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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부모에게서 벗어나고픈 청소년들, “제 마음 알아주세요”

등록 2011-12-26 15:32수정 2011-12-26 16:31

지난 11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이티(aT)센터에서 열린 2011 진로직업박람회장에서 참가 청소년들이 카지노 딜러 체험을 해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지난 11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이티(aT)센터에서 열린 2011 진로직업박람회장에서 참가 청소년들이 카지노 딜러 체험을 해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함께하는 교육] 이지은의 통통! 학습법
자녀 휴대폰 빼앗기, 가방 뒤져보기 등은 심각한 사생활 침해
지나친 기대에 자녀 주눅들어…성적에 따라 대가 제시도 잘못
“제일 싫은 건 엄마가 조건을 거는 거예요. 좋은 조건이 아니라 나쁜 조건도 거니까(점수가 93점 이하면 폰 뺏는다), 공부도 하기 싫고 미쳐버릴 것 같아요. 솔직히 시험 못 보면 내가 아니라 부모님이 실망하셔서 나도 더 짜증나요. 우리나라 학생들은 지금 내가 아니라 부모님을 위해 공부하는 듯합니다.”

“와 진짜 내가 왜 태어났는지. 엄마·아빠에게 실망시켜 드리는 것도 싫고, 엄마가 초등학교 때처럼만 그 반만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싫다. 나에게 상의도 없이 내가 해야 할 것들을 정하는 것하며, 내 짐을 뒤지는 등 사생활을 침해한다. 비교하는 걸 싫어한다면서 비교부터 하고, 너무 짜증나고 괴롭다. 내 말을 들어주지는 않고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는 것도 너무 싫다. 정말 집 나가고 싶다.”

“부모님의 기준이 너무 높다. 언제나 못했다고만 하시고 힘이 되는 말은 안 해주신다. ○○대 정도는 학교도 아니라고 하셔서 너무 힘들다. 서울대를 장학금 받으며 부모 도움 없이 다니라니. 가끔은 엇나가고 싶다. 집을 나가도 안 찾을 거니까 집 나가라는 부모님의 말씀대로 집을 나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원하는 꿈과 하고 싶어 하는 일들은 모두 필요 없는 것이라고, 돈이 안 되는 것이라고, 남에게 무시 받는다고 못하게 하시는 게 너무 싫다. 유명한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힘들더라도 행복한 삶이라고 하는데… 엄마만은 왜 그걸 반대할까.”

한 중학교에서 자기주도학습 특강이 있었다. 강의 전 학생들은 자신의 공부고민을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내용 중에는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답답함들이 많이 있었다.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 ‘부모’는 그 강도와 빈도가 압도적이다. 벗어날 수도 없고 벗어나서도 안 되는 부모, 이렇게 마음이 막혀 있는데 무슨 공부가 될까. 지면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대신 전하고자 한다. 혹시 저 하소연이 내 아이의 마음은 아닌가.

근거 없는 기대(×), 과정 공감하는 격려(○) 대학이든 성적이든 근거 없이 미래의 결과를 추측하는 것은 위험하다. 부모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싶어 그러겠지만, 아이들은 부담을 느낀다. “우리 딸 할 수 있지? 엄만 믿어!”라는 한마디에도 아이들은 우울해진다. “시험기간에 피곤했지? 그 좋아하는 잠도 안 자고 공부하는 걸 보니까 근성이 느껴지더라”와 같이 과정을 공감해주는 격려여야 한다. 구체적인 내용이 담길수록 세심한 마음을 전할 수 있다.

성적을 대가로 요구하지 말자 만일 회사에서 ‘이번 분기에 신규고객을 93명 이상 등록시키지 못한 임직원은 폰을 빼앗겠습니다’라는 공지가 붙는다면 어떨까. 기가 막히고 황당함은 물론, 사생활 침해에 인권모독 등 별별 고소 고발이 다 일어날 것이다. 성적은 노력의 결과일 뿐이다. 스마트폰이나 용돈, 놀러갈 기회 등을 허락하는 대가로 성적을 요구하는 것은 절대 삼가자. 부모의 월수입에 따라 자녀가 존경의 행동을 달리한다면 얼마나 가슴 아프겠는가. 자녀의 성적에 따라 부모의 태도가 달라진다면 아이들은 큰 상처를 받는다. 꾸중과 칭찬이 성적과 무관해야 건강한 삶의 기준을 심어줄 수 있다.


부모가 먼저 솔직해지자 부모도 사람인지라 완벽할 수 없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에는 말을 아끼는 것이 상책이다. 아이에게 무언가 말하고 싶다면 “○○대가 학교니? 너도 장학금 받고 서울대 가!”라고 말하는 것보다 “이모 아들이 서울대 장학생으로 갔다더라. 너도 기분 이상하지? 엄마도 좀 그래”라고 하자. 자녀 앞에서 어른인 척, 완벽할 척 할 필요 뭐 있을까. 솔직히 이야기하면 큰소리 날 일도 상처 줄 일도 없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며 ‘센 척’보다 진솔함이 강하다는 것을 배울 것이다.

사생활을 지켜주자 아무리 친한 친구나 격 없는 형제간이라 해도 허락 없이 휴대폰을 열어 보거나 가방을 뒤질 수는 없다. 청소년들은 자기만의 세상에 민감하다. 아이에서 고유의 인격체로 커가는 시기인 만큼 본능적으로 돋아나는 민감함이다. 아이 방에 들어갈 때에는 노크를 하고, 가방을 열어야 할 때에는 “엄마가 가방에서 가정통신문 꺼냈어”라고 말해야 한다. 내 아이가 타인을 배려하고 누구에게나 존경받는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면 그렇게 대접해주자. 경험하지 못한 것은 결코 내면화될 수 없다.

청소년들은 자신을 어른으로 대할 때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방학마다 잔소리 몸살을 앓는 아이들. 이번 겨울방학만큼은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자. 부모가 바뀌면 아이도 바뀐다.

<수능이 끝나면 그네를 타라> 저자·<함께하는 교육>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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