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학교 혼란…“저소득층 대책 등 책임 회피” 비판
지난 6월 전국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내년부터 주5일 수업제를 전면 시행하겠다고 밝힌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일선 학교가 내년도 주5일 수업제 시행 여부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해 일선 학교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5일 교과부가 최근 공포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보면, 교과부는 초·중·고교의 수업 일수를 △주5일 수업을 하지 않으면 학년당 220일 이상 △주5일 수업을 월 2회 실시하면 205일 이상 △주5일 수업을 전면 실시하면 190일 이상 등 세 가지로 분류했다. 일선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또는 자문을 거쳐 주5일 수업 시행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어 교과부는 최근 전국 시·도 교육청에 ‘2012학년도 주5일 수업제 시행 추진 일정안’을 보내, 각 학교가 이달 15일까지 주5일 수업제 관련 학칙을 개정하고, 내년 1월 중순까지 시·도 교육청별로 주5일 수업제 시행 계획 승인을 마무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학부모와 교사들은 교과부가 ‘자율’을 명목으로 주5일 수업제 선택권을 일선 학교에 넘기면서 혼란의 책임까지 함께 떠넘겼다고 비판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학부모 정아무개(41)씨는 “자율적으로 주5일 수업제를 시행하면 도시와 지방 또는 잘 사는 지역과 못 사는 지역 간에 교육권 등에서 불평등이 생길 수 있다”며 “게다가 저소득층 학부모는 ‘돌봄 교실’ 등의 대책을 학교에 요구하기도 어려운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수업 시간이 주5일 수업제에 맞게 감축되지 않아 학생들의 평일 학습 부담이 늘어나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중1 딸과 초2 아들을 둔 박아무개(42)씨는 “토요일 수업이 없어지는 대신 평일에 수업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해, 아이들이 학습 부담이 늘어난다며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성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국장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늘어나 학습의 질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맞벌이 부모, 비정규직과 5인 이하 영세 사업장 노동자 등 전체의 20%가량에 이르는 ‘주5일 노동 소외 가정’을 위한 ‘토요 돌봄 교실’ 등의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겠다는 계획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제윤 교과부 교육과정과장은 “학교와 학부모에게 책임을 넘긴 것이 아니라, 지역 여건에 따라 학교가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라며 “학교별로 지원 계획을 받으면 돌봄 교실과 스포츠클럽 강사 지원 등의 대책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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