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금만 100여만원 내고
경비 합하면 300만원 훌쩍
교과부, 전수 조사하기로
경비 합하면 300만원 훌쩍
교과부, 전수 조사하기로
인천에 사는 김아무개(36)씨는 최근 딸의 사립 유치원 입학금으로 127만원을 냈다. 그는 “입학금에 교통비와 학습활동비, 물품구입비 등의 비용을 포함시켰더라”며 “정부가 20만원을 지원해 준다고는 하는데 유치원이 걷는 기타 비용이 너무 많아 실제 부담이 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사립 유치원이 수업료와 입학금 말고도 학부모들로부터 걷는 수익자부담경비가 지나치게 많아 전체 교육비가 대학 등록금에 버금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년부터 만 5살 아동에게 한 달에 20만원씩을 지원한다 해도 유치원이 수익자부담경비를 추가로 책정해 교육비를 인상할 경우 학부모의 실익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 수원의 송아무개(39)씨는 올해까지 사립 유치원에 다니던 자녀를 내년부터는 공립 유치원에 보내기로 했다. 지나치게 비싼 교육비 때문이다. 송씨가 유치원에 요청해 받은 한 학기(6개월) 교육비 내역을 보면 △교육비 165만원(27만5000원×6개월) △종일반비 78만원 (13만원×6개월) △수혜성 경비 48만원 등 모두 324만4000원을 내야 한다. 송씨는 “여기에 프로그램마다 받는 비용이 많게는 30만원이나 돼 100만원은 더 들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1년 경기도교육청이 정한 공립 유치원의 연간 수업료는 49만9200원이었다. 사립 유치원의 경우 입학금과 수업료는 교육감의 승인을 받지만 나머지 수익자부담경비는 원장이 책정한다.
최근 서울의 한 사립 유치원에 딸을 입학시킨 전아무개(37)씨는 “사립은 수업료 50~60만원에 영어나 무용 등 특별활동을 시키면 한달 교육비가 80만원 가까이 든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부터 만 5살 아동에게 20만원씩을 지원하겠다고 밝히자, 일부 사립 유치원에서는 학부모들의 부담이 줄어든 틈을 타 교육비를 올리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실제 서울시교육청이 강동·송파구의 69개 유치원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내년 교육비를 평균 2만4000원가량 인상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사립 유치원의 교육비 인상을 막기 위해 전국 8000개 유치원의 교육비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수업료와 입학금 이외에 수익자부담경비로 조사하는 항목이 10개에 이른다. 교과부 유아교육과 관계자는 “교육비를 인상한 유치원은 회계에 문제가 있다고 간주해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유치원지원국장은 “사립 유치원을 사립 초·중·고교처럼 법인화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국고 지원을 늘려 유아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전환해야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2011년 기준으로 유치원생 53만88587명 가운데 76.5%(41만2010명)가 사립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진명선 이재훈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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