진정, 건의, 집단 행동 등을 들 수 있다.

③ 공기 중에는 상당량의 수증기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 수증기의 양에 따라 습도가 달라진다. 중학교 <기술·가정3> (ㄱ출판사)

→ 공기 중에는 수증기가 상당량 포함되어 있으며, 이 수증기 양에 따라 습도가 달라진다.

④ 사용한 용돈의 내역을 기록하는 용돈 기입장이나, 학습 성적표 등 각종 통계표는 표로 작성되어 있고, 표의 내용은 대부분 숫자 데이터로 되어 있다. 중학교 <컴퓨터>(ㄱ출판사)

→ 사용한 용돈 내역을 기록하는 용돈 기입장이나, 학습 성적표 등 각종 통계표는 표로 작성되어 있고, 표 내용은 대부분 숫자 데이터로 되어 있다.

⑤ 운동프로그램의 작성시 운동 강도, 시간, 빈도를 고려하여야 한다.

고등학교 <체육과 건강>(ㄷ출판사)

→ 운동프로그램은 운동 강도, 시간, 빈도를 고려하여 작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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