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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공들여 쓴 문서, 틀린 낱말 하나로 무너진다

등록 2011-12-12 13:34수정 2011-12-26 16:45

[함께하는 교육] 정종법 기자의 초·중등 문장강화
9. 맞춤법에 주의하라 ① 헷갈리기 쉬운 철자에 주의하라
준말 풀어 뜻 통하는지 확인하면 헷갈리지 않아
의심스럽다면 사전에서 뜻 찾고 용례로 익혀야
“‘짜장면’을 ‘짜장면’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8월31일 국립국어원은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많이 쓰고 있으나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했던 39개 단어를 표준어로 인정하고, 이를 <표준국어대사전>(stdweb2.korean.go.kr)에 반영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표준어로 잘못 알고 쓰던 택견, 맨날, 개발새발, 복숭아뼈, 허접쓰레기, ~길래, 먹거리, 어리숙하다, 메꾸다 등도 표준어로 인정됐다.

실제 언어생활을 반영해 표준어 규정을 확대 적용한 사례는 1988년에 한국어 어문규정을 만든 뒤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국어원은 “표준어에 맞춘 언어생활을 장려하는 행위만으로는 실제 언어와 규범 언어의 괴리를 좁힐 수 없다”며 “현실을 반영해 표준어를 확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저녁 9시 뉴스 앵커는 그동안 실제 언어와 맞지 않는 단어를 억지로 발음해야 해서 불편했던 심정을 “이제는 더 이상 ‘자장면’이라고 발음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말로 표현했다.

표준어는 왜 정할까? 1988년에 국가가 공포한 ‘표준어 규정’은 표준어를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의한다. 표준어는 언중이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주머니’는 지역에 따라 ‘아짐’, ‘아지매’, ‘아주마이’로 다르게 말하는 탓에 사는 지역이 다른 사람들끼리 만나면 소통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나마 ‘아주머니’의 사투리는 발음이 비슷해 어느 정도 주의를 기울이면 알아들을 수 있으나 ‘깍두기’는 지역에 따라 전혀 딴판으로 발음해 대화 자체가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편찬한 고등학교 <문법> 교과서를 보면 지역에 따라 ‘깍두기’를 ‘깍데기(강원), 깍닥김치(경남), 깍두지(경북), 나박지(전남), 똑깍지(전북), 깍뒤기(제주), 똑데기(충북), 나박디(평북)’로 부른다고 한다. 만일 전남, 충북, 평북 출신 사람이 만나서 ‘깍두기’를 소재로 대화한다면 과연 소통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다행히 대중매체와 인터넷으로 표준어가 널리 퍼졌기 때문에 소통이 우려될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인터넷 채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잘못 쓰인 단어들이 급속히 퍼져 문제가 된다. 실제 학생들이 쓴 글에 그런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다음은 <아하! 한겨레> 누리집(ahahan.co.kr)에 올라온 글이다.


예시글 1

(가) 비판적 사고 없이 글을 읽다간 그 논리에 매몰되기 쉽상이다.

(나) 올겨울도 작년 겨울처럼 추우면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해!

(다) 교도소에 갇힌 죄수나 폐쇠된 공간인 군대에서조차 인권이 지켜지고 있는데, 희안하게도 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인권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

예문 (가)에선 ‘쉽상’이 잘못 쓰였다. ‘쉬운 상태’ 또는 순우리말 ‘쉽사리’를 줄인 말로 잘못 알고 쓰는 경우가 많은데, ‘쉽상’이란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열 가운데 여덟이나 아홉이 그러하다는 뜻’인 ‘십상팔구’를 줄여 쓴 ‘십상’이 맞다.

예문 (나)에선 ‘어떻해’를 ‘어떻게 해’ 또는 이 말을 줄인 말 ‘어떡해’로 바꿔야 한다. ‘어떻다’의 본말은 ‘어떠하다’이며 ‘어떡하다’는 ‘어떠하게 하다’를 줄인 말이다.

예문 (다)에선 ‘희안하다’가 틀렸다. ‘드물 희’, ‘드물 한’을 써서 ‘희한하다’로 고쳐야 한다. 아마 이 단어가 보기 드문 광경을 접했을 때 나왔던 기억을 떠올려 ‘드물 희’에 ‘눈 안’이 붙어서 이뤄진 말로 오해한 경우로 보인다. ‘폐쇠’는 ‘문 따위를 닫아걸거나 막는다’는 뜻인 ‘폐쇄’를 잘못 쓴 경우다.

(가-1) 비판적 사고 없이 글을 읽다간 그 논리에 매몰되기 십상이다.

(나-1) 올겨울도 작년 겨울처럼 추우면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또는 ‘어떡해!’)

(다-1) 교도소에 갇힌 죄수나 폐쇄된 공간인 군대에서조차 인권이 지켜지고 있는데, 희한하게도 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인권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

보통 발음이 비슷한 낱말을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평소 글로 옮겨보지 않았거나, 틀리게 알고 쓴 단어를 옳다고 믿고 계속 쓰기 때문이다. 글을 좀 쓴다 하는 사람들도 틀리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출간된 책에서도 ‘그러고 나서’를 ‘그리고 나서’로 쓰는 오류가 자주 발견된다.

예시글 2

(라) 이번 보궐선거로 서울시의 수장이 됀 박 시장은 얼키고설킨 시정 현안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마)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잘못됬다고 많이 지적하지만 오랫만에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날치기로 통과됬다. 그리고나서 후속 법안도 일사천리로 처리됬다.

 

 예문 (라)에선 ‘얼키고설킨’을 ‘얽히고설킨’으로 바꿔야 한다. ‘얼키고설키다’, ‘얽히고섥히다’로 쓰는 경우가 있으나 ‘얽히고설키다’만 표준어로 삼는다. ‘얽히다’는 ‘이리저리 관련이 되게 하다’는 뜻이고 ‘설키다’는 어원이 확실하진 않으나 ‘얽히다’를 반복해 썼을 때 오는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다른 식으로 표현한 단어로 본다. 어원이 확실하지 않은 단어는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는 우리말 규정에 따라 ‘설키다’로 쓴 것이다.

 학생들은 ‘되다/돼다’를 구별하기 어려워한다. 예문 (마)에선 ‘잘못됐다’로 써야 하는데, ‘잘못됬다’로 잘못 썼고, 예문 (바)에선 ‘통과됬다’, ‘처리됬다’를 ‘통과됐다’, ‘처리됐다’로 바꿔야 한다. ‘돼다’와 ‘되다’는 발음이 비슷해 헷갈리기 쉽지만, ‘돼’가 ‘되어’가 줄어 된 말이란 점만 기억하면 어렵지 않다. ‘잘못되었다’가 줄어 ‘잘못됐다’로 바뀌었다는 내용만 기억하면 된다. ‘오랫만에’는 ‘오래간만에’가 줄어든 말로 ‘오랜만에’로 써야 한다.

 

 (라-1) 이번 보궐선거로 서울시의 수장이 된 박 시장은 얽히고설킨 시정 현안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마-1)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잘못됐다고 많이 지적하지만 오랜만에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바-1)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날치기로 통과됐다. 그러고 나서 후속 법안도 일사천리로 처리됐다.

 

 ‘왠일/웬일’, ‘왠지/웬지’도 많이 헷갈리는데, ‘웬’이 ‘어찌 된’이란 뜻이고, ‘왠’은 ‘왜인’이 줄어 된 말이므로 ‘웬일’과 ‘왠지’가 옳다. ‘뵈요/봬요’도 마찬가지다. ‘뵈어요’가 줄어 ‘봬요’가 됐다는 사실에서 ‘뵈요’가 틀렸다는 걸 알 수 있다. 앞서 예로 들었던 ‘그러고 나서’는 동사 ‘그리하다’의 준말 ‘그러다’에 ‘-고 나서’가 연결된 말이다. ‘그리고 나서’는 문법적으로 설명하기가 불가능한 말로 틀린 말이다.

 예문 (가)부터 (바)까지는 철자 자체가 틀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단어라 그나마 찾기가 수월한데, ‘문안하다/무난하다’, ‘낫다/낳다/낮다’, ‘짚다/집다’ 등은 제각각 쓰임새가 있는 단어들이라 구별하기 어렵다.

 ‘문안하다’는 ‘웃어른께 안부를 여쭈다’란 뜻으로 ‘별로 어려움이 없다’는 뜻인 ‘무난하다’와 구별해서 써야 하고, ‘물건을 잡아서 든다’는 뜻인 ‘집다’는 ‘바닥이나 벽, 지팡이 따위에 몸을 의지하다’, ‘손으로 이마나 머리 따위를 가볍게 눌러 대다’, ‘여럿 중에 하나를 꼭 집어 가리키다’, ‘상황을 헤아려 어떠할 것으로 짐작하다’는 뜻인 ‘짚다’와 구별해서 써야 한다. ‘낫다/낳다/낮다’는 앞선 연재글 ‘3. 정확하게 표현해야 이해가 빠르다(③ 비슷하다고 함부로 쓰지 말라)’ 편에 설명한 내용을 참고하면 된다.

 최근엔 오탈자, 잘못된 띄어쓰기와 더불어 ‘외계어’라 불리는 부적절한 인터넷 용어가 이력서, 자기소개서처럼 매우 공들여 써야 할 문서에까지 침범하는 사례가 보여 우려된다. 맞춤법은 글쓰기의 기본이다. 어떤 글을 쓰든지 오탈자와 문법 오류가 없는지 주의해 살펴야 한다. 단어 뜻을 정확하게 알고 용례로 익히는 방법이 최선이다. 그리고 글을 쓸 때 헷갈리지 않을 때까지 사전을 끼고 확인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요즘엔 컴퓨터 문서 작성기에 맞춤법 검사 기능이 있어 웬만한 오류는 잡아낸다. 그리고 쓴 글을 각종 누리집에서 제공하는 맞춤법 검사기에 넣어 돌려봐도 눈에 띄는 오류들은 쉽게 잡아낼 수 있다. 그래도 의심스럽다면 국립국어원 누리집에서 제공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검색하면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있다.


다음 문장에서 맞춤법에 맞지 않게 쓴 단어를 바르게 고쳐 보세요.

1. 연인 사이인 두 사람이 다정한 포즈로 함께 찍힌 사진이지만 웬지 코믹한 느낌이 들어 웃게 되.

2. 운동이 좋다고 너무 심하게 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 쉽상이다.

3. 오랫만에 문제에 관련된 당사자들이 모여 얽히고 섥힌 문제를 해결했다.

※ 예시답안은 <아하! 한겨레> 누리집(ahahan.co.kr)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 난이도 : 초등 고학년~중1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혼란을 느끼고 있는 맞춤법을 국립국어원에서 조사해 1위부터 10위까지 순위를 매겼다. 이 가운데에서 몇 개만 살펴보자.

1위. ‘없음/없슴’의 올바른 표기

1988년 표준어를 개정하면서 기존에 쓰던 어미 ‘-읍니다/습니다’ 가운데 ‘-습니다’만 표준어로 정했다. 이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없다’의 명사형을 ‘없슴’이라고 쓴다. ‘-습니다’와 ‘-음’은 전혀 관련이 없다. ‘-습니다’는 상대방을 높이는 어미이고, ‘-음’은 명사형 어미다. 따라서 ‘없음’이 맞다.

6위. ‘연도/년도’의 구분

‘년도’나 ‘연도’는 한글맞춤법 제10항 한자음 ‘녀, 뇨, 뉴, 니’가 단어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법칙에 따라 ‘여, 요, 유, 이’로 적는다는 규정에 따라 표기가 달라진다. ‘년도’는 ‘2011년도 출생자’처럼 해를 뜻하는 말 뒤에 써 ‘일정 기간 단위의 해’를 뜻한다. ‘사무나 회계 결산 따위의 처리를 위해 편의상 구분한 일 년 동안의 기간’을 뜻할 때는 ‘연도’를 써 ‘제작 연도’, ‘졸업 연도’로 표기한다.

9위. ‘만듬/만듦’의 올바른 표기

‘만들다’의 명사형은 ‘만듦’이다. 한글맞춤법 제19항 “어간에 ‘-이’나 ‘-음/-ㅁ’이 붙어서 명사로 된 것과 ‘-이’나 ‘-히’가 붙어서 부사로 된 것은 그 어간의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는 규정에 따라 명사형 어미 ‘-ㅁ’을 붙일 땐 어간을 밝힌다. ‘살다→삶’, ‘빌다→빎’, ‘베풀다→베풂’도 이 규정에 따른다.

10위. ‘(으)로서/(으)로써’의 쓰임

‘(으)로서’와 ‘(으)로써’는 발음과 쓰이는 환경이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으)로서’는 자격을, ‘(으)로써’는 수단을 나타낸다. ‘효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이다’(자격), ‘재산을 나눠줌으로써 인덕을 쌓았다’(도구)로 구별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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